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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사임당 Jul 09. 2024

첫 수업(나는 배우다3)

자기소개하~~~기

저는 20년째 연기를 하는 최동석입니다.



저는 까만 피부가 매력적인 김 아무개입니다.

저는 먹는 걸 좋아하는 박 아무개입니다.

자 이렇게 저희 소개는 끝났고요. 오른쪽으로 돌아가면서 소개할게요.


아…. 처음이다…. 아, 떨려라…. 안녕하세요. 저는 김가랍니다. 저는 평생 학교에서만 지냈습니다. 어릴 때는 학생으로 어른이 되어서는 선생으로 평생 교편을 잡았고요. 평거동 살고 있어요. 이 수업은 이렇고 저렇고…. 주인공 되길 좋아합니다.

안녕하세요. 상평동 살고요. 이름은 멋쟁입니다. 저는 글과 그림을 그리는데요. 제가 글을 쓰는 이유는 어쩌고저쩌고 그림이라는 건 주저리주저리...


아~ 저희가 소개를 먼저 한 이유가 있어요. 소개를 어떻게 했죠? 20년 동안 연기를 한 누구다. 옆 선생님은 피부가 까맣고 매력적인 누구다 이렇게 소개했죠. 저희는 여러분이 누구 엄마 어디 사는 누구라는 개념보다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습니다. '한마디로!' 자신을 한마디로 정의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상평동에서

아…. 아아 한 줄로 부탁드려요.

음…. 조지아를 다녀온 누구입니다.

저는 집을 나온 누구입니다. (아침에 나왔다 밤에 들어간답니다)

저는 공무를 집행하는 누구입니다.

공무원이신데 지금 휴가세요?

아뇨. 자원봉사요…. 오늘 안 해요….

아예.

안녕하세요, 저는 등산을 좋아하는….


내 차례가 되어간다. 아까 어떤 분이 글 쓰고 그림 그린다던데 그 말을 듣는 순간 뜨끔했다. 나도 그런 말을 할지 잠깐 생각했는데. 넘치는 자의식으로 자랑과 함께 부끄러움까지 뿜어져 나올뻔했다. 아휴 감사해라. 나는 저런 말 안 해야겠다. 이래서 사람은 항상 타인에게서 배워야.. 흠흠

많은 사람은 자신이 돋보였으면 한. 은연중에 자신이 남보다 낫길 바란다. 비록 그 재주가 작고 사소하더라도 남 앞에 드러나길 원한다. 표 나지 않는 방법으로 매력이 넘쳐 자동으로 눈길이 가듯 빛났으면 한다. 낫거나 앞선다는 걸 드러내고 싶어 한다. 자신이 보는 자신보다 더 나은 사람으로 보이길 희망하기도 한다. 남들에게 존경까지는 아니더라도 숨겨둔 진가를 인정받고 싶은 마음의 발현이지 싶다.

인정 욕구는 자신을 가꾸는 데 동력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동전의 양면처럼, 도움도 되지만 이런 경우 인정받고 싶은 욕망이 매력발산에도 쓸모가 있을까. 합, 불합격이 있는것도아닌데 긴장하며 노력한 대가가 좌괴감으로 다가올지도 모를 일이지. 나 또한 별거 없는 외모(첫인상에서 보이는 대부분)에 그렇지 않(고 싶)은 내면이라 어떻게든 지나가는 행인 27번은 면하고 싶었을테다. 내가 얼마나 괜찮고 근사한 사람인지 무슨 말로 소개하면 들킬 수 있을까? 머리를 굴리는 중이었는데. 다행이다. 12번째로 소개하는 행운을 얻어서 말이다.


안녕하세요. 누워있는 걸 좋아하는 노사임입니다.

하하하하 하하하


자 이번에는 제가 드리는 소품으로 무언의 표현을 할 텐데요.

표현하려는 어떤 것을 생각하시고요. 이 막대기가 그 물건이라는 표현을 하시는데 그걸 상대방이 알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말은 하시면 안 됩니다. 제가 어제 신문으로 만든 막대기예요. 오른쪽부터 할게요.


휙휙 (방망이처럼 휘두른다)

(일제히) 야구 방망이


땅을 향후 방망이를 휘두른다

골프채


방망이를 땅을 향해 톡톡 건드린다.

파크골프채


선생님이 주신 막대기 모양에 모두 집중해 있다. 게임 이어진다.


파리채!

노!

.

.

.

나는 뭘 하지? 아! 아까 눕는 거 좋아한다고 했으니 이어서 가보자.

미리 준 신문지(뉴스 읽어주기를 앞서 했다)를 바닥에 깐다. 방망이를 바닥에 놓으며 팡팡 쳐서 각을 잡는다. 머리를 대며 눕는다.


베개~!!


우와 오늘 수업을 한 장면으로 뽑으라면 이 장면이네요.

사진 찍게 다시 한번 더 해 주세요. (베개를 손으로 팡팡 때려 푹신(?)하게 한 후 몸을 누인다)

근데 베개가 좀 딱딱해서 편할지는 모르겠네요?

저는 아무 때나 아무렇게나 잘 잡니다.

우레 같은 박수소리(?)


나 왜 이러냐. 모임 또는 새로 만나는 사람들 앞에 얼음 같은 얼굴로 앉아 있다 바쁜척하며 사라지기 일쑤더니 오늘은 웃고 즐기며 벌써 친구까지 사귀었다. 이거... 왠지 생각만큼 재미있을 것 같은 기분적인 기분이다.(칭찬들었다고 이러는 겁니다)


다 같이 서서 상대방 눈을 보며 술래에게 들키지 않고 자리 바꾸기.

대장 따라 술래 몰래 같은 행동하기 같은 연기 합을 맞추는 게임도 이어서 한다.

지는 걸 싫어해서(그렇다고 이기려는 노력도 안 합니다) 게임도 안 하는데 서로 연기하듯 합을 맞추며 주고받는 교감 게임은 너무도 가슴 두근거리는 놀이였다. 상대와 눈 맞추며 남들 모르게 둘만 아는 시그널로 둘만 아는 행위를 할 때의 감동이 꽤 인상적이었다.


그래 사람은 사람과 교감하고 소통해야 하는 거였지. 연기라는 건 소통이구나, 교감이고. '대화가 가장 어려웠어요'인 나지만 미리 짜인 연기라면 제법 소통도 교감도 (예상가능하니까) 할 수 있을 것만 같다. 뒷감당의 걱정도, 상대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는데서 오는 긴장마저 없이 하는 대화. 실은 둘이 하는 대화가 아니라 관객을 향한 대화라는 복병이 있긴 하지만 꽤 할만한 걸지도 모르겠다.


아, 벌써 다음 수업이 기다려진다.

아무래도 상자로 '키' 표현하기 중인 듯한 둘째입니다. 밤에 오줌쌌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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