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밝달 여트레 삿날 (1/8 수요일)
스몰웨딩이 대세인지는 모르지만, 결혼의 한 형태로 자리를 잡은 것 같다.
종이 청첩장을 주고 전화부에 있는 모든 지인에게 결혼을 통보하는 것도 분위기상 많이 사라진 거 같다. 직장에서는 직장용 청첩장을 따로 돌리면서 "가족만 모시고 조촐하게 하는 '스몰 웨딩'을 합니다"라고 말하는 예도 있단다. 매일 얼굴 보는 사이에 안 돌리긴 뭐하고 스몰웨딩이라고 알려 주며 결혼 소식은 전하면서 마음으로 축하만 받는, 부담은 조금 덜 수 있는 방법 같다. 부모님 지인인 경우 못 오시는 예도 있을 테니 계좌가 인쇄된 안내장을 보내는 식으로 해결도 하는듯하다.
초대장을 보냈다. 안 오셔도 된다는 기본 생각을 깔았지만 나는 보냈다. 전시회 끝나고 말하면 섭섭할 수 있으니 지인들에게 초대장은 돌렸다. 안내장 주문 넣기 전 미리 보기를 저장해서 카톡으로 전달했다. 단톡방 중에서 말 안 하면 섭섭할 곳에만 보냈지만 그것도 망설여졌다. 그냥 보내지 말고 조용히 끝낼까. 나중에 왜 초대 안 했냐 한 소리하겠지? 오히려 사후 통첩하는 게 한 소리 듣더라도 서로에게 좋은 일 아닐까? 오기도 힘든 데 안 가고도 섭섭한 마음을 표할 수 있으니 부담도 없고, 서먹할 일도 없을 테니 말이다. 고민은 했다. 그래도 그 정도에 부담을 느낄 사이는 없으리라 보고 보냈다. 오지 말라는 말씀과 초대장을 보냈는데 그렇게 보내면 이건 오라는 거야 아닌 거야? 헛갈리려나?
일단 최소한으로 보냈는데 잘한 일인지 모르겠다. 결혼은 한 번 해봤는데 전시회는 처음이라 대세를 모른다. 부담을 주는 건지 공짜 구경인데 좋은 구경 놓쳤다고 할는지 전혀 감이 없다. 오락가락하는 마음으로 보낸 건데 온다면 오히려 많이 놀랄 것 같긴 하다. 그 번거로운 일을 굳이 해준 것이 말이다. 어떤 결과도 담담히 받아들이....ㄹ 필요도 없이 지금 감정은 크게 개의치 않을 것 같은데 그날이 되면 다를까? 예상이 안 된다.
채팅창에 보냈더니 다들 놀라는 분위기다. 미리 귀띔을 한 분들은 반가워했지만 말이다. 지인이래 봐야 스무 명도 안 되니 전시회장에 하루에 한 명이나 볼 수 있으려나 싶다. 전시회장에 앉아 책이나 읽고 그림이나 그리면서 시간을 보내야 할 것 같지만 오히려 그건 나쁘지 않아 보인다. 아무도 없는 집에서 혼자 패션쇼하고 놀 때처럼 갤러리 주인 행세할 기회랄까, 대관료 내고 전시하는 기성 화가 흉내가 재미있을 것만 같다. 그러다 누가 들어오면 화들짝 놀랄 것 같지만. 어떻게 오셨습니까? 물을 것 같지만 말이다. 안내장을 보낸 바람에 누가 언제 올지 몰라 강제로 앉아 있어야겠다. 언제 올 거냐 물어보는 것도 강요가 섞인 소리로 들릴 수 있으니 말이다. 일주일에 두세 번만 가 있을려 했는데 이건 뭐 매일 가야 할 거 같다. 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간다.
전시관이 외진 곳에 있어 거주지에서 일단 너무 멀다. 두 번째는 그림 몇 점 걸려있지도 않을 거니까. 20점 정도 걸릴 건데 그 그림도 굳이 먼 걸음까지 하며 볼만한 '작품'이라고 하긴 힘들다. 깊이가 느껴져 한 작품에 한 시간을 들이고 싶을 만큼의 대작도 아니니 둘러보는 데 10분이면 족한 걸 굳이 오시라 말하기 민망하다는 것이 본심이다. 그럼에도 엄마의 몸부림이 측은해서인지, 뭔가 율동으로 보였는지 몰라도 첫째가 학교에 알렸단다. 담임 선생님이 가족 나들이 겸 오신다는데 상황이 벌써 뻘쭘하달까. 이건 무슨 그림인 건가 싶다. 뭐 다행히 가까워서 오신다니 그건 괜찮지만 꽃다발도 챙겨 오겠다며 큰 딸에게 반갑게 말씀하셨다니 잠시 피신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다. 이 정도면 내 지인에 딸 지인까지, 초대장이 남발된 게 아닌가 싶다. 아이고야~ 일이 커진다.
어수선한 D-6일이다. (15일 수요일 전시회 시작하는 날이지만 화요일 전시관 휴관일에 그림을 걸어야 하므로 하루가 빠진다)
토박이말
입치레
1.끼니를 때우는일, 2.=군것질(1.끼니 외에 과일이나 과자 따위의 군음식을 먹는 일).
그늘만 조금 칠하는 방식으로 그리고 싶어서 살짝 채색
도화지에 볼펜으로 그림.
너무 채색에 스트레스받는 거 같아서요. 좋아하는 외국 작가 흉내를 내면서 선도 색도 대충한 거 같은 그림 그려보았습니다. 채색까지 한 시간 만에 끝~(약간 힘 빼고 그린 거 같아서 편안해 보이는 장 자크 상폐 작가 느낌으로다가...사실은 엄청난 내공이 있어서 편안해 보이는 건데 제 눈에는 대충해서 간단해 보이는 그런 그림 말이죠) 어쨌든 결과적으로 힘을 빼니 즐겁네요. 너무 잘하려고 힘을 주니 어깨도 손가락도 아팠는데 재미있게 끝냈습니다. 성의 없는 그림이라 반응이 전혀 예상이 안 되지만 즐겁게 할 수 있어 오늘 내일은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이런 그림을 그릴 것 같습니다.
서울 사시는 분이 꼭 오고 싶다는데 같이 소주나 한 잔하고 동네 구경하고(순서가 바뀌었네) 싶다고 오는거라서 흔쾌히 오시라 했습니다. 그림 보러 올거면 노노! 오지마~
왼)서울 사는 라라크루 동지깨서 응원 보내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오)어반스케치 동아리에는 알리지 말까...고민하다가.ㅋㅋㅋㅋ부끄러워서리..제 실력을 다 아는분께 이런 소식을.. 5군데 카톡방에 남긴 단체 대화 캡처(허락같은거 받지 않음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