어머니와 소풍

캠핑의(집에 돌아왔을 때) 피곤함이 없는 소풍의 장점

by 노사임당

8남매 맏이였던 어머니는 손이 컸다.



김치찌개를 끓여도 한솥이었고 육개장을 준비할 때는 아궁이에 걸린 가마솥만 한 냄비를 내어 시장 상인 점심 장사 준비하듯 하곤 했다. 어린 시절 큰오빠는 서울 가고(유학) 작은오빠는 가출 같은 출가를 한 상태라 네 식구만 있는 단출(?)한 부엌살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밥하는데 매끼 한 솥 가득 지어지곤 했던 거다. 물론 재택근무자 구멍가게 사장님 아버지와 회장님인 어머니, 딸 둘까지 모든 식구의 식사가 어머니의 공장형 가정식에서 차려지고 소비된다고는 해도 그 규모는 가위 과장되었음이다. 음식 하나가 완성되면 그 식품이 사라질 때까지 먹어야 하는 숙명에 따라 대량 생산된 그것들은 반갑지 않은 물체였으나 그럼에도 예외인 음식은 있었다. 그건 바로 김밥. 소풍 때 끝도 없이 먹던 김밥이었다.


집에서 파는 사이다, 콜라, 사탕, 봉지 과자를 신나게 쓸어 담고 룰루랄라 김밥까지 꽉꽉 채워 인싸로 등극하는 소풍을 상상한다면, 추억팔이할 수 있다면 좋았겠다. 착한 아이였던 내게 가게 판매품은 나에게만 비매품(그냥 안 팔아요)이요 영업용 가짜 식품이었지 한 번도 먹어도 된다 생각하지 않았으니, 나의 소풍에의 즐거움은 오롯이 김밥에서 나오는 것이었을지 모르겠다. 일찌감치 펴 놓은 6인용 상에 끝도 없이 쌓여가는 김밥은 시장통 새벽 장사 상인의 그것만 했어도 언제나 물리는 법도, 지겨워지지도 않았다. 음식 욕심 없는 어머니마저 김밥은 왜 자꾸 들어가는지 모르겠다며 끝도 없이 그것을 말곤 했다. 탄수화물 과잉 섭취 집 안 식탁답게 김밥이 터져라 밥을 깔고 색색의 재료를 빈틈없이 채워 넣어 아슬아슬 말면서도 어머니는 단 한 번도 그놈의 옆구리를 터트리지 않았다. 그렇게 뚱뚱한 김밥을 기름 솔에 참기름 듬뿍 묻혀 쓱쓱 바르고 깨를 소금 투하하듯 사치하고 나면 한 입 먹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요염한 보석 박힌 새틴 블랙 드레스 김밥이 완성되는 거다. 터져버린 침샘을 다급히 달래려 하나씩 집어먹다 보면 정식 식탁은 차려지지도 않았는데 배가 돌격 앞으로 나와 있곤 했다. 그럼에도 손은 관성 따라 움직이고 입은 쉴 새 없이 보조를 맞추는…. 소풍날 김밥의 추억.


오늘 어반스케치 행사가 진주 지수 부자마을(고 엘쥐, 삼송, 효썽 그룹 회장의 출생지)에서 열렸다. 누가 부르지도 않았고 어떻게 진행되는지도 몰랐지만 나도 어반스케치 '집에서 하는데….' 혼자 억울한 마음에 기어이 운을 띄운 길이었다. "가보고 싶긴 한데…."까지만 말했는데도 남편은 아이들 채비를 시켜 같이 가 주었다. 갑자기 소풍 가는 기분이 된 거였다. 소풍이라 생각하고 두 손 무겁게 김밥을 싸 옛 생각해 가며 배를 불리고 싶은 마음 없지 않았으나, 이제 나의 성장은 멈추었고 더 이상 솟아선 안 되는 건 허영심만은 아니니까. 그저 적당히 위장을 채워줄 식량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 김밥은 미뤄두기 한다. 결코 귀찮아서는 아니다. 늦잠 자서도 아니다.


처음 가본 동네 처음 보는 집들은 또 다른 설렘으로 다가왔다. 푸르다 못해 폭발하듯 터지는 다양한 녹색의 나무들과 들풀까지. 골목에 부려진 녹색의 향연은 놀라운 풍경이었다. 물론 그리고 싶은 아기자기 귀여운 집들과 자꾸만 끝나는, 그래서 더 좋은 골목길은 덤으로 얹혀 더욱 보물찾기 같았던 곳. 비록 그림은 손바닥보다 작은 메모장에 그린 것으로 만족해야 했지만, 그래서 그림은 남기지 못한 것이 되었어도 오늘의 소풍은 좋았다. 어머니표만큼 배를 채울 김밥은 없지만 다른 곳에 넘치도록 가득 담은 풍경은 어릴 때 느껴보지 못한 또 다른 풍성함을 선물했다. (배가 아닌 곳의 풍족한 채워짐) 소풍은 배를 행복으로 채우든, 눈을 바쁘게 만들 다양한 생명력을 내어주든 언제나 내게 선물처럼 느껴져서 좋은 것인지 모르겠다.


*토요글방 숙제 '소풍'을 주제로 쓴 글입니다.'

꽃 이름 아시는 분. 좀 알려주세요^^ 꽃 이름 무식쟁이~~

예전 곶간을 간이 휴게소처럼 만든 왼쪽 사진 속 건물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8평정도 되는 집이라도 정말 살고싶다...를 또 외쳤답니다^^

그림이 펼쳐진 부자마을 잘 보고 갑니다^^ 이제 제 수채화지에 옮겨보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