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죽음 (1)

by 은빛바다

아버지에게 죽음의 조짐이 보이던 그날, 당신은 회사 행사로 출장 중이다.


당신의 근무하는 회사는 파주출판단지의 활판인쇄박물관, 그곳에서 큐레이터를 맡고 있다.


주말에 지방 학생을 초청하여 임진각과 DMZ의 철새를 투어하고 박물관에서 활자를 체험하는 행사를 1박 2일로 진행한다.


하루 종일 버스를 타고 돌아다니며 학생에게 임진각의 배경과 철새의 생태에 대해 설명을 해준다.


저녁이 되자 다음 날 행사 일정을 공지하고 숙소 배정을 마친다.


피곤한 몸으로 방으로 들어간 당신은 가장 먼저 휴대폰을 꺼내 같이 사는 아버지에게 전화를 건다.


아버지의 연세는 86세. 당뇨와 고혈압이 있을 뿐 큰 질환은 없다. 요즘 황반변성으로 한쪽 시력을 잃었고 백내장 수술도 했다.


그 연세에 이 정도의 병치레는 당연하고 오히려 건강한 편이라고 당뇨약을 타러 동네 병원을 갈 때마다 의사가 잘 모시고 있다며 칭찬한다.


“근호냐……. 바쁜데 뭐 하러 전화를 거냐. 회사 일은 잘하고 있지?”


의외로 아버지의 목소리가 탁하다. 당신은 금방 눈치를 채고 통화에 집중한다.


“아버지, 어디 편찮으세요?


“그게 말이다. 점심부터 소화가 잘 안 되네. 영호가 사 준 약을 먹었더니 괜찮다. 내일 들어올 텐데 뭐 하러 전화하냐. 그만 끊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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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침대에 앉아 고개를 꺄웃거린다.


아버지는 아무리 몸이 불편해도 누구를 시켜 약을 사 오게 하는 성격이 아니다.


고통을 참고 약국으로 걸어가 스스로 약을 사서 가족 몰래 복용하는 분이다. 뭔가 이상하고 불안하다. 당신은 같이 사는 큰형에게 전화를 건다.


“전에 둘째가 갖다 준 전어 있잖아. 그걸 프라이팬에 튀겨 드시더니 소화가 안 된다고 하시네. 좀 상했나 봐. 약국에서 약을 사드렸더니 괜찮다고 하셔.”


“병원에 모시고 가지. 혹시 몰라서 그래. 노인네 밤새 안녕이라고 하잖아.”


“그 정도는 아니야. 내가 알아. 아까 병원에 가실래요? 물으니까 금방 낫는다며 오히려 화를 내시더라. 병원에서 돈 쓰는 게 아까운 거지.”


하긴 아버지의 성격이 만만치 않다. 나이를 먹을수록 더 경우 없는 고집만 부리고 성질만 낸다. 언젠가 당신이 이마를 방문 모서리에 찧으며 분통을 터뜨리지 않았던가.


통화는 여기에서 끝난다. 미심쩍지만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 내일 행사까지 잘 진행하려면 일찍 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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