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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흠 Nov 08. 2024

내가 빠른 걸까 네가 느린 걸까??

카페 알바를 할 때였다. 부부로 보이는 손님이 들어왔다. 규모가 제법 큰 베이커리 카페였기 때문에 빵을 구입하는 손님이 많았다. 지금 들어온 부부도 음료를 주문하기 전 빵이 진열된 곳으로 가 빵을 고르기 시작했다. 나는 주문을 받기 위해 카운터에 섰다. 아내로 보이는 손님이 빵 앞에서 한참을 고민하더니 결정한 듯 빵을 집게로 집어 들었다. 아... 이 빵이 아니었다보다. 다시 빵을 내려놨다. 잠시 다른 빵 앞을 서성거리더니 또 고민하는 듯 보였다. 그러기를 여러 번 드디어 네 개의 빵을 골라왔다. 이제 음료를 고를 차례다.

"여보! 뭐 마실래??"

부부가 맞았다. 남편에게 음료를 뭐 시킬지 물어봤다.

자리를 맡으러 갔던 남편이 돌아와 카운터 앞에 섰다. 그리고 메뉴판을 한참을 바라봤다. 부부와 나 사이에 긴 정적이 흘렀다. 마치 주변 빼고 우리의 시간만 멈춘 듯이 우린 정지해 있었다. 아주 성능 좋은 초고속 카메라를 재생시켜 놓은 듯했다. 한참을 고민하던 남편이 드디어 결정한 듯 입을 뗐다.

"저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 주세요"

역시 튜닝의 끝은 순정이랬나. 그 긴 시간 고민 끝에 고른 메뉴는 아메리카노였다.

"나는 뭐 마시지???"

그리고 시작된 아내의 메뉴 선택... 마치 좀 전엔 메뉴판이 남편에게만 보였던 것처럼 이번엔 아내가 메뉴판을 정독하기 시작했다. 한 글자도 놓치지 않겠다는 것처럼 정말 메뉴판이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리고 드디어 결정을 내렸다.

"저도 같은 걸로 주세요"


일하던 카페는 바쁠 땐 20명이 넘는 단체 손님이 들이닥칠 정도로 바쁜 매장이다. 다행히 이 시간은 마치 부부가 나에게 PT 신청을 한 것처럼 한산했고 부부와 나뿐이었다. 어찌나 다행이던지...


그 부부를 바라보며 내 안에선 답답함이라는 감정이 올라왔다. 그리고 이내 생각해 보았다. '왜 답답하지?'

부부가 너무 천천히 메뉴를 골라서?? 부부가 메뉴를 고른 속도는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았다. 내 안에서만 느렸을 뿐. 그 부부의 시간에선 그 속도가 평범했을 것이다.

나라면 어땠을까. 내가 빵을 고르고 음료를 골랐다면 누군가에게 쫓기듯 골랐을 것이다. 마치 빨리 고르지 않으면 아르바이트생이 주문을 안 받아줄 것처럼 굴었을 것이다. 그렇게 빵과 음료를 골랐을 때 과연 그 속도는 정말 빨랐을까?? 이 부부가 바라봤을 땐 빨랐을 것이고 또 다른 누군가가 바라봤을 땐 느렸을 수도 있다.

나는 내게 쓰인 편견과 패러다임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내가 가진 시간으로 다른 사람의 시간을 평가한다. 내 세상의 시간이 있듯 그 사람 세상의 시간도 있는 것이다. 내가 아닌 타인의 세상을 알아차리고 존중해 줄 때 배려의 마음이 생겨난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빠른 것도, 네가 느린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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