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은 때로 말보다 더 큰 진실을 전한다.
아슬아슬한 경계에서
균형을 잡는 듯한 그 순간이
조용히 귀 기울이게 만든다.
그림을 잘 그리고 싶다면
관찰부터 하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좋은 것을 경험해야 좋은 것을 안다는 말처럼,
무엇을 바라보고 마음에 담느냐에 따라
그려지는 세계는 달라진다.
음악은 어떨까.
그림이 보는 방식에 따라 달라지듯,
음악도 듣는 경험에 따라서
언어 너머의 진짜 이야기를 드러낸다.
진실은 늘 단순한 곳에 있다.
듣기 위해 필요한 건 결국 ‘침묵’이다.
공연장에서의 엄숙함도 딱딱함이 아니라,
감각을 깨우기 위한 예열의 순간에 가깝다.
피아니스트 알프레드 브렌델(Alfred Brendel)은
청취와 고요가 동일하다는 뜻을
알파벳 순서를 바꿔
재미있게 표현한 적이 있다.
listen=silent
요즘은 그 침묵이
언어에서는 물음표처럼 느껴진다.
그 물음표 앞에서
음악도, 마음도
각자의 속도로 대답을 건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