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식당에서 점심먹는 우리

알콩달콩 퇴직 후 부부 이야기

by 그님


퇴직해서 하루 세끼 차려 같이 식사하게 된 남편. 처음엔 집에서 먹는 것을 좋아했다. 밖에서 사 먹는 밥보다 좋다고 건강식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 말을 그대로 믿고 삼시 세끼를 차려주고 같이 먹었다. 때론 점심이나 저녁 중 한 끼 정도 외식하는 날도 있었다.


"여보, 오늘은 밖에 나가서 먹을까요? 당신 먹고 싶은 걸로요."

"응? 좋지. 뭘 먹을까?"

살짝 망설였지만 외식이란 말에 냉큼 콜 해버렸다.


"당신은 뭐 드시고 싶으신가?'

"당신이 좋아하는 음식점으로 가. 난 다 괜찮아."라고 말해도 늘 내가 좋아하는 음식점을 데려가는 남편.


만족하며 맛있게 먹고 있는데

"여보, 대학교 식당에 한 번 가볼까요? 우리 집 바로 옆인데 한 번 가봅시다."

"학생들이 이용하는 식당인데 우리가 가도 되나?"

"그럼요. 우리가 가면 더 좋아할걸요. 그리고 식당 근처에 프랜카드 붙어 있는데 보니까 일반인 식사 가능하다고 써있었어요."

"그래? 그래도 어색할 것 같은데."

"뭘 어색해요. 한 번 가서 먹어 봅시다. 메뉴도 궁금하고요. 학생 식당이라 가격이 저렴할 거예요."


젊은 학생들 옆에 앉아 먹는다는 게 영 마음이 편하지 않을 것 같아 집에서 먹기를 고집했던 나. 남편이 계속 말하는 바람에 한 번 가보기로 했다.


학생 식당의 한 끼 식사비는 5,500원으로 저렴했다. 부페식이라 자기가 먹을 만큼 떠가서 먹으면 된다. 기본으로 밥과 국, 김치, 반찬 4가지. 계란 프라이와 샌드위치와 주스 등 후식이 있다. 숭늉도 있다.


식사를 하고 난 남편은 꽤 괜찮은 식단이었는지

"여보, 여기 괜찮죠? 생각해 봤는데요. 우리 이제 점심은 학생 식당에서 먹으면 어때요?"

"글쎄~ 난 별론데."


내게 썩 마음에 드는 식단은 아니었다. 학생들 입맛에 맞게 하느라 단맛이 많이 느껴졌다. 글쎄 라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밀어 부치는 남편.

"당신 매일 하루 세끼 차리려면 힘들잖아요. 하루 한 끼 점심은 여기서 먹읍시다."

"그냥 집에서 먹어도 되는데....."


나한테 미안해서 하는 말인 것 같아 괜찮다고 했지만

"에이~ 여기서 먹어요."

"내가 집에서 해준다니까. 매일 밥상 차리는 게 미안해서 그래?"

"그게 아니라 하루 세 끼를 집에서 먹으니까 내가 질려서 그래요."

이건 또 무슨 말인지 내가 걱정했던 것은 기우였다.


"똑같은 음식을 매끼 먹으니까 질려요. 메뉴가 매번 다르면 좋겠지만 그러면 당신이 힘들 것 같아요."

"있는 음식 다 먹어야 또 만들지. 집에서 어떻게 매끼 새로 만들어 먹어?"

"그러니까요. 음식 하기 힘드니까 점심 한 끼는 학생식당에서 먹으면 어때요?"

애절하고도 조심스럽게 묻는 남편이닷.


음식점도 아닌데 매일 다르게 음식을 식탁에 올려야 된다면 차라리 한 끼는 밖에서 먹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신이 원하면 점심은 학생 식당 가서 먹어."

기다렸다는 듯 반갑게 웃는 남편은

"그래요. 점심이라도 식당에서 먹어야 아침하고 저녁에 같은 음식 먹더라도 질리지 않을 것 같아요."


남편의 의견을 존중하여 점심을 오병이어 학생 식당으로 가게 된 우리. 11시에 문을 연다.


"여보, 학생들이 많이 모이면 붐비니까 그 전에 가면 어때요?"

"몇 시에?"

"11시요. 줄 서 있다가 먹는 것보다 일찍 가서 먹고 나오는 게 좋겠어요."


아침을 7시 30분에 먹는데 점심을 11시에 먹자 한다. 조금 이른 듯하지만 남편이 원하니 11시까지 식당에 갔다. 배가 그다지 고프지 않은 상태에서 밥을 먹으니 밥맛이 없다. 탁구를 신나게 치고 온 남편은 밥과 반찬이 최고라며 꿀처럼 꿀떡꿀떡 넘어간다고 한다. 운동하고 왔으니 돌도 씹어 드실 기세다. 내 입에선 모래알이 씹히지만 꾹 참고 먹는다.


"아구~ 왜 이렇게 못 들어요. 난 맛있구먼."

"난 원래 양이 적잖아. 많이 드셔."


식판에 있는 음식을 덜어 주었더니 정말 잘 드신다. 난 학생들이 좋아하는 단짠 음식을 안 좋아한다. 싱겁고 담백한 음식을 좋아한다. 그럼에도 남편이 좋다니까 따라다닌다. 우린 주말부부였기에 남편은 바깥 음식이 입에 착착 달라붙는다며 맛있게 드셨다.


그야말로 곰국을 끓여놓고 외출할 필요가 없다. 바깥 음식이 입맛이 맞는 남편. 안쓰러워 퇴직하고 집밥과 음식을 해주려 했더니 물 건너 갔다.


같이 물 건너 학생 식당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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