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의 지지자들

by 이씨 이혼하다

"이혼하자"


살면서 법원을 이렇게 많이 간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가봤다. 이혼에 필요한 서류를 수십번은 썼다.

이혼을 하기 위한 양식은 구구단만큼이나 익숙한 서류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매번 그에게서 찢겨나갔다.


그가 "이혼하자"는 말을 꺼냈을 때마다 나는

"그래 하자"하고 법원으로 달려갔다

처음엔 진짜 법원에 가면 다시는 그 말을 안할 줄 알고

두번째 다신 그 말을 못하게 하려고

세번째 정말 죽을거 같아서

네번째는 정말 못살겠어서

그 이후에도 쭉 계속 정말 이혼이 너무 하고싶어서


법원 앞에서 매번 그는 이 핑계 저 핑계를 댔다.

안할래 못해 잘할게 다신 안그럴게를 반복했다.

어떤 날은 양육비 합의 못하겠다. 재산분할 합의 못하겠다로 대응하는 날 있었다

도대체 뭘 안할지 뭘 잘할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그냥 또 집에 왔다. 헤아릴 수 없을 만큼이나 많았다


딱 해가 바뀌자마자 1월 초

나 너 같은애랑 못살겠다는 그의 말에

정말 무슨 짓을 해서라도 이혼을 해내겠다고 결심했다.

합의안하면 조정을 하던 소송을 하던 하겠다 선언했다.

기어코 변호사 상담까지 받았다. 합의가 안되면 다시 연락하겠다 했다.


수 많은 이혼을 실패하고

이번엔 무조건 이혼을 성공해내기 위해

나는 이혼한다고 내 주위 사람들에게 널리널리 알렸다.

아주 널리널리 알려서 스스로 쪽팔려서라도 이혼을 번복할 수 없도록.


엄마한테 말했다. 다시는 엄마 눈에서 저 인간 안보이게 해주겠다고

파국회에도, 회사사람들에게도, 23파견모임에게도

대학교 친구에게도. 그냥 내 곁에 나랑 마음을 나누는 사이라면 그 누구에게라도

한 50번은 말한거 같다.

이혼 서류를 접수했고 지금은 숙려기간이라고

그리고 다시는 이 결정을 번복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모두 다 그랬다

언젠가는 그럴 줄 알았다고.

언젠가는 그런 선택을 내리고 너가 행복하길 바랬다고


너의 이혼을 지지한다고.


내 열렬한 이혼의 지지자들에게 독백으로나마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그들 덕분에 나는 결국 이혼을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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