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을 위한 나라가 있다

길지 않은 유효기간

by 서무아

비잔티움에로의 항해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저곳은 늙은이가 살 나라가 못 된다

서로 껴안고 있는 젊은이들, 나무의 새들

ㅡ저 죽어가는 세대들ㅡ은 노래 부르며

연어 폭포, 고등어가 우글대는 바다, 물고기, 짐승, 또 새들은 온 여름 내내 찬미한다

온갖 잉태하고 태어나고 죽는 것을

관능의 음악에 사로잡혀

모두가 늙지 않는 지성의 기념비를 소홀히 하고 있다


늙은이는 거저 하나의 하찮은 물건

막대기에 걸쳐 놓은 다 해진 옷

만일 영혼이 손뼉 치며 노래 부르지 않는다면

유한한 옷의 조각조각을 위해 더욱더 소리 높여 노래 부르지 않는다면

또한 거기엔 영혼의 장려한 기념비를 공부하는 노래 학교만이 있다

그래서 나는 바다 건너

성스러운 도시 비잔티움으로 항해해 왔다


오, 마치 벽의 금빛 모자이크 속에 있는 것처럼

신의 성스러운 불 속에 서 있는 성인들이여 성화로부터 나오라, 감돌려 내려오라

그래서 내 영혼의 노래 스승이 되어라

나의 심장을 삼켜라, 욕망으로 병들고 죽어가는 동물에 얽매여 심장은 스스로가 뭔지 알지 못하니, 그리고 나를 영원한 예술품 속에 넣어다오


한 번 자연을 벗어나면 나는 결코 자연을 닮은 육체의 모습을 취하지 않으리라

오직 희랍 금세공공이 졸린 황제를 깨워 놓기 위해

혹은 비잔티움의 귀족과 귀부인들에게 과거, 현재, 미래를 노래해 주도록

황금 가지 위에 앉혀 놓은 쳐늘인 황금 혹은 황금 에나멜로 만든 그러한 형상이 되리라


*ㅡ*


밤 10시가 다 된 시간, 문자 한 통이 떴다.

"혹시 통화 가능하신지요?"

간혹 길에서 마주치면 눈인사 나누고 Y, A와 넷이서 식사를 한 적이 한 번 있는 교우 자매님이다. 그때 통성명한 기억으로는 같은 부산 출신이며 나보다 한 살이 많다. 다른 교우에게 물어서 내 전화번호를 알아냈다고 한다. 밝고 쾌활하다. 오늘 통화 역시 거침이 없다.

"성가대에 들어오세요."

"아유, 70이 넘은 걸요."

"70이 중요해요, 70이 넘어야 해요."

"하하하ᆢ."

"토요 특전, 7시 미사에 봉헌하려고 시니어 성가단을 모으고 있어요."

10분 넘게 이런저런 대화가 이어졌다. 얼렁뚱땅 시니어 성가대원이 되었다. 문자 하나가 바로 뜬다.

21일 7시 미사

입당 119

봉헌 511, 219

성체 496, 498

파견 280


3월 21일, 미사 1시간 전인 6시. 모임 장소인 3층 평화방으로 가기 위해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80대로 보이는 부부 한 쌍이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오셨다. 앞서 걸으시는 자매님은 걸음걸이가 불편해 보였다. 조금 뒤에서 열심히 따라오시는 형제님은 지팡이에 의지해 천천히 걸으셨다. 귀 뒤에는 보청기까지 걸려 있다. 안온한 표정으로 두 분은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도 서로 편하게 간단한 대화를 주고받는다. 서로 높임말을 쓰지도 않는다. 친구 같은 분위기다.

3층에서 같이 내렸다. 그런데 가는 곳이 똑같다. 3층 교리실 평화방. 시니어 성가대원이시다. 지팡이를 짚고 보청기를 착용한 성가대원이라니 ᆢ. 잠시 후 들어오신 또 다른 형제님 한 분도 연로하신 데다 보청기를 쓰고 계신다.

'아, 시니어란 말이 괜히 붙는 게 아니구나, 시니어는 시니어구나.'

15명이 채 안 되는 노인들이 긴 책상 양옆으로 마주 앉았다. 남자 다섯 분. 테너 목소리가 우렁차고 안정되어 있다. 아직 지휘자도 없이 잠시 섭외에 성공한 임시반주자와 단장의 지도로 50분 간 성가 6곡을 연습했다. 여자는 소프라노와 알토, 남자는 모두 테너다. 나는 음역은 알토지만 낯선 알토 악보를 읽을 자신이 없어서 귀에 익숙한 소프라노 파트를 선택했다. 한 곡 연습이 끝날 때마다 젊은 반주자가 격한 박수를 치며 격려했다.

"오, 대단하세요, 정말 잘했어요, 멋지세요."

기대치가 그만큼 낮았다는 말일까?


미사 시간에는 신자석 맨 앞 두 줄에서 성가를 합창했다. 나중에 만난 수녀님이 말씀하셨다.

"소리가 좀 처지긴 했지만 참 잘하셨어요."

여든이 넘으신 나이로 시니어 성가대 창단에 참여하신 그 부부 중 형제님은 60여 년에 걸쳐 성가대 생활을 해 오셨다고 한다. 20대부터 청년 성가대원이셨다고.

, 60년 세월ᆢ.


그날 주보에도 시니어 성가대 모집 공고가 실렸다. 성가대 이름은 '우니따스'. 일치하여 한 소리를 낸다는 뜻이라고 한다.

한 명, 두 명, 알음알이 적극적인 홍보와 권유로 시니어 성가대원들이 부쩍부쩍 늘어나고 있다.


발등에 불 떨어진 토요일 오후, 부엌 아일랜드 위에 독서대를 두고 사중창 가톨릭 성가책을 펼쳤다. 일단 오늘의 성가들을 찾아 연습해 본다. 유튜브에 저장되어 있는 성가가 훌륭한 반주자이며 지휘자가 된다.


입당 10

봉헌 340, 216

성체 169, 183, 194

파견 115


지난 겨울, 두 달 동안 함께했던 성탄체험 성가대를 끝내고 신사베드로성당을 떠나올 때, 지휘자 선생님께서 얼굴 가득 미소를 띠고 격려하시던 말씀이 떠올랐다.

"그곳에 가셔서도 꼭 성가대를 하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