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콩달콩 퇴직 후 부부 이야기
퇴직을 앞두고 남편은 생각이 많았다. 생각한 것을 말로 풀어놓았다.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면서 탁구를... 남은 인생 즐기면 살아야 한다고 기타를... 나머지 시간은 책을 읽으면 된다고 철저하게 계획을 세웠다. 퇴직하고 나서 취미생활을 즐기고 있던 남편. 사람 욕심이라는 게 끝이 없는 것 같다.
"여보, 취미 생활로 기타랑 탁구를 쳐서 좋은데 하나만 더 만족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하나 더? 당신이 좋아하는 책 읽기도 하면서 충분히 만족하고 있잖아. 더 많아지면 당신 바쁘고 힘들어."
"아니이~ 맨날 베짱이처럼 놀기만 하면 안 될 것 같아요. 시간제로 아르바이트했으면 좋겠어요."
"시간제? 그건 더 구하기 어렵지 않을까? 종일 하는 일은 있겠지만."
"내 생각이에요. 낮이든 밤이든 서너 시간 일하면서 회비 충당할 수 있으면 도움 되고 좋을 것 같아요."
"천천히 찾아봐. 있으면 좋고 없으면 할 수 없고."
"알았어요. 있으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긍정적인 것에 더 관심 두고 대답하는 남편이닷.
찾으면 길이 열린다고 했던가. 어느 날 남편은 탁구를 치고 들어오나 싶은데 허겁지겁 뭔가 다른 날과 행동이 다르다.
"여보?" 부르는 목소리가 다급하고 힘차다.
"여보, 있잖아요."
"있긴 뭐가 있어?"
"엘리베이터에 공문이 붙었는데요. 우리 아파트 작은 도서관에 사서 겸 관장을 뽑는대요."
"엉? 그거 좋겠네. 도서관에서 일하는 것은."
"그쵸? 나랑 딱이죠."
"당신은 공무원 했으니까 차분하게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컴퓨터 워드 능력도 되고."
"그쵸? 당신도 나랑 똑같은 생각이죠?"
"근데 시간은?"
"그건 아직 모르겠어요. 가서 물어봐야죠."
마치 반짝이는 금을 본 듯 눈에 빛을 보이며
"여보, 나 관리사무소에 다녀올게요.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공문을 본 김에 후딱 가서 지원해야겠어요."
역시 즉시 실행하는 남편이닷.
옷을 갈아입고 나가는 뒷모습에 '화이팅'으로 응원했다.
얼마 후 들어온 남편은 얼굴에 미소 가득한 얼굴로
"여보, 나 잘하면 될 것 같아요."
"지원자가 여럿 되나 보지?"
"아니 그게 아니고요. 봄에 미리 말해 놓은 분이 있는데 그분의 시간이 맞으면 그분 먼저 하고요. 안되면 내가 하기로 했어요."
"지금 겨울인데? 그분이 하려나? 잘 됐으면 좋겠네. 당신이 하면 딱인데."
"기다려 봐야죠. 전화해서 알아본다고 했어요."
전화가 왔다. 도서관 근무가 확정되어 축하한다고. 남편은 소원대로 도서관 근무를 하게 되어 세상을 얻은 듯 기뻐했다. 이틀 후 관리 사무소에서 위촉장을 받은 남편. 일주일 정도 인수인계과정을 거쳐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하루 4시간 근무하게 되었다.
탁구와 기타 배우는 시간이 겹치지 않으니 더 좋아했다.
"햐~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네요. 역시 찾으면 길이 보이는 것 같아요."
"그러게. 여기저기 찾고 고민하더니 잘됐어."
"어쩜 이렇게 시기적절하게 아르바이트 자리가 났는지 감사한 일이에요."
"그닥 어렵지 않을 것 같은데."
"책 대출하고 반납하는 건데 뭐가 어렵겠어요. 가끔 시간 나면 책도 볼 수 있어 더 좋아요."
오후 2시부터 밤 10시까지. 두 사람이 4시간씩 나누어 교대 근무를 하게 되었다. 퇴직하고 시간제 일자리가 없는지 친구와 이야기 나누며 고민하던 남편이다.
스스로 젊다는 생각인지 시니어 일자리는 아직 갈 곳이 아니라고.
젊은 사람들과 아이들을 자주 보게 되니 저절로 기운이 솟는다고.
남편은 매일 싱글벙글하면서 작은 도서관에서 근무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