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했다 들어올 때 간식 사오기

알콩달콩 퇴직 후 부부 이야기

by 그님


헬스장에 갔다. 이웃언니들과 인사하고 운동하는 중에 한두 마디 하게 되면 어느새 수다 삼매경이 된다. 오늘의 주제는 자연스럽게 간식에 대한 이야기가 되었다.


언니들은 남편이 밖에 나갔다가 들어올 때 빈손으로 들어오지 않고 맛있는 걸 사들고 들어온단다. 밖에서 먹다만 찌끄레기 사탕이라도 들고 들어온다고 한다. 뭐가 되어든 간에 먹을 걸 손에 꼭 들고 온다고 한다. 그래서 남편이 외출하는 날은 귀가할 때 기대된다고 말한다.


이 뭔 신세계 같은 소린가 싶다. 새롭게 접하는 이야기다. 집에 가면 나도 남편한테 이야기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여보, 앞으로 당신 외출하는 날은 뭐라도 사가지고 오면 좋겠어."

"뭘 사 와요?"

"간식. 나 좋아하는 걸로."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당신이 사드시구료. 내가 돈 줄 테니까요."

이게 아닌데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진다.


"아니이~ 헬스장에서 만난 언니들 말을 들으니까 언니들 신랑은 밖에 나갔다 들어올 때 꼭 먹을 것을 사들고 온대. 사가지고 오든지 먹다 남은 찌끄레기라도 가지고 들어 온대."

"그래요?"

눈만 꿈먹이는 남편의 표정이 알쏭달쏭하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그럼 몰래 나가야죠. 안 나가고 집에만 붙어 있든가~"

"어떻게 몰래 나가?"

"누구 만나러 간다고 말하지 않고 슬그머니 나가면 되잖아요."

"말도 안 돼. 당신은 친구랑 약속 있으면 미리 말하잖아."

"이제 말하지 않고 조용히 나가야겠어요."

말인지 방귀인지 껄껄껄 웃는 남편은 자기가 생각해도 멋쩍은가 보다.


며칠 전 미리 친구들과 모임을 나에게 말해 놓았던 터라 외출한 남편. 약 3시간 지난 후 핸드폰이 울린다.

"뭐 필요한 것 없어유?"


잊고 있었는데 남편이 묻는 이유가 생각났다.

"없어. 그런데 외출했다가 들어오시는 거네?"


말의 의미를 바로 알아챈 남편은

"그러니까요. 당신 뭐 드시고 싶으신가?"

"그걸 내가 어떻게 알어유~ 들고 오는 사람 맘이지."

"그려? 알았슈."


전화를 끊고 얼마 후 귀가한 남편은 가방에서 치즈번을 꺼내 준다.

"자, 드슈~ 빈손 아니고 사왔슈."


반갑게 받아든 나는

"진짜 당신이 사 왔어? 아니면 친구들이랑 먹다 남아서 가져온 겨?"

"사 왔지. 나가면 들고 들어 오라매요. 이거 봐요. 포장도 안 뜯은 새거잖아요."

"그려? 그러네."


주방에 들어간 남편은 포크로 치즈번을 콕 찍어주며

"맛있게 드슈~ 됐슈?"

깔깔깔 웃으며 맛있게 냠냠.

남은 것은 다음날 아침 남편과 나눠먹었다.




여간해서 약속이 없는 나. 정말 오랜만에 친구와 약속이 잡혀 점심을 밖에서 먹었다.


집에 들어오는 길에 남편한테 전화 걸어

"저녁에 뭐 해드릴까? 돼지고기, 닭고기....."

"닭고기요."


남편은 닭고기를 좋아한다. 살아있는 닭이 남편은 보면 아마 달아날 정도로 닭으로 요리한 음식을 좋아한다. 소고기보다도 돼지고기보다도 더 좋아한다.


마트에 가서 닭볶음탕용 닭을 사가지고 집에 들어왔다.

"당신은 외출했는데 뭐 사 왔어요. 나 먹을 거."


간식! 어떡하지 싶다. 순간 머리 굴리다가 번뜩이는 생각.

"당신이 좋아하는 닭 사왔잖어유~"

"그러네."

순진하게 인정하고 낄낄낄 웃는 남편이닷.


"여보, 우린 그냥 간식 안 사 와도 될 것 같어. 괜히 신경만 쓰여. 뭐 살까 하고."

"그래요. 집에 필요한 거 다 있으니까 다 먹으면 그때그때 사서 먹어요. 그리고 먹고 싶은 거 있으면 그땐 꼭 말하구료. 내가 언제든지 사드리리다."

"알았어. 그게 편할 것 같어."


괜히 언니들의 말을 따라 하려다 나까지 고민되는 상황이 되었다.


우리한테 맞지 않으면 넘어가는 걸로~ 패스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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