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옹지마라고 하지 마(조용히 살고 싶었어)
(취미의 발견 에필로그: 1)
머리카락을 넘겨보는 버릇이 생겼다. 하나, 둘…. 신기해하며 세던 새치가 어느새 군락지처럼 무리를 이룬 모습이다. 흰머리가 났다며 슬퍼할 생각은 없다. 자연스러운 일이고 살아온 시간을 따져본다면 의지와 상관없이 일어나야 할 현상이라고 할 만하다. 그럼에도 1~2년 새 일어난 변화는 놀랍다. (정말 몇 년 사이 저 혼자 눈부셔하고 있습니다)
새벽 4시에 활동을 시작하는 공룡이 있다. 멸종된 줄 알았던 공룡은 무리 생활을 하며 새벽 4시, 4시 반에 활동을 시작하는데 그곳은 바로…. 우리 집 천장이었다.(소음이 꼭 윗집에서 생기지는 않습니다. 허나 우리 집의 경우는 윗집도 인정한, 출처가 분명한 층간 소음이었습니다) 멸종된 줄 알았던 종의 생환(?)은 인류사적으로 대단한 발견이고 축복이며 가슴 뛰는 일이어야 하지만 불행히도 그렇지 않았다. 뭐 물론 가슴은 심하게 뛰긴 하지만. 첫사랑을 만난들 이렇게 가슴이 뛸까, 차은우를 본들 이렇게 호흡곤란이 올까 싶을 만큼 말이다. 이십 년 만에 첫사랑 만난 것처럼 많은 이야기를 해줄 수 있지만 전주 건너뛰기 기능으로 점프를 눌러본다. (브런치 북으로 만나실 수 있습...ㅎㅎ)
집에 있을 수 없었다. 일을 시작했다. 집에 들어가기 무서웠다. 아무 일이나 만들었다. 슈퍼에 캐셔로 취직했다. 극 I가 시작한 슈퍼일은 무척이나 버라이어티, 흥미진진, 긴장 백배 뭐 여러 감정을 주었다(브런치 북으로 만나실 수..) 아무 일이라지만, 시간과 에너지를 쓰는 것까지는 괜찮지만, 돈까지 쓰는 건 아무래도 부담이었다. 무료, 공짜. 도서관 문화 교실로 흘러들었다. 무슨 수업인지 봤으나 보지 않은 채 신청했다. 알고 보니 그건 글쓰기 수업이었다. 6살이나 많은 언니가 대학생이 되고도 버리지 못해 갖고 있던 여고적 일기장을 훔쳐 숙제로 내던 내 솜씨에 글쓰기라니. 어의는 없었지만, 이것저것 따질 여력이 없었다. 덜컥 신청했다.
그렇게 일이 꼬여(?) 갔다. 글쓰기를 시작하자 갑자기 있는지도 몰랐던 숨구멍을 발견한 거다. 글쓰기가 만들어준 삶의 여유, 거기서 시작한 나 자신 찾기. 봇물이 터지는 걸 본 기억은 없는데 아마 터지면 이럴 거라고 충분히 미루지 말고 당장 짐작할 만한 것들을 하기 시작했다. 하고 싶은 것, 열정, 의욕, 관심 같은 것이 소금 뿌린 미꾸라지처럼 꿈틀거려 참을 수 없었다. 도파민과 한 벌로 취급될 만한 걸 하기 시작한 거다. 도망친 글쓰기 교실에서 맛본 도파민은 동기부여를 했고 거기서 생긴 활력은 보상이 되었다.
다음 달 전시가 있어서 또 그리고 있습니다^^
다음 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