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길 하루가 동났다

by Quat


그때의 우리는

참 다양한 모습이었다.


유난히 추웠던 겨울날,

처음 네 손을 잡았을 때 느낀 냉기는

'이 나이에 차가 꼭 필요할까'란 생각을

어리석다고 여기게 만들었다.


앙상한 나뭇가지에

각양각색의 꽃들이 피기 시작할 때쯤

우린 서로에게만 무너지고 되살아나기를

수없이 반복하고 있었다.


낮밤을 무시한 채 계속되는

우렁찬 매미 울음소리에 묻혀,

우리 사이의 목소리는

조금씩 줄어들고 있었다.


얇았던 옷의 두께가

조금씩 두꺼워지기 시작하자

현실도 그만큼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서로를 바라보는 시간보다

자신의 부족함을 마주해야만 하는

시간들이 점점 늘어가버렸다.


끝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면서도

억지로 웃음짓고 모른 척하며

애써 하루를 넘기곤 했다.


아무리 두꺼운 책도

마지막 페이지는 항상 있듯이

더 넘길 하루도 동이 나버렸다.


최선이었다면 최선이었고,

부족했다면 부족했던

우리만의 연속극은

그렇게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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