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을 보는 방식

온정 산문집

by 노사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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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를 먹기 전의세상과 먹은 후의 세상은 분명히 조금이나마 변했고, 그런 작은 것들이 모여 결국 싱거운 내 삶을 다채롭게 만들 거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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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모는 이곳에서 감성과 낭만을 잃지 않고 사시는구나. 베를린의 멋들어진 건축물, 푸릇한 자연과 예술 작품. 모든 것이 새롭고 좋았지만, 기타 치며 노래 부르는 고모부와 그런 고모부를 빤히 바라보며 눈시울 붉히던 고모의 얼굴은 베를린의 풍경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뜨겁게 내 가슴 속에 남았다. 한국을 사무치게 그리워하셔도 고모의 삶의 터전은 그곳임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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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볼이 한껏 차가워지는 겨울이면, 여전히 미시간에서 보던 선명한 달이 떠오른다. 그 달을 보며 떠올리던 엄마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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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마다 저는 울면서 "내 치토스 어디 갔어?"하고 물었죠. 엄마는 서랍, 선반, 옷장 등에 과자를 숨겨두기 시작했는데, 오빠는 마치 초능력자처럼 그것들을 몽땅 찾아내곤 했어요.


210

짜장면 먹을래, 짬뽕 먹을래? 수많은 한국인을 미궁에 빠뜨리는 희대의 난제 앞에서 나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는다. 예나 지금이나 나에게는 짜장면, 무조건 짜장면이 제일이다.


215

시어머니와 시골 동네를 산책하던 중 덩굴 식물을 만났다. 그대 어머님께서 '갈등'의 어원을 알려주셨다. 칡 '갈'자와 등나무 '등'자로 완성된 갈등이라는 표현에는 칡나무와 등나무의 생장 방향이 달라 서로 충돌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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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데없이 공간을 차지하는 것과 묵은 것들을 수시로 살피고 비워주어야 한다. 하지만 아무런 계기도 없이 그것들을 제때 제떼 정리하기란 쉽지 않다. 특히 묵은 것은 어느 순간부터는 마치 배경이 된 것처럼 눈에 띄지 않는다. 조용히 자리를 지키며 썩어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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