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시작하고 30분이 지났다.
의아해하며,
'박찬욱 감독 작품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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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끝나가고 있나 시계를 봤다. 아직도 한 시간이나 남아 있다.
지루함인지, 안도감인지, 남은 시간의 기대감인지,
'아, 맞다. 박찬욱 감독 작품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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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 크레딧이 올라갔다.
다행히,
'박찬욱 감독 작품이 맞네'
휴가를 낸 아내와 평일에 뭘 하면서 보내야 알차게 보낼 수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봤지만, 역시나 영화관 나들이 밖에 생각나는 것이 없었다. 박찬욱 감독의 신작이라는 어렴풋한 잔상은 있었지만, 강렬한 궁금증과 흥미를 유발시키는 예고편 덕분에 영화 "헤어질 결심"을 선택했다. 영화의 대한 정보는 오로지 예고편에서만 얻고 있었다. 어떤 장르인지 검색을 해보거나 뉴스 기사를 읽어 본다거나 평점을 검색하지 않았다. 아무 정보 없이 영화보기를 좋아하는 아내처럼 단순하게 예매했고, 간단하게 매표했고, 해맑게 팝콘을 샀고, 시니컬하게 좌석에 앉았다. 때 맞춰 상영관 조명이 꺼진다. 그리고 옆에 따라 앉은 아내가 내게 묻는다. "근데, 영화 제목이 뭐야?" 오, 마이갓...
영화관에 나를 이끈 예고편처럼 역시 영화 초반은 미심쩍고 찝찝하게 카메라 구도를 가지고 간다. 장면 장면마다 대사의 단어 단어마다 무언가를 의미하고 있는 것 같지만 아직 이해가 되지 않는다. 나의 눈은 배우 박해일과 탕웨이의 연기에, 한 남자가 산에서 추락한 변사사건에, 좀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시간이 좀 더 흐른 후, 뭔가 나오겠지 뭔가 나오겠지 기대하고 있는데 점점 내용이 산으로 흘러간다. 어, 스릴러 아니었나? 약간 로맨틱 코미디로 장르가 바뀌네... 이거 박찬욱 감독 영화 맞지?
독한 년, 마침내, 향수, 불면증, 음성 녹음, 음성 번역, 깊이깊이 던저버려, 붕괴... 분명히 의미부여를 하고 있는 것 같지만 해석이 되지 않는다. 계속 찝찝하게 관객을 밀어붙이는 기분이다. 그런데 갑자기 변사사건의 과정을 남주인공이 쭉 풀어 설명해준다. '이렇게 쉽게 해석해서 끝낸다고?' 시계를 보니 아직 러닝 타임이 한 시간 정도 남아있다. 언뜻 지루한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그렇지, 이렇게 쉽게 끝내버리면 박찬욱 감독 영화가 아니겠지.
아, 왜 이렇게 질질 끌고 왔는지 이해가 되기 시작한다. 살인을 정당화할 수는 없지만 살인 동기에 대해서는 감정이입을 하게 만든다. 왜 여주인공이 '독한 년'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를 밝혀준다. '마침내' 치밀하게 꾸며놓은 장치물들이 유기적으로 빈틈없이 연결된다. 그리고 모든 장치들을 심연으로 '깊이깊이' 던지며 파도에 스르륵 '붕괴'되는 모래더미로 마무리를 짓는다. 그러고 보니 긴 러닝타임 동안 화면에서 눈을 뗄 수 없었던 이유는 장면마다 그럴싸하면서도 딱 어울리며 깔리는 음향에,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미장센이, 이 치밀함을 더욱 극대화시켰던 것 같다. 역시 박찬욱 감독의 작품이 맞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데 옆에 앉은 아내가 깜짝 놀라 물어본다. "이거 박찬욱 감독 영화였어?" 오 마이갓, 아내에게 그런 정보조차 주지 않았구나.
이 작품을 잘 만들었다느니, 잘 못 만들었다느니 논란은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아내의 놀람처럼 신선한 맛이 있으니 그런 면에서는 성공한 게 아닌가 싶다. 하지만 아내의 놀람이 실망인지 감탄인지는 논란이 있을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영화가 친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아, 그 장면...' 하고 이미 지나쳐버린 아쉬움이 빈번하다. 잘 알아차리지 못한 내 탓도 있겠지만 감독이 너무 많은 것을 말하려고 하지 않았나 싶다. 프로가 힘을 빼고 공을 쳐야 하는데 약간 힘이 잘 못 들어간 느낌이다. 아니 어쩌면 박찬욱 감독이 로맨틱 스릴러가 처음이라 아마추어 느낌이 나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다 차치하고, 영화 "헤어질 결심", VOD로 나온다면 꼭 다시 보며 제대로 해석해볼 생각이다.
"헤어질 결심" 예고편을 링크합니다.
(출처: daum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