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과 소통하기

도마뱀과도.

by 노사임당

"야 어쩌려고 그러냐?"

"뭐 어쩔. 불쌍한데 그냥 놔두냐 그럼?"

"자연은 건드리면 안 되는 거야, 인간이 임의로. 자연을 그대로 두는 게 자연을 위한 거라고"

"왜? 뭔데? 왜 그러는데?"

"아니 있잖아요. 얘가요. 학교 화단에 있는 도마뱀을 잡아가지고요. 지금 가방에 넣어갖고 있어요."

"엥? 도마뱀? 학교에? 진짜 도마뱀이 학교에 있었다고?"

"예. 그냥 놔두면 죽을까 봐 데리고 왔는데 왜 데리고 오냐고 얘가 막 그래요."

"거 참. 둘 다 맞는 말이라 뭐라고 대꾸를 못 하겠다. 인간이 간섭하지 않는 게 자연섭리에는 맞는 건데. 이미 인간이 만들어놓은 세상에 들어왔으니 오히려 그냥 두면 도태되거나 차에 치여 사고 날 수도 있을거같고.. 네가 선택한 거니 잘 해내리라 믿음은 간다만.."


내 딸과 딸 친구는 아니다. 단골손님. 우리 슈퍼에 오는 중학생 아이들이다.

매일, 요즘 유행하는 500원짜리 중국 곤약으로 만든 납작 과자랑 새로 나온 중국산 두부팽이버섯 과자를 2,500원 치 사 먹고 가는 정말 귀여운 아이들이다.

그런데 오늘 가방 속에 도마뱀(보지는 못했다. 도망갈까 봐 보여달라고 못했다는)을 넣어가지고 슈퍼에 온 거다. 그게 친구는 못 마땅한데 자꾸 생각이 나니 또 한소리를 한거였다.

그러자 옆에서 먼저 계산을 한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여성이 한 마디 거든다.

"나 어릴 때는 산에 가서 도마뱀 많이 봤는데. 너희는 어디서 봤다고?"

"학교요"아이들이 착하게 대답한다.

"아, 나 때는 산에 많았어어"과거 소환 주문인지 어미가 길다.

"예? 산에요? 산에 도마뱀이 살았다고요?"희한한 대사에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어 예, 부산 살았었는데 어릴 적에 많았지이"

"엥? 저도 부산이 고향인데 개구리는 봤어도 도마뱀은 한 번도 못 봤는데.."이상하지만 10년 정도 나이차가 있다고 보면 그때는 그랬을까 싶기도.

"많았지이~"하며 말꼬리가 끝날 기미가 없다.


아이들은 집에 가서 해야 할 일도 있고(도마뱀 집 꾸미기) 숙제도 해야 하니 고개를 꾸벅 숙이며 인사를 한다.

"안녕히 계세요"

"그래 잘 가라"


몇 년 전인가? mbc tv프로 중에 '라디오스타'에 애 놓고 나온 엄마들인가 특집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개그우먼 그 외 육아휴직 중인 여성 몇이 나왔는데 참 인상적인 부분이 있었더랬다.


엠씨들이 질문을 하는데 대답은 않고 본인 하고 싶은 말만 하는 거였다. 그러자 '아니 대답을 좀 해 달라. 듣긴 하는 거냐'며 진행자들이 채근을 하는 모습을 봤었는데. 그때 그 여성들만 그런 현상을 보였으면 애 키우다 정신줄이라도 놓았나 했을 거다.


안타깝게도 그렇지가 않은게. 아이를 키운 애 엄마부터 좀 키워놓고 이제 한숨 돌린 여성까지. 꼭 아이를 키운 사람만 유난히 그렇게 보였는지는 몰라도 가임기 이상 나이대 여성의 사회성이 좀 결여되어 보였다. 이상하게 나도 상대방과 대화를 하고 있을 때조차도 정신은 온통 딴 데 가있는 것처럼 굴게 될 때가 많으니.


사실 아이를 키운다는 건 내 엄마가 다 해주던 아이에서 누군가를 100% 책임지는 누구의 엄마라는 막중한 임무를 떠맡는 해보지 않으면 무한한 상상력 만으로는 알 수 없는 일이긴 하다. 간혹 술 먹고 본인을 잊어 먹어도 되던 과거는 잡고 싶어도 손절되는 자동매도시스템의 충격적인 경험이긴 한거라서.


50대 손님도 아이들의 그 반짝이는 도마뱀 얘기에 맞장구보다는 본인 과거 회상에 빠져서 몽환적인 눈빛을 짓기에 아 의식이 다른 우주로 갔구나 하기는 했다.


육아라는 그 충격적인 경험은 다시 사람과 사람 간의 대화가 가능한 세상으로 나오기가 참 난해한 곳인가 보다. 그녀가 낳은 아이가 다시 아이를 낳은 나이임에도 아직 지구 언저리로도 도착을 못한 걸 보면 말이다.


숟가락은 밥을 떠서 입으로 가져가기 위한 도구라는 거부터 가르쳐야 하는 외계 생명체에게. 지구 언어도 가르쳐야 하고 그 언어로 대화까지 가능케 하려면 그 고행은 말도 못 할 만큼의 수양과 나도 인간은 아니었구나를 깨닫는 지난한 작업이긴 할테니까. 이쪽저쪽 행성충돌급 타격을 받는 일이니 대화 주파수에 이상도 생길만 한거같다. 여기저기 불타고 형체가 많이 달라지니까.


그래 중년여성도 참 수고 많았고 나도 수고 많았고 우리 예쁜 도마뱀 소녀들도 수고하려나. 속마음은 안하면 좋겠지만. 흠흠. 너희의 찬란한 미래를 응원한다. 너희의 도전도. 주변의 많은 도움이 함께하길 기도하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