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여행을 가고 싶었던 것은 발리우드의 대표작인 세 얼간이 (Three Idiots, 2009)를 보고 난 뒤부터였던 것 같다. 마지막 장면을 촬영했던 곳은 판공초라는 해발 4,000m에 위치해 있는 호수였는데, 그 장면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기에 언젠가는 꼭 한 번 가봐야지 하고 다짐한 기억이 있다. 하지만 언제 처음 영화를 봤었는지도 기억나지 않았을 만큼 바쁘게 하루하루를 살아갔고, 그렇게 판공초는 내 기억 속 어딘가에만 존재할 뿐 조금씩 잊혀져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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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나에게 판공초가 다시금 머릿속에 맴돌기 시작한 것은 2017년 어느 가을이었다. 길다면 길었던 4년 반 동안의 외국에서의 대학교 생활을 마무리하고 군입대를 앞두고 있던 나였다. 여름에 한국에 있을 때까지만 해도 이미 늦은 군입대 시기를 더 늦추고 싶지는 않았기에 마지막 학기를 마치자마자 바로 한국으로 돌아가 입대를 하기로 계획했었다. 특히나 한국에서는 군대 역시 좋은 보직으로 가기 위해서는 짧게는 몇 달에서 길게는 1년을 준비하기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한국으로 돌아가 군입대 준비를 시작해야만 했었다.
하지만 학기가 시작하자마자 별 기대 없이 신청했었던 말레이시아에 위치한 난민 캠프에서의 교육 봉사활동 프로그램에 참가할 수 있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내 마음속에서의 군입대 시기는 또 한 번 미루어지게 되었다. 한 번 군입대 계획을 미루기로 결심하니 이왕지사 미뤄진 군입대를 한 두 달 정도 더 미루고 배낭여행까지 다녀오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도 마음 한구석에서 스멀스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이렇게 갈대같이 바뀌는 게 사람의 마음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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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자는 인도는 여행자가 선택해서 가는 나라가 아닌 인도가 여행자를 선택하는 나라라고 한다. 그럴 만도 싶은 것이 어떤 사람은 인도 여행을 두세 번을 계획했지만 모두 갑작스러운 사정 때문에 여행하지 못해 세계여행 중에 인도만 여행하지 못했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리고 나에게 인도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Eat Pray Love, 2010)'라는 영화를 통해서 인도로의 여행을 초대장을 발송하였다.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라는 영화는 엘리자베스 길버트의 에세이를 토대로 만들어진 영화로 그녀가 1년 동안 이탈리아, 인도, 발리를 여행하면서 내면적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그려낸 영화이다. 특히 영화에서는 발리와 이탈리아 피렌체를 굉장히 아름답게 그려내었고, 영화를 보고 난 이후에 발리도 다녀왔다. 아무튼 다시 인도 여행으로 돌아가자면, 영화에서 인도에서의 순간들을 보자 불현듯 오래전에 세 얼간이에서 보았던 판공초의 모습이 떠올랐고, 그렇게 나는 인도행 초대장을 비행기 티켓으로 교환하였다.
사실 인도행 티켓을 사고 난 후에도 많은 고민을 했다. '정말 인도가 안전한 곳일까? 위험하다던데, 그냥 판공초랑 타지마할만 보고 다른 곳을 갈까? 만약 판공초가 내가 생각했던 느낌이랑 다르면 어쩌지..?' 그렇게 온갖 걱정을 하면서도 노트북에는 인도의 지도를 띄워 놓고 어디를 가야 할지 신나 하는 모습에 기숙사 룸메이트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어 보이기도 했다.
인도 여행이 가까워지는 것은 다른 말로는 나의 대학생활이 끝나가는 시기이면서도 군입대가 다가오는 시기였다. 그랬기 때문에, 나는 하루에도 오만가지 감정의 기복을 느끼면서 인도 여행을 준비하는 수밖에 없었다. 어떤 날은 유럽이나 다른 미주가 아닌 굳이 인도를 여행지로 선택해 어떻게 보면 불편할 수 있는 여행을 계획한 지난날의 나를 원망하기도 하고, 또 어떤 날은 판공초의 파란 호숫물을 볼 생각에 설레기도 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2018년 2월 말 쿠알라룸푸르에서의 봉사활동을 마치고 인도행 비행기에 내 몸집만 한 40L짜리 배낭과 내 귀중품이 들어 있는 작은 가방을 싣고 대망의 인도 여행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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