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콩달콩 퇴직 후 부부 이야기
아파트 내에 있는 탁구와 기타 동호회에 가입한 남편. 기타 모임은 퇴직하기 전부터 일요일마다 배우게 되고 인원이 적어 잘 적응해갔다. 처음의 어색함이 덜하다니 적응된 걸로.
탁구 모임은 그렇지 않았다. 준비된 탁구대에 비해 회원이 많으니 탁구채를 들고 있어도 눈치 보며 순서를 기다려야 하는 형편. 집에 와서 불만을 토하는 남편이다.
"탁구 못 치겠어요. 눈치 보여서요."
"원래 회원들이 먼저 자리 잡고 쳐서 그래. 그걸 텃새라고 할 수 있고."
"텃새가 어딨어요. 동호회 가입했으면 같이 쳐야 하는 거 아니에요?"
"그렇지. 그런데 당신 실력이 초보인데 누가 쳐 주겠어. 매일 치던 사람들하고 치지."
"아이~ 너무해요. 탁구대 주변에서 공을 주워주면서 순서를 기다리는데도 아무도 같이 치자는 사람이 없어요."
코가 석자나 빠진 남편이닷.
"여보, 당신도 이참에 동호회 들어서 나랑 같이 쳐요."
"나? 나는 탁구 관심 없는데."
"에이~ 그러지 말고 나랑 쳐요. 그러면 같이 칠 사람 고민하지 않아도 되잖아요."
불똥인지 구원 투수인지 나한테 애걸하는 듯한 남편.
한번 해 본 말이란다.
매주 한 번씩 대전시에서 탁구 코치를 보내 무료 레슨을 해준다고. 남편의 기대는 무료 레슨에 꽂혔다.
"여보, 무료 레슨이라도 잘 받아 봐야겠어요. 그럼 실력이 좀 늘지 않겠어요?"
"그려. 잘 생각했어."
한 달, 두 달 다니던 남편은 생각을 바꿨다.
"여보, 몇 달이 지나도 실력이 늘지 않고 사람들도 나랑 치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것 같아요. 아예 개인 레슨을 받아 실력을 키워야겠어요."
"내가 생각해도 레슨받는 게 더 좋을 것 같아."
"다녀 보니까 사람들하고 어울려서 편하게 치려면 받아야 할 것 같아요."
그렇게 남편은 무료 레슨과 개인 레슨에 정진했다. 배운 것을 연습하는 모습을 수시로 볼 수 있었다.
걸으면서 탁구 치듯 팔을 흔들고 밥 먹을 때도 숟가락을 놓으면 바로 연습 모드. 심지어 승용차를 타고 가다 신호등에 걸려 정차하면 바로 탁구치는 연습을~ 성실하게 빠짐없이 참여하고 열심이다.
"나는 왜 코치가 말하는 대로 안되죠? 나는 한다고 하는데 코치는 아니라고 해서 더 연습해야 할 것 같아요."
"내 자세를 나는 모르잖아. 거울보고 연습해도 좋을 것 같어."
"맞아요. 거울보고 연습하라고 했어요."
"거울보고해도 내 모습을 정확하게 볼 수 없어서 조금 어려울 거야. 그래도 해야지 뭐."
"맞아요. 나는 배운 대로 그대로 한다고 하는데. 탁구도 쉬운 게 아니네요."
"그럼. 쉽게 보일 뿐이지 쉬운 것은 하나도 없어. 나도 그랬잖아. 배드민턴 칠 때 몇 년 동안 레슨받고 나서야 춤추듯이 칠 수 있었어."
"맞아요. 나비처럼 춤추듯이 힘 빼고 쳐야 한대요."
"나도 배드민턴 배워봐서 당신 마음 다 알아."
운동을 배워보지 않았으면 남편의 마음을 공감할 수 없었을 것이다. 처음 사람들이 낯설어 익숙해지기까지 힘든데 운동을 배워야 하니 더욱 힘들었다. 역시 세월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준다는 것을 깨달았었다.
매월 동호회에서 회식을 딱 한 번 하는데 남편은 가지 않았다.
"여보, 당신도 회식에 참여해야지."
"아니에요. 나는 당신이랑 둘이 오붓하게 먹는 게 좋고 편해요."
"사람들하고 어울려야 친해지고 탁구도 같이 치자고 할 거 아니야."
"아직 어색해서 그 자리에 가고 싶지 않아요."
급기야 남편을 회원들과 어울리게 하려고
"회비도 냈는데 왜 안가? 가서 밥도 먹고 어울려야지. 회비가 아깝잖아."
"회비 안 아까워요. 당신하고 편하게 먹고 싶어요."
낯가림을 하는 것은 초등학생 수준이닷.
다음 날 탁구 치러 갔더니 회원이 묻더란다.
"여보, 어제 회식에 왜 참석 안 했냐고 회원이 묻더라고요."
"거봐. 그런 자리는 갔어야지."
"내가 싫어서 안 갔는데 뭘 자꾸 묻는 건지 참."
"싫어도 가야 친해질 거 아냐~"
"그렇다고 탁구를 같이 치자고 하는 것도 아니고."
남편은 서운한 감정을 회식에 가지 않는 것으로 표현하는 듯. 매일 다니다 보면 익숙해지겠지 싶은 생각이다. 마음이 힘들면 몸도 힘들다.
남편이 마음을 열 때까지 기다리는 것도 방법인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