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햇살에 빨래하라고

알콩달콩 퇴직 후 부부 이야기

by 그님

햇살이 좋다. 아침 햇살을 보면 남편은

”여보, 오늘 해가 좋아요. 빨래해야 하지 않아요?“

”내가 알아서 할게.“

분명 알아서 한다고 말했음에도 한 번 더 재촉한다.


”여보, 오늘 날씨 좋아서 빨래하면 잘 마르겠어요. 빨래하구료..“

어쩔 수 없이 세탁기에 빨래를 넣고 세제를 넣어 작동 버튼을 눌렀다. 남편은 퇴직 후 여성 호르몬이 나오는지 집안일에 관심 가지고 묻는다.


햇살 보면 나도 뽀얀 빨래를 기대한다. 속옷은 주로 삶아서 세탁한다. 세탁기의 온수를 못 믿는 편. 온수가 뜨겁게 나오지 않아 열소독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스테인리스 찜통에 뜨겁게 뜨겁게 삶아서 세탁하고 나면 빨래 끝. 건조되어 빠삭하게 마른 빨래처럼 마음이 먼저 뽀송하다.


빨래하라고 말하고 남편은 교회 청소 당번이라며 다녀왔다.

"여보, ○○○ 정교님이 당신 집에서 청소하냐고 묻더라고요." 헐~~~

"그래서 뭐라고 했어?"

"각자 맡은 역할대로 한다고 했어요." 끄덕 끄덕~

어떻게 이런 질문이 나왔을까 곰곰~ 이리 생각, 저리 생각해 봐도 궁금함이 안 풀린다.

"당신 교회에서 청소한다고 설치고 다니니까 그렇지."라고 했더니 남편이 피식 웃는다.

그도 그럴 것이 집에서 정리와 청소를 도맡아서 한다. 안 해도 되는데 내가 할 텐데~


남편이 정리하고 청소하고 나면 못 찾는 게 더 많다. 자기가 정리해 놓고 나보고 찾아달라고 한다. 그런 남편의 모습을 보고 가끔 그런다.

"당신이 정리하고 청소하는 것은 숨겨 놓는 거지 정리가 아니야~"

"뭐라고요? 정리를 너무 잘 해서 그런 거지. 고마운 줄 알아요."

"하나도 안 고마운데. 못 찾으면 짜증 나니까."


우리는 때때로 보물 찾기한다. 집안 구석구석..... 그럴 때 남편이 정리(?) 해 놓은 것을 눈으로 스캔하고 머리에 저장해 둔다. 다음에 또 찾을 것 같아서. 기억해 놓았다가 언제든 찾으면 꺼내 줄 생각으로.


집에서 정리하고 청소하듯 교회에서도 부지런히 청소했을 듯.

"여보, 교회에서 청소하고 난 도구들은 잘 정리했어?"

"그럼요. 정리 다했죠."

"아니, 제자리에 정리했냐고."

"그럼, 제자리에 정리하지 어디다 둬요?"

"아니이~ 늘 있던 자리에 정리했냐고."

"그만 물어요. 늘 있던 곳에 정리하지 그럼 아무 데나 둬요?"

"다음에 교인들이 청소할 때 잘 찾을 수 있게 놔둔 거지?"

"금방 찾을 수 있게 늘 있던 자리에 놓고 왔죠."


남편은 정말 부지런하고 몸을 쉬지 않는다. 나는 게으른 것 같아도 할 것은 다 한다.

어느 날 딸이 하는 말~

[아빠가 청소하면 했다고 하시는 데 안 한 것 같고. 엄마가 청소하면 반짝반짝 빛나요.]

정말 그렇다. 남편이 청소하면 청소를 어디 했는지 잘 모르겠다. 자기 말로는 안 보이는 곳을 위주로 했다는데.....


그건 그렇고. 남편이 퇴직하기 전까지 나는 무수리로 살았다. 어찌 가정주부가 공주로 살 수 있을까~

지금도 남편이 나를 위해 마음 편하게 해주려 노력하지만 집안 살림에 청소까지 몽땅 맡기며 살지는 않는다.

몽땅 맡기는 날엔 매일 보물 찾기를 해야 하니까~


정교님은 왜 내가 청소를 안 하고 살 것 같은 사람으로 보였을지 궁금하다. 남편이 부지런해서 정교 님의 눈에 나를 받들고 사는 걸로 보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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