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을 앞두고 계획하는 남편

알콩달콩 퇴직 후 부부 이야기

by 그님

퇴직을 앞둔 남편은 생각이 많다. 하나씩 두 개씩 꺼낸 생각을 나한테 톡톡 털어놓는다.


"여보, 난 있잖아요. 퇴직 후에 어떻게 살아야 할지 요즘 생각이 많아요. 퇴직한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준비 없이 퇴직하거나 준비했다고 해도 그냥 취미 생활하며 지내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그래서 난 어떻게 살아야 의미 있게 살지 요즘 고민이 많아요."

"평생 일했으니까 조금 쉬어도 괜찮지 않을까?"

"일하다가 갑자기 쉬면 병날 것 같아요. 뭐라도 해야죠."

"무슨 일하고 싶어? 하고 싶은 일 있어?"

"내가 대학교 졸업할 무렵 사관학교에 가려고 했었어요. 목회 활동하려고요. 기도원에서 기도를 해서 응답을 받으면 입교하려고 했는데 아무런 느낌이 없어서 대학원에 진학한 거예요. 그래서 지금까지 공무원으로 직장 생활한 거고요."


"왜? 지금 다시 목회 활동하려고?"

"그래서 말인데요. 구세군에 특무 제도가 있대요. 사관학교를 졸업하지 않았어도 구세군 교인으로 오랜 기간 신앙생활한 사람이면 시골 구세군 교회에 가서 말씀 전하는 일을 할 수 있다고 내가 전화해서 확인했어요."


혼자 고민한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짐은 나한테 묻지 않고 확인했다는 것.


"당신이 나를 뒷받침해 준다면 같이 가서 말씀 전하는 특무로 지내고 싶어요."

"난 자신 없는데."


안된다는 말은 남편이 실망할 것 같아 자신 없다로 표현한 나. 나같이 믿음이 부족한 사람이 어찌 뒷받침해 줄 수 있을까 싶은 마음. 남편이 간절히 원하면 따라갈 생각도 마음 구석에 한 조각.


"크게 어려울 건 없어요. 내가 하는 대로 따라 오기만 하면 돼요."

"난 몰라."

모른다고 했지만 마음이 편하지 않은 나.


"알았어. 당신이 하고 싶으면 해야지."

평생 남편과 아이들 뒷바라지했기에 내게도 이루고 싶은 꿈이 있었지만 그대로 뭉쳐 두기로.


코로나와 더불어 특무 제도가 없어졌단다. 남편은 아쉬워했지만 나에게는 다행한 일이었다. 마음이 순한 남편은 바로 마음 접고 또다시 무슨 일을 하면 좋을지 물색.


"여보, 무얼 해야 좋을지 당신도 생각 좀 해줘 봐요."

"당신이 할 일을 왜 내가 생각해~ 당신이 알아서 하슈."

"에이~ 부부 일심동체 라잖아요. 당신도 생각해 봐요. 알았죠."

밀어붙여 맡기는 듯한 남편. 생각은 다르지만 공통점을 찾으려 한다고. 우리 두 사람 같이 할 수 있는 일이면 더 좋겠다고 한다.


거의 평생을 주말부부로 살아온 남편과 나. 이젠 같이 살면서 부대끼고 싶다고. 아껴주고 사랑해 주고 싶다 한다. 아이들 나 혼자 키웠다며 미안해하는 남편이닷.

"당신은 당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아. 나는 나대로 살 테니까."

"에이~ 그런 게 어디 있어요?"

"어디? 여기."

"이제 우리 함께 하면서 함께 배우고 함께 다닙시다."

남편의 말에 간절함이 있어 마음이 녹아져 갔다.


옛말에 남편이 퇴직하면 삼식이로 변해 아내가 귀찮아서 곰국 끓여 놓고 나간다 한다. 굳이 남편을 혼자 두고 나갈 생각이 없는 나. 같이 하면 더 좋을 것 같다는 긍정적인 상상을 하였다. 신혼 때 시댁에서 부모님과 같이 살았으니 이제라도 둘이 신혼 생활처럼 살고 싶은 생각. 때가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우리가 누리면 그때가 바로 적절한 때라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