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서 고장나서 손으로 조절하게 된

알콩달콩 퇴직 후 부부 이야기

by 그님


꽃향기가 집안에 그윽한 아침. 기체조를 마치고 들어온 남편은 손을 씻으러 화장실에 들어갔다. 잠에서 깬 나는 일어나 잠옷을 갈아입었다. 거실에 나와 식탁에서 물을 마시는데 싸~한 느낌이 드는 건~ 주방을 둘러보니 싱크대 수돗물이 계속 흐.르.고. 있.다.


"김 ○○씨"


큰 목소리로 불렀더니 놀란 듯 바로 대답하는 남편.


"응?"

"물을 틀어놓고 잠그지 않으면 어떡해."


빽~ 소리가 저절로 나와 곱지 않은 쇳소리가 집안을 흔들었다.


주방 싱크대 앞으로 달려가 센서 발판을 누르니 물이 멈추다 다시 나오는 건 왜 그런건지.


"물이 안 꺼졌어요?"

"언제부터 물이 계속 틀어져 있었던 겨. 수도세 많이 나오겠네."

"아구~ 난 몰랐네요."


남편한테 큰소리를 친 게 급미안해진 나.


"근데 수도가 고장 난 거야~ 센서가 고장 난 거야~ 알 수가 있나. 어디가 고장이지. 물이 멈추었다가 금방 또 나와. 이것 봐."

"어? 그러네요. 나 조금 전에 주방에 왔다가 화장실 간 건데~"

"그려? 그럼 다행이네. 한 시간 이상 물이 계속 나오고 있는 줄 알았어."

"근데 물이 왜 켜져 있죠? 난 분명히 껐는데."

"내 말이 그거야. 이거 고장 났나 봐. 센서만 밟으면 물이 멈췄다 저절로 또 나오니까."


싱크대로 온 남편은 센서 발판을 두꺼비 발로 꾹~ 물이 멈추었다가 다시 나오다 멈추다 또 나온다.


"어~ 이거 왜이라지. 진짜 고장 난 건가?"

"당신 두꺼비 발로 꾹꾹 눌러서 고장 난 거 아녀? 난 살짝 누르는데."

"내가 밟았다고 고장 나요? 그렇게 약하지 않을걸요."

"당신은 손도 발도 거칠어서 기계들이 고장 나는 것 같어."

"아이구~ 내가 무슨~ 오래 써서 그런 거예요."

"그런가? 이것저것 10년이 넘으니까 자꾸 바꾸라고 하네."


"당신이 밥 먹고 나서 관리실에 전화해 봐요."

"뭐? 이런 건 남자가 해야 하는 일 아니야?"

"에이~ 목소리 이쁜 여자가 전화해야지. 아침부터 남자가 전화하면 무섭잖아요."

"무섭긴 뭐가 무서워. 참내."

"상냥한 말씨로 당신이 말해야 얼른 와서 고쳐주죠."

헐~ 시키는 방법도 가지가지닷.


시키면 안 할 듯이 하면서도 말 잘 듣는 나. 결국 아침을 먹은 후 관리 사무소에 전화했다. 상황 설명을 말하고 동호수를 알려주니 얼마 안 되어 기사님이 방문했다.


"안녕하세요? 연락받고 왔어요."

"네, 저희가 고쳐 달라고 신청했어요. 센서 발판이 문젠지 수도가 문젠지 뭐가 문젠지 모르겠어요."


주방으로 들어간 기사님은 센서 발판의 플라스틱 뚜껑을 열고 연결된 선을 확인.


"아, 이건 센서 문제네요."

"이거 한번 교체한 건데 또 고장 난 거예요?"

"기계는 보통 10년이면 잘 쓴 거고 이거 다른 집도 자주 고장 나요."

"그래요? 우리 집은 벌써 두 번째라 우리만 고장 났나 했어요."

"아니에요. 센서는 습기 있으면 안 좋아요. 특히 주방은 물을 자주 사용하잖아요. 물이 아래로 떨어지기도 하고요. 그래서 자주 고장 나고 교체하려면 가격도 비싼데 그냥 수동으로 사용하시는 게 제일 좋아요."

"옛날처럼요?"

"네, 맞아요. 옛날처럼 그냥 수동으로 사용하세요."


덧붙여 센서는 누룰 때마다 전기세가 더 많이 나오는 거라고.

편리함은 있지만 좋은 게 아니라고.

수동으로 사용하면 경제적으로 절감되어 좋을 거라고.

많은 집들이 수동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기사님은 친절한 설명과 함께 수동으로 바꿔놓고 갔다. 남편이 힘껏 밟아서 고장 난 걸로 오해한 것에 미안한 마음.


수돗물을 사용할 때마다 발로 누르면 물 조절할 수 있어 편리했었다. 손으로 수도꼭지를 내렸다 올렸다 하려니 이미 센서에 익숙해진 발과 손은 불편함에 어색한 하루가 되었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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