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드 니로>와 <손석구>는 같은 사람?

서로 다른 시대가 만든 같은 얼굴

by 장교주

로버트 드 니로(Robert De Niro).


명실상부, 명불허전, 강렬한 메소드 연기의 살아있는 전설.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명품 배우죠. 제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배우이기도 하구요.

대부2, 택시 드라이버, 디어 헌터, 히트, 인턴, 더 아이리시맨 등 그를 대표하는 작품들은 정말 헤아릴 수 없을 정도입니다. 드니로의 연기를 보고 있노라면 이상하게도 그가 연기하는 직업을 나도 진짜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게 만듭니다.

어렸을 때는 《대부2》의 ‘비토 꼴레오네’를 보며 ‘나도 저런 낭만적인 마피아 보스가 되고 싶다’는 엉뚱한 상상을 하기도 했고,

다운로드_(1).jpg 대부2(The Godfather Part II, 1974)

《택시 드라이버》를 보고는 고독한 택시 기사를,

다운로드_(2).jpg 택시 드라이버(Taxi Driver, 1976)택시 드라이버(Taxi Driver, 1976)

《디어 헌터》를 보고는 사랑, 우정, 가치관에 고뇌하는 군인을,

다운로드_(3).jpg 디어 헌터(The Deer Hunter, 1978)

《인턴》을 보고는 퇴직 후 다시 젊은 후배를 위로해주는 인생 2막을 꿈꾸기도 했습니다.

사본_-사본_-다운로드_(4).jpg 인턴(The Intern, 2015)

어쩌면 지금 제가 교직을 은퇴하고 선생님들을 위한 힐링 강연을 하고 있는 것도, 영화 《인턴》 속 로버트 드니로의 모습을 꿈꾸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너무 좋아하는 배우라 그의 작품을 볼 때면 자연스럽게 연기에 몰입해서 보게 되는데, 어느 순간부터 드니로 연기에 흐르는 일종의 특징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저만의 생각일지 모르겠지만요^^)

그는 상대방을 바라보는 눈빛 연기에서는 절대 오버하지 않고, 절제된 감정의 극치를 보여줍니다. 특히 인상적인 건, 중요한 대사를 하면서도 상대방을 곧장 응시하지 않고 잠시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는 순간들입니다.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묘한 여운이 있는데, 오히려 그 흐트러진 시선 속에서 더 큰 감정의 폭발을 느끼게 됩니다. 이런 장면의 최고봉으로 저는 영화 《히트》의 한 장면을 꼽습니다.

은행 강도 역의 로버트 드니로와 그를 쫓는 형사 알 파치노가 단둘이 식당에서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누는 바로 그 명장면이죠. 두 전설의 배우가 연기 맞대결로도 화제가 되었던 작품이었습니다. 알 파치노가 드니로를 또렷하게 응시하며 대사를 이어갈 때, 드니로는 때때로 시선을 다른 곳에 두고 담담하게 말을 건넵니다. 과장되지 않은 그 시선 처리에서, 오히려 더 인간적이고 감정적으로 와 닿는 힘이 느껴지더군요. 그래서 저는 이 절제된 눈빛 연기를 참 좋아합니다.

영화 <히트> 중에서

영화를 보다 보면, 서로 다른 나라와 시대를 살았는데도 닮아 있는 배우들을 만나게 됩니다. 저에게는 그중 가장 먼저 떠오르는 조합이 바로 로버트 드니로와 손석구입니다. 손석구의 연기 장면에서도 드니로처럼 상대를 응시하다가 가끔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는 장면이 있더군요.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중에서
드라마 <살인자ㅇ난감> 중에서

두 배우의 공통점은 화려한 액션이나 과장된 감정 표현보다, 말없이 고요한 순간에서 폭발하는 긴장감에 있습니다. 감정을 한 번에 터뜨리기보다, 천천히 누적시키며 쌓아 올리는 연기를 보여줍니다. 그래서 이들이 등장하는 장면은 종종 조용하지만, 그 침묵 속에는 관객을 압도하는 힘이 담겨 있습니다. 화려한 제스처 없이도, 심지어 눈빛 하나만으로 장면 전체의 온도를 바꿔버리는 배우들. 말이 많지 않은데도 감정선이 또렷하게 살아 있는 눈빛, 감정을 크게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인물의 내면을 끝까지 누르고 버텨내는 듯한 응축의 미학. 그래서 저는 종종 이렇게 생각합니다.

‘손석구는 지금 이 시대가 선택한, 가장 현대적인 방식의 로버트 드니로가 아닐까.’

서로 다른 나라, 다른 세대의 배우들이지만, 인간의 내면을 탐구하는 방식만큼은 놀라울 만큼 닮아 있습니다. 그래서 이 둘의 작품을 함께 떠올리면, 영화가 그저 ‘보는 것’을 넘어 직접 따라 해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되는 것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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