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엄석대가 아니다. 하지만 잠시 권력에 취해서 아이들을 독려한 적은 있다. 42년 전의 권력남용에 대해 커밍아웃을 하게 된다. 우리 선생님은 이제 갓 교대를 졸업하고 오신 신규선생님이시다. 이 사실은 내 나이 30대가 넘어서 선생님을 재회하고 나서 역산하여 알아낸 사실이다. 종례가 끝나면 우리는 전체가 함께 각자의 담당구역에서 청소를 한다. 청소검사는 반장과 부반장의 몫이다. 내가 어떻게 부반장이 되었는지 잘 기억이 안 난다. 면소재지에서 5킬로미터 떨어진 산골짜기 촌뜨기에 크게 부각되는 외모도 아니고 거의 말없이 학교생활만 하던 나인데 부반장이 된 것을 생각해 보면 아마도 성적순이었을 것이다. 반장이 나보다 성적이 조금 나았다는 것은 뚜렷이 기억난다. 선생님으로부터 부여받은 막강한 권력을 부반장이었던 나는 한없이 즐겼다.
반장과 부반장은 청소를 하지 않는다. 선생님이 감독을 하라고 하셨다. 등굣길에 항상 내 머리를 감싸는 따뜻한 털모자와 장갑은 감독이 휘두르는 지휘봉이 되었다. 털모자 속에 장갑을 넣고 청소 안 하는 친구를 향해 휘둘렀다. 권력의 방아쇠를 당기는 것보다 방아쇠를 당길 수 있는 권한을 즐겼는지도 모른다. 우리 집 대청마루의 나무판처럼 넓은 교실 마룻바닥은 우리들의 손길로 항상 반질반질했다. 초칠하는 아이들, 걸레질하는 아이들, 노는 아이들, 노는 아이들 응징하는 아이 이렇데 청소시간은 시끌벅적하며 바닥을 반질반질하게 만들었다. 왜 바닥을 반질반질하게 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말이다. 무슨 의미인지 모르고 궁금해하지 않았던 것들이 지금 궁금해진다.
왜 마룻바닥을 반질반질하게 닦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