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옥스퍼드
엉성한 달걀요리와 베이컨, 토스트와 간단한 샐러드를 합하면? 브런치가 된다. 우리 부모님세대가 보면 "이런 걸 밖에서 왜 큰돈 주고 사먹냐" 할 수 있는 구성이지만, 브런치만이 가지고 있는 게으른 낭만이 있다. 또 브런치하면 떠오르는 '잉글리쉬 브랙퍼스트', 진짜 원산지에서 먹어보고 싶어 런던 근교 옥스포드에 도착하마자 동행과 함께 먹으러 갔다.
저런, 이 곳이 문제였을까? 소시지는 짜고, 토스트는 텁텁했으며, 계란은 간이 어설펐다. 하지만 "옥스포드에서 잉글리쉬 브랙퍼스트를 먹어봤다"는 사실만으로도 즐거운 순간이다.
해리포터는 필자의 유년시절을 함께한 소설이다. 하나도 재미를 못 붙이던 영어책을 처음으로 스스로 찾아 읽었던 기억이 있다. 해리가 체험하는 모든 신비롭고 풍부한 세계가 너무도 동경스러웠다. 나에게 가족의 소중함을 가장 먼저 가르쳐준 책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나에게 영국 여행 목적의 반은 해리포터 성지순례였다. 이 옥스포드를 방문하게 된 것도 그 이유. 옥스포드 대학 보들리안 도서관은 세계 5대 아름다운 도서관이기에 앞서 해리포터 촬영지로 유명하다. 1층에는 영화 <해리포터와 불의 잔>에 등장한 학생들이 댄스를 연습했던 공간이 있다. 실제 도서관은 해리포터에 자주 등장하는 도서관인데, 사진촬영이 불가하다. 6.0파운드에 전체 투어를 예약할 수 있다.
필자도 투어를 신청했는데, 투어 자체는 가이드 분이 굉장히 무미건조하게 설명을 하셔서 그닥 재밌지는 않았지만, 정말 마법사들의 책이 꽃혀있을 것 같은 도서관이여서 신기했다. 무엇보다 해리포터에서 도서관이 나왔던 씬들이 새록새록 생각나면서 잠깐이나마 호그와트에 와있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건물들이 다 고딕한 옥스포드 대학은 실제로 호그와트에 영감을 준 건축물들이라고 한다. 투어 가이드에 따르면 해리포터 감독이 옥스포드 대학에 다니고 싶어했던 야망을 담은 것이라고...
해리포터를 차치하고서도 옥스포드 대학은 세계에서 알아주는 명문 대학이여서, 그들의 캠퍼스 라이프가 궁금했다. 대학 안의 공원인 보타닉 가든은 대학 안의 휴식처같은 곳이다. 푸릇푸릇한 정원에서 유유자적하게 책을 읽는 대학생들과 애기들을 데리고 산책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잠시나마 옥스포드 새내기가 되어 공원에서 햇살을 만끽했다.
킹스크로스역 플랫폼 9 3/4
런던에서 머물렀던 숙소 근처였던 킹스크로스 스테이션. 서울의 서울역과 비슷한 킹스크로스 스테이션에는 실제로 플랫폼 9 3/4을 꾸며놓은 공간이 있다. 전세계에서 몰려오는 해리포터 팬들을 위한 재치랄까, 수익창출이랄까. 플랫폼 9 3/4에 도착하면 우선 어마무시한 대기줄이 관광객들을 반긴다. 자신의 하우스에 맞는 호그와트 목도리까지 빌려주고, 사진을 직접 찍어주는 관리자, 그 순간 목도리를 휘날려주는 관리자까지 아-주 체계적으로 관리가 되고 있었다.
그리고 사진을 찍으면 자동으로 굿즈샵에 들어가게 되어있는데, 필자는 해리포터 스튜디오에 따로 갈꺼라 굿즈를 구매하진 않았다.
해리포터 스튜디오
무언가를 깊게 파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꿈에만 그리던 것을 눈 앞에서 보았을 때 느껴지는 짜릿함과 성취감을. 해리포터 스튜디오에서 해리가 이모네에서 살던 다락방을 보았을 때 그 기분을 느꼈다. 그래, 해리도 저기서 온갖 시련을 겪다가 결국 세상을 구했었지. 게다가 주변 사람들도 모두 푹 빠진 눈빛으로 스튜디오를 돌아다니고 있어서 나 또한 더욱 그 순간에 집중 할 수 있었다.
이제는 흔해져버렸지만 2018년도 그 당시에는 너무 갖고 싶었던 해리포터 젤리빈. 신난 마음에 샀지만 역시나 그닥 맛은 없었다. 하지만 굿즈를 맛으로 사나, 추억으로 사는거지.
2018년 나는 고작 21살이었다. 그 당시에는 나 스스로가 어렷한 어른이고, 어른이라면 좋아하는 나라로의 해외여행 정도는 씩씩하게 혼자 다녀올 수 있어야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다. 그렇지만 실상은 당연히 실수와 당황의 연속이었다. 그럼에도 계획했던 것들이 하나둘 눈 앞에서 펼쳐지는 것이 너무나 신기하고 뿌듯했던 기억이 있다. 영국에서의 여행 기억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이 해리포터 스튜디오였다. 어린시절 동심을 떠올리게 만들었던 환상적인 곳. 그 곳에 내 영원한 해리포터에 대한 애정을 고이 묻혀두고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