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콩달콩 퇴직 후 부부 이야기
남편이 퇴직하고 직장이 바뀌었다. 직장은 바로 집이다. 남편은 상사 나는 직원.
일어나는 것부터 잠들기까지 스케줄을 말하는 남편
"에~ 오늘 스케줄은 말이에요....."
눈을 껌벅이며 밥 먹으려 숟가락 놓고 듣는 나.
듣다가 아닌 것에 반기 들면
"내 말대로 해요. 당신은 아침 먹고 헬스장 다녀와요. 그리고 점심은 11시에 목원대 오병이어 식당에서 하고요. 오후는 당신이 하고 싶은 거 하고 저녁은 6시에 먹어요. 난 시간 넘기면 배고파서 안돼요. 규칙적으로 생활하는 게 가장 좋아요."
규칙적인 생활을 평생 했기 때문에 조금 편하게 지내고 싶은 마음을 꼬집어 규칙을 강조하는 남편이닷.
"직장 다닐 때 점심 몇 시에 드셨어?"
"12시요."
"그럼 점심을 11시에 먹으면 너무 빠르지. 아침을 7시 30분에 먹는데."
"당신이 아침에 일찍 일어나면 되죠. 내일부터 6시에 일어나요."
강요가 담긴 설득에 손 들 수 없는 나.
"참내 여기가 군대도 아니고. 퇴직했는데 누가 아침 6시에 일어나? 싫어. 안돼. 더 자야 해. 나는."
"그럼. 6시 반요."
"안돼. 난 아침잠이 많아서 어려워."
"그럼 봐줬다. 7시요."
옥신각신 밀당하는 남편과 나.
"괜찮을 것 같긴 한데 그것도 좀 빠르긴 하네."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하루가 길어요. 그러니까 당신이 조금씩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들여요."
"그건 부지런한 당신 얘기지. 나는 올빼미형이라 안돼."
"그러니까 밤에 일찍 주무시구려."
"일찍 자도 나는 아침에 늦게 일어나서 어려워."
"어쨌든 스케줄은 이러니까 알아서 잘 맞춰요."
남편이 짠 하루 일과표가 나한테는 빡빡하다. 퇴직하면 늦게 자고 느슨하게 일어나 여유 부릴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와사삭 깨졌다. 집 안에서 스케줄이라니.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짜여 있는 시간들에 피곤함이 물들어 잠자고 있는 아침. 남편이 들어와 물기 있는 찬 손으로 내 발을 만진다. 자다가 깜짝 놀라 발을 움찔했더니 재미있는지 또 만진다.
고운 말이 나갈 리 없지. "야~~"라고 했더니 낄낄낄 웃는다. 어서 일어나라고. 그리고 창문을 활짝 열어젖힌다. 찬바람 냉큼 들어오라고..... 다행히 이불은 걷지 않았다. 감기 들까 봐 염려되었나~
7시 30분에 밥 먹기로 했는데 왜 안 일어나냐고 스케줄에 문제 생긴다며 일어나라고 말하는 남편. 누가 짜 놓은 스케줄인데 나까지 덩달아 맞추어야 하는지 마음속으로 구시렁거리며 마지못해 일어났다.
양치하고 식탁에 놓여있는 물을 마시고 남편이 깎아 놓은 사과를 먹었다. 그 사이 남편은 달걀찜 한 것을 내놓고 반찬과 요거트도 내놓고
"자 식사 노래합시다."
"날마다 우리에게 양식을 주시는 은혜로우신 하나님 참 감사합니다. 아멘."
"달걀찜 맛 어때요?"
"아직 안 먹었는데."
"아구. 그러네요. 들어 봐요. 맛이 어떤지. 당신 좋아하는 치즈 얹었는데."
젓가락으로 집어 한 입. 그걸 바라보고 기다리던 남편은 또 묻는다.
"어때요? 먹을 만해요?"
"응. 먹을 만해."
"맛있다고 해야죠."
"당신이 먹을만하냐고 물었잖아."
"그러면 맛있다고 해주면 더 좋잖아요. 아침 일찍 일어나서 당신 위해 정성 들여 계란찜했구먼."
"응, 맛있어서 숨 넘어가겠어."
"숨 넘아갈 정도예요? 숨넘어가면 안되죠. 드시고 건강하구려."
남편도 나도 서로 마주 보고 활짝 웃으며 먹는 아침이다. 남편은 야채 채 썰고 다지는 솜씨가 많이 늘었다. 계란과 야채의 조합. 당뇨 전단계를 위해 처방한 나의 아침이란다. 같이 먹고 건강하게 살자 한다.
평생 아침 일찍 일어나 가족을 위해 밥상 차리느라 고생했다고 퇴직한 후부터는 아침 준비에 성의를 다하는 남편이닷.
아침을 먹었으니 커피 타임~ 마법과 같이 잠이 깨어 남편은 탁구장으로 직행~ 나는 헬스장으로 go~
헬스장 다녀오면 남편이 짜놓은 다음 스케줄로~ 때론 싫기도 하지만 우리를 위한 거라니까 따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