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3분의 2가 지났을 것이다. 핸드폰을 뒤적이며 영화 "변산"의 리뷰들을 한참 스크롤했다. 별점 10점 만점에 거의 대부분이 8~10점이다.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한 두 개만 채운 별점을 찾아 헤맸다. 가뭄에 콩 나듯 보이기는 한다. 공감되는 몇 안 되는 독설에 감독의 메시지를 읽어내지 못하는 것 같아 자괴감에 빠졌다.
엔딩크레딧이 올라가고 쿠키영상이 나오는데 같이 보던 아내와 쓴웃음을 지었다. 시계는 새벽 2시 반을 가리키고 있었다.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면 보는 중간 잠들어버리지만 그래도 두 시간 정도의 긴 러닝타임을 겨우 버텨냈다. 거장 이준익 감독이 만든 작품이라 끝까지 붙들어 놓는 맛은 있다.
주인공 학수의 지속적인 욕설은 영화를 보는 내내 불편했다. 물론 사랑받지 못한 채 성장하여 꿈을 향해 노력하고 있고 실패가 대부분인 캐릭터인지라 정당화는 될 수 있다. 하지만 전체적인 영화 분위기상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는 느낌이다. 평소 냉소적인 연기를 많이 하는 박정민 배우의 더욱 차갑고 이해할 수 없는 욕설들은 계속 미간을 찌푸리게 했다.
또 계속 의문이 들었다. 젊은 시절 깡패 생활과 외도로 가족에게 아픔을 남긴 아버지를 단지 병들었다는 이유로 유쾌하게 이해하라며 관객들을 종용하는 듯했다. 물론 주인공 학수는 심한 욕설과 반항으로 지속적으로 거부는 하고 있지만, 그마저도 유쾌하게 그려내려 한다. 그런 분위기에 불쾌함을 느끼며 너무 예민하게 구는 게 아닌지 계속 질문을 던져 봤다.
같이 보던 아내는 친구 용대에 대한 주인공 학수의 과거 학교폭력이 가벼운 조미료 정도로 쓰여도 되는 건지 반문했다. 그것조차 감독의 어떤 메시지 일수 있다며 영화를 고른 장본인으로서 응답해줬다.
오랜만에 돌아온 고향, 변산은 갖가지 코믹스러운 시련으로 찌든 내를 풍기며, 학수가 코를 막고 휙 고개 돌리게 만들지만, 변산반도의 아름다운 노을로 예쁘게 포장하려 한다. 모래알 같은 에피소드들을 유쾌하게 반죽하려 하지만 나만의 시선에서는 잘 뭉쳐지지 않는다. 노을과 마찬가지로 학수에 대한 선미의 짝사랑도 지고지순함 보다는 겉절이 같은 알싸함으로 학수와 함께 하지 못한다. '왜 저렇게 까지... 학수가 그 정도로 매력 있어?'
뭔가 나오겠지, 뭔가 나오겠지. 꾸역꾸역 흐르는 시간은 급하게 권선징악으로 마무리된다. '왕의 남자'에서는 아름다운 선들과 애절함으로, '박열'에서는 끓어오르는 애국심과 굵은 연기들의 찰흙 같은 배치로, 빠져들 수밖에 없는 감동을 선사했던 이준익 감독이다. 그래서 더욱 이해가 안 되는지도 모르겠다. 아니 어쩌면 가볍게 흐르는 스토리 속에 숨겨진 깊은 메시지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깜냥이 안 되는 나로선 찾아내지 못하는 메시지 일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내가 프로 불편러이거나 진지충일 수도 있는 것이다. 다수의 고득점 별점 속에 소수의 별점 테러가 나의 무지함을 증명해주고 있다.
영화를 보는 여러 시선들과 다른 해석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변산반도의 노을은 예뻤다고...
영화를 많이 보는 편이지만 제대로 어떻게 감상하는지는 잘 모릅니다.
느끼는 감정 그대로의 영화 감상문을 썼습니다.
"부엉이 아빠 보다" 코너를 신설하고 앞으로 종종 날 것의 영화감상문을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