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영화평이나 줄거리 요약이 아닙니다.
개인적인 느낌만 있을 뿐이오니 혹시 영화에 대한 정보나 줄거리를 검색하여 들어오신 분은 참고 부탁드립니다.
'으으으...'
'아아아...'
'오오오...'
'어어어...'
의자의 팔걸이 끝을 땀이 날 정도로 꽈악 쥐었다. 오금이 저려 발목을 안쪽으로 오므렸다. 이를 맞물려 앙 다물며 중력가속도를 이겨내려 안간힘을 썼다.
'휴...'
역시 할리우드 식으로 긴장이 해소되니, 안도감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보니 정면의 대형 스크린의 환호성처럼 박수까지 치며 동조하려는 관객들이 보였다. 하지만 얼핏 영화관이라는 것을 깨닫고 매너를 지키기 위해 모았던 손바닥을 살포시 내려놓는 모양새가 스크린의 빛에 의해 포착되기도 했다. 얼마 전 신문기사에서 이 영화가 상영되는 미국에서는 영화관에 미군의 모병 부스가 설치되어있다고 읽었었는데, 한국인인 나도 국뽕에 취해 미군에 지원하는 상상까지 해본다. 그렇게 오래간만에 영화관에서 압도됐다.
시험이 일주일 남았으나 일요일은 쉬자며 늦잠을 잤다. 또 주말 아침은 아빠가 요리사지만 최근 각종 바쁘다는 핑계로 미뤄왔기 때문에 오늘은 제대로 준비해 주자며 생선을 굽고, 된장찌개를 하고 반찬을 꺼내 담고 분주하게 움직여 아침밥을 차려냈다. 맛있게 식사를 하고선, 오늘은 뭐할까? 어디 갈까? 적극적으로 물어봤다. 아마도 시험 생각에서 완전히 벗어나고 싶어 일종에 도피처로 삼고 싶었던 것일 지도 모르겠다.
"아, SKT VIP 이번 달 꺼 써야 하는데, 영화쿠폰으로 쓰자, 요즘에 영화 재미있는 거 뭐하지? 오, 맞다, 탑건 2 개봉했잖아. 그거 보자, 너네들은 뭐할 거야?, 뭐?, 너네들은 만화 보고 싶다고? 그럼 엄마 아빠 갔다 올 동안 만화 돌려 보고 있어. 너무 오래 보지 말고, 한두 시간 보고나서 꺼야 해"
혼자 묻고, 혼자 대답하고, 혼자 결정하고, 혼자 일정을 정리한다. 익숙해진 아내도 무슨 영화인지 묻지도 않고 그대로 따라나선다. 나도 탑건 2에 대한 큰 기대보다는, 오랜만에 스크린에 눈과 귀와 뇌를 맡긴 채 아무 생각하지 않는 것에 큰 기대를 걸고 힘차게 시동을 걸었다.
영화관에 빠질 수 없는 팝콘과 콜라를 대신한 아이스 아메리카노.집에서 30분 정도 걸리는 영화관에 부랴부랴 갔지만 입장시간이 지난 뒤였다.
"나 먼저 가서 티켓 출력하고 있을 테니까, 팝콘 사놓고 있어"
"화장실 다녀올게"
"7관이 어디야?"
"여기여기"
착석을 하고 나니, 광고가 막 끝나고 상영관에 불이 딱 꺼지는 시점이다. 휴, 오늘 하루를 통으로 쉬기로 한건 잘했다는 안도감으로 시원한 아메리카노를 꿀꺽꿀꺽 급히 넘기고, 고소한 팝콘을 한 움큼을 집어 들었다.
초반은 역시 기대했던 것처럼 생각 없이 보기에 충분했다. 너무 오래돼서 잘 생각나지 않지만 전작을 연상케 하는 비슷한 인트로, 케비넷 안에서 구지비 꺼내지는 오래된 항공점퍼, 30년도 넘었지만 깨끗이 관리된 오토바이, 부각되는 레이벤 선글라스, 이제는 주름이 가득하지만 그래도 여심을 사로잡는 톰 크루즈의 미소. 으음, 역시 전작을 뛰어넘는 속편은 나오기 힘들겠구나 라고 혼잣말하며 스윽 몸을 시트에 깊숙이 파묻었다.
그래도 옆에서 반짝반짝한 눈망울로 스크린을 주시하고 있는 전편을 본 적이 없는 아내에게 역시 식상하다느니, 역시 할리우드 영화라니 하며 내색하진 않았다. 대신 화면에 나오는 항공모함에 전투기 이착륙 원리, 마하의 속도가 무엇인지, 조종사들이 느끼는 중력가속도가 무엇인지를 다른 관객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아내에 귀에다 대고 넌지시 알려주며 흥미를 유발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나 또한 전편인 탑건 1을 보고 난 후 그 영화에 푹 빠져서 몇 날 며칠을 허우적거렸던 기억이 있었기에 그와 비슷한 감동을 아내가 느끼길 바랬다.
결국 할리우드 영화식일 거라고 너무 기대했기 때문일까? 멍하니 보자는 생각은 점점 오판으로 이어지며 오만함에 뒷통수를 때린다. 점점 스크린으로 빨려 들어갔고, 심장이 두근두근 뛰기 시작했다. 주연 톰 크루즈를 비롯한 배우들의 열정, 이 영화에 관계된 모든 스태프들의 노고가 그대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요즘 영화답지 않게 거의 모두 실제로 촬영된 듯한 영상은 보는 내내 아찔하게 다가왔다. 특히 항공 씬은 가히 압도적이었다. 지금 일반 상영관에서 보는 자체가 죄스러울 정도였다. 좌석까지 움직이고 물이 튄다거나 바람까지 느껴지는 4DX 영화관에서 봤으면 얼마나 짜릿했을 까 뼈저리게 후회했다.
항공모함, F-18, F-35(F-22인지, F-35인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그리고 아름다운 전투기 톰켓... 이미 나는 나의 심장을 내어 주고 있었다. 뻔한 클리세는 가끔 물음표를 떠올리게 했지만, 스크린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정은 그런 결점이 뭔 상관이냐며 환하게, 또는 강렬하게 뭉게버렸다. 그리고 모든 배우들이 그랬겠지만, 특히 주연 배우 톰 크루즈의 열연과 그 열정은 슬럼프에 빠져있는 나를 반성하며 돌아보게 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위력으로 엔딩 크레딧을 패스하고 화장실로 달려갔지만, 아마도 그게 아녔더라면 엔딩크레딧이 다 올라가고 화면이 꺼지고 관리자가 나가라고 할 때까지 앉아 있을 심산이었다.
말 그대로 너무 재미있는 영화였다.
참고로, 군대, 전투기, 항공모함 이런 것에 관심이 1도 없는 아내가 그날 밤 아이들을 재우고 탑건 1편 VOD를 찾아내어 기어코 다 보고 잠들 정도였으니...
탑건:매버릭 메인 예고편을 링크합니다.
(출처: Daum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