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받고 일을 하고 있지만 짬을 내어 쉴 수 있는 방법
담배를 피우러 나간다.
급똥을 빙자해 화장실을 간다.
커피를 타(사)러 간다.
지금 일하고 있는 롯데마트 (다리 건너) 옆에는 CGV 건물이 있다. 건물 내 스타벅스도 있고 진주문고도 있어 요즘 같은 불경기에 스타벅스 입점 상가는 '역시'라 여전히 말할 수 있는, 사람 많은 곳이다. 애용하는 1층 진주문고는 벽이 통창으로 되어있고 그 창 앞에 일렬로 된 테이블이 있다. 책을 읽거나 전화기를 보기도 하며 쉬다 고개를 들면 가끔 의외의 장면을 보게 된다. 건물을 나가 으슥한 곳으로 간 건물 내 직원들이 조용히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고스란히 보이는 거다. 조금 전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만들어 주던 목소리가 조용조용하던 여성도 고깃집에서 친절하게 계산해 주던 남성도 사이좋게 한 대씩하고 있다. 그래 2시간에 한 번씩 화장실 간다고 말하긴 민망도 하겠다. 그냥 담배 한 대! 라면? 애초가(?)라면 언제 어디서나 이해해 주고 북돋워 주게 되는 휴식 인정 건(수) 되는 거다. 애연가도 애주가만큼 담배 한 대(잔) 하자며 권하는 문화는 아직도 있는 게 아닐까? "피고 올게요"라고 한다면 "어어 그래" 하는 문화가 있어 보인다.
아니면 말고지만 나도 좀 쉬어야겠다.
"담배 한 대 피우고 올게요"
"담배 피우세요?"
"아뇨, 화장실 간다는 말이었어요"
"아, 예^^"
구차하게 들이댄 후 돌아와 보니 6시 30분. 7시 퇴근이니까 이제 조금만 지나면 오늘의 새로운 좝. 어리바리 초년병의 보초 업무는 퇴장이다.
퇴근? 와우~ 뭐 한 건 많지만 없는데 퇴근이라니, 갑자기 엔도르핀이 상한가를 친다. 불금에 퇴근이라니(토요일도 일요일도 일할 건데?) 야호~ 3년 전부터 묵혀둔 신남이 올라온다. 이렇게 기분 좋을 일이었나? 잊고 있었나? 불금의 황홀함을?
이렇게 짜릿한 시간인 거였구나. 근데 암만 생각해도 직장 다니면서 불금에 이렇게 짜릿했던 감정은 못 느꼈는데…. 주말은 순식간에 지나가고 다시 돌아오는 월요일. 오히려 헛된 기대만 주는 몹쓸 요일이었던 것도 같은데 말이다.
"저 퇴근하면 혼자 어째요?"
"몇 시 퇴근이랬죠?"
"7시요, 저 가기 전에 담배 한 대 피우고 오세요"
"아, 그럴까요? 그럼, 해피타임하고 올게요"
룰루랄라~ 신나게! 할 것도 없는데 괜히 이것저것 만지며 정리 같지 않은 정리를 한다. 몸은 빵 굽는 틀 옆에 서 있지만 바닥과 수평 맞추는 상상에 그만 혼자 킥킥 웃고 있다.
"여사님! 퇴근 9시라는데요?"
"예?" 이 무슨 청천벽력 같은 소리 2탄이란 말인가? 여사님의 퇴근이 9시라니.
"9시까지 하는 걸로 알고 있던데요? 통화 한 번 해보세요"
"아…. 예"
왜지. 이 기시감은?
당근 알바에 뜬 시간을 다시 확인한다. 아냐 아니라고 해줘….
21시.
나는 7시까지 일하고 싶었고 그래서 그렇게 내 맘대로 또 7시 퇴근으로 알아버렸구나. 또 남편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또 지 맘대로 생각하는 버릇 나왔다'
일자리가 없다는 말은 핑계로 드러났다. 나는 시계도 못 본다. 얘들아, 엄마가 오늘 저녁 밥은 못 해주겠다. 알아서 먹어라…. 엄마 오늘 늦을 것 같다….
오늘 그린 기린 그림. 아! 사인을 빼 먹었닷. 장소는 진주시 봉래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