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다른 마트로 가서 물건의 종류에 차이가 있는지 비교하고 가격은 대체적으로 어느 마트가 싼지 분석을 해 보는 유형인가요?
저는 마트 직원과의 친밀도와 충성도에 따라 마트를 정해놓고 갑니다. 어? 우리슈퍼에서 사고 팔고 하는거 아니냐구요? 에헴 그러니깐두루. 맞는데요. 맞는데. 슈퍼 쉬는 날도 장은 보니까 아닐때도 있는거 아니겠습니...
저는 맞기도 하고 아니기도 해요. 왜냐하면 수 많은 비교 분석을 끝내고 평균적으로 저렴한 마트를 정해놓고 그 마트가 특별히 더 쌀 때 장을 대부분 보고 그 외 추가로 필요하면 그때 그때 가는 식으로 이용하거든요. 그래서 내향인인 저에게도 아는 사람도 친밀한 직원도 생기고 그러다보니 충성도가 자동 적립되었네요. 50미터도 안되는 거리에 로컬푸드가 생기니 장사에 타격이 있으면 어쩌나 걱정까지 해대면서 오지랖도 떨구요.
음, 그러니 처음 수고로움을 마치고 나면 1번 유형으로 장을 본다는 게 맞겠네요.
오늘도 변함없이 슈퍼는 연중무휴. 문을 열였다. 놓치면 아쉬운 밴드 상품은 배, 사과, 오예스, 피자, 초란, 깍두기볶음밥이다.
그 중 피자는 오늘 예약을 걸고 내일 찾는 물건이니 오늘 가장 인기 품목은 '배'와 '초란'이 되겠다. 채소 언니가 출근을 하고 조금 후 '배가 사고 싶은데..'하고 말씀은 하는데 이미 마감이라 한 자리 내어주지도 못했다. 퇴사를 고민하게 만든 화장실 청소가 내일부터인데 대신 해주겠다는 말씀까지 주신 천사신데 미안해서 어쩔줄을 모르겠다.
밴드 품목을 구매하러 오는 손님 다섯에 한 분은 배 남는거 없냐, 초란2판에 9,900원인거 좀 남는거 없냐 눈빛끝에 요염을 담아 말을 한다.
"없어요. 죄송해요. 저희 직원들도 사고싶었는데 물건이 안 남네요."하며 채소 언니에게 못 준게 이럴때는 거짓말 없이 손님에게 어필도 되어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나는 나대로 '없어요.물건' 노래를 부르고 있는데. 어느순간 종횡무진 슈퍼를 운전하는 과일직원이 누군가와 얘기 중이다. 그런데 약간 밀웜 씹은 표정이다. 왜 저러지? 눈이 가니 귀가 열리는 신기한 현상이 일어난다.
"배가 남는게 없어요. 고객님."
"이것도 배구만. 이거를 밴드로 해서 주면 되겠네."
"그건 밴드 상품과 다른거라서 거기에 포장된거는 밴드로 못 드리구요."
"같은 밴데 모자라지 않게 수량을 만들어 놓고 일을 하면 되는거지"
"아뇨. 들어온 가격이 다르니 그렇게는 못 드리죠."
"참 디게 뭐 좀 되는척 얘기하네. 그러고 여기 슈퍼는 물건이 왜 이렇게 비쌉니까? 탑마트도 다니고 하나로마트도 가고 하는데 여기 고구마가 제일 비싸."
"저희가 많이 붙여서 그런게 아니라 들어온 가격에 맞게 가격을 책정하는건데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되죠"
아휴. 저쯤에서 끊으면 좋겠구만. '아.그렇군요. 과일이 비싸군요. 아하하하 우리 사장님 요령이 없으시네요. 아하하'하고 적당히 분위기 맞춰줘버려. 속으로 목소리를 전달해본다.
"얼마에요?"
"14,600원입니다."
2차전이라도 일어날까 몸이 슬림해져서는 얼른 대답하고 서둘러 계산까지 마친다.
넌 누구편이냐는 질문이라도 던지듯 한번 쓱 쳐다보던 손님은 항상 그렇듯 2~3가지 간단한 장을 본 물건을 들고 나간다.
물건은 항상 두어가지만 사면서 장은 30분 이상 꼼꼼하게 보는. 머릿속 타 마트와 비교 분석을 한 후 가격이 무척이나 매력적인 '떨이상품'만 사는 중년 남성이다.
나가자마자 과일 직원이 하소연을 한다.
"아니 물건 하나 사는데 20분씩 따지고 보고, 돌려보면서 배 안줬다고 이젠 저렇게 싫은 소리까지 해야돼요? 저렇게 피곤하게 하면 집에 같이 사는 옆지기는 얼마나 답답할까? 냉장고에 당근 하나 상하면 아마 3일은 입에 올리겠다. 나 같으면 하루도 못 살지 저런 사람이랑은. 그쵸 언니?" 보지도 못한 부인 고생한다고 편까지 들게된다.
고생했다. 불쌍한 마음까지 든다 이럴때마다.
가격이 맞지 않으면 다른 가게를 가서 조용히 사면 될텐데. 이 손님은 굳이 돈 받으며 남의 일 하는 사람을 뭐나 되냐는 식으로 무시는 하면서 배는 월권이나 해서 포장을 해 달라는 이중성을 보여준다.
평소 꼼꼼 깐깐한 성격을 알기에 굳이 자유를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내 할일만 하는것에 비해 오늘 과일직원은 근처에 있다 봉변당했다. 잘 못 걸린거라고 할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