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늙기 싫다

나이 듦에 대한 두려움

by Loum

편의점 알바를 하다 보면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작게는 유모차에 타고 있는 신생아부터 많게는 100살 넘으신 할머니까지 상대하게 된다. 그리고 이른바 ‘진상’ 손님도 피해 갈 수 없게 된다. 편의점 알바를 하는 1년 동안 다양한 인간 군상을 보았다. 술 먹고 와 난동 피우는 손님, 고소하겠다던 캣맘 손님, 쪽지를 건네주며 대신 물건 좀 사 오라는 손님 등등 사회 심연의 여러 부분을 보게 되었다.


그중 나를 힘들게 했던 손님은 다름이 아니라 ‘나이가 지긋이 드신’ 손님분들이었다. 100명 중 99명이 젠틀하신, 내가 본받고 싶은 손님분들이었지만, 미꾸라지가 개천을 흐리듯 그 진상 손님 1명 때문에 어르신 분들에 대한 내 나름대로의 편견이 생긴 것 같다. 이런 경험들은 내가 나이가 들어가는 것을 부정적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나이가 드는 게 무섭다, 아니 두렵다고 해야 더 정확하려나. 나이가 들수록 더 큰 책임감이 생기고, 점점 사회의 일원이 되어 큰일을 해야 할 것 같다. 솔직히 말하자면 20대의 시간이 지나가는 게 점점 느껴진다. 20살 21살 때는 이런 시간이 영원할 줄 알았다. 나이가 드는 게 먼 이야기처럼 느껴졌지만, 이제는 그 변화가 피부로 다가온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단순히 나이가 드는 것이 아니라 책임이 더해진다는 뜻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더 나이 듦에 대해 부담을 느끼게 된다.


뇌과학적으로 나이가 들수록 더 시간이 빨리 지나간다는 느낌이 든다고 한다. 젊을 때는 모든 게 새롭고, 처음이라 시간이 안 가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나이가 들수록 새로움이 없어지고 모든 것에 익숙해져 빨리 지나가게 느껴진다고 한다. 최근 1년 동안 일을 하면서 그것을 몸으로 깨달았던 것 같다.


어제 <비포 선라이즈>라는 영화를 보았다. 20대의 낭만, 로맨틱, 사랑을 한 영화로 축약한 로맨틱 영화의 정수이다. 보면서 간질간질한 기분이 너무 좋았고, 나도 저런 사랑을 해보고 싶다는 느낌이 들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20대 중반이지만 그런 사랑을 해보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웠다. 사실 영화는 판타지 같은 일이라, 뭐 그런 일을 겪어보는 사람은 몇이나 되랴. 생각하면서도 20대 때만 느낄 수 있는 느낌을 이제 못 느끼게 될까 봐 두려워지기 시작한다. 점점 결혼을 생각하고, 현실적인 조건을 바라보게 되니깐. 무조건적인 감정이 아닌 현실적인 이성이 들어가는 시기니깐. 결혼과 같은 현실적인 문제를 생각해야 하는 시기가 다가오면서, 낭만은 점점 멀어지는 것만 같았다.


어른이 되는 것은 무엇일까. 결국 나는 나이가 들어가는 것을 두려워하고, 20대의 낭만 같은 사랑을 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어쨌든 시간은 흐른다. 나는 나이가 들 수밖에 없는 운명이고, 이것 하나는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내가 뭘 해야 할까. 생각이 많아지는 하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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