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콩달콩 퇴직 후 부부 이야기
매일 내려 마시던 원두커피가 달랑달랑~
"커피 떨어질 때 안 됐어요? 거의 다 먹어가던데~"
"어~ 얼마 안 남아서 사야 할 것 같아. 내일 마시려면....."
원두커피를 미리 사놓지 않고 다 내려 마시면 당일에 사는 나. 간 원두커피는 바로 내려 마시는 게 좋다고 했다. 커피만큼은 서두르지 않고 제때에 사는 편이다. 카페에서 원두커피를 갈아오면 보름에서 20일 정도면 소진되는 것 같다.
카페 바스 바스에서 간 원두를 사면서부터 아침 라떼 배달을 하지 않는 남편. 원두커피가 없으면 일부러 라떼 사러 나가야 한다는 생각에 나름 봉투에 남은 커피를 가끔씩 확인하나 보다.
커피에 우유를 넣어 라떼로 마시기 때문에 우유가 떨어져도 안된다. 남편은 나 몰래 남은 원두커피 가루와 우유를 확인한다. 테이크 아웃 하지 않으려면 챙겨야 한다.
아침을 먹고 나면 바로 커피를 내려 마셔야 하니까. 하루 일과를 상큼하게 시작해야 되니까. 그걸 알기에 남편은 신경쓰는 것 같다.
원두커피는 얼마든지 사줄 수 있단다. 라떼를 매일 사는 것보다 저렴하다고. 원두커피 가루는 100g에 칠 천 원. 라떼는 한 잔에 삼 천 원. 철저하게 계산하는 남편이닷.
어느 날부터인가 아침마다 라떼 테이크 아웃하여 가져오는 남편한테 미안함이 가득가득.
스벅 원두를 사서 내려 마시다가 동네 카페에서 내가 원하는 맛을 찾았다. 이후로는 미안함을 가지지 않아도 되고. 마음 편하게 언제든 집에서 커피를 내려 마시는 중~
하루 한 잔~
좀 더 마시고 싶은 날엔 한 잔 더~
카페 바스 바스의 문을 열고 빼꼼~
"어서 오세요~"
"하우스 블렌딩 갈아 주세요."
카페 사장님도 남편과 나를 기억하고 반갑게 인사한다. 계산 하려는데 계산대 옆에 나란히 놓여있는 크룽지. 오잉~ 크.룽.지. 처음 본다.
"어~ 여보, 크루아상같이 생겼어~"
"그러네요. 왜? 먹고 싶어요?"
"응. 궁금해. 먹고 싶어. 어떤 맛인지."
"그럼 하나 사구료."
"고마워~"
냉큼 집어 들고 행복한 나. 처음으로 사 먹을 때는 한 개만 사서 맛을 봐야 한다. 다음에 또 사서 먹어도 될지, 그만 먹어야 할지 판단을 해야 하기에.....
계산은 당연히 남편에게 패스. 기분 좋게 룰루랄라~ 득템한 크룽지와 원두커피 가루를 들고 집으로~
납작한 크룽지라니 신박하다는 생각. 샀으니까 바로 개봉~ 무슨 맛일까 궁금. 달달한 맛을 상상을 하면서 한 입. 바삭~ 달콤함이 먼저, 고소함이 뒤따라오는.....
"음~ 맛있어. 정말 맛있네. 신기해."
"그렇게 맛있어요? 어디 봐~"
남편도 한 입. 바삭~ 맛을 음미하기보다는 크룽지 포장지에 관심을 보이는 남편.
"아구~ 이거 칼로리가 얼매여? 밥 한 공기에 가깝네. 이거 먹느니 밥을 잘 먹는 게 낫지."
크룽지 맛있게 먹다가 맛 떨어지는 소리가 와장창~
"맛이 다르잖아. 밥이랑 크룽지랑~"
"이런 건 안 먹어도 돼요. 밥 잘 먹으면 되고요."
"이런 것도 먹어줘야지. 맛있는데."
"아휴~ 이거 먹으면 뚱뚱이 돼요. 돼지 된다구~ 먹어 봤으니까 다음부터 이거 먹지 마요. 당신 살찌면 안되니께."
"겨우 이거 가지고..... 살 안 쪄~"
"이거 자꾸 먹으면 죽음이야 죽음. 칼로리가 얼마나 높은데....."
"그렇다고 죽기까지야 가겠어. 좀 살이 찔 뿐이겠지."
"그러니까 안된다니까요. 이걸로 끝. 땡이야~ 이 사람아~ 쌀로 따져 봐. 쌀이 훨씬 더 싸지."
갑자기 뜬금없이 쌀 얘기로 변신 중~
"이건 비싼 거예요. 몸에도 안 좋고. 당신 돼지 되고 싶어요? 밥 먹어요. 밥."
헐~ 말도 안 돼. 사 주기 싫으면 싫다고 할 것이지. 웬 돼지 핑계를 대는 건지 참.
이걸로 끝인가 싶다. 크.룽.지. 맛이라도 봤으니 참 다행이닷. 맛을 알게 해줘서 고마운 남편. 먹지 말라고 한다고 안 먹을 내가 아닌데..... 언젠간 또 먹으리.
원두커피 갈러 갈 때 살지 모르는 나. 나도 내 맘 모른다. 남편도 내 맘 모르듯이.
나중에 또 사 줄 거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