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배우고 있었지만, 아직 길은 아니었다.
일을 하지 않는 시간이 이렇게 길어질 줄은 몰랐다.
처음에는 잠시 쉬어가는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그동안 바쁘게 살아왔으니, 잠깐 멈춰도 괜찮을 거라고.
하지만 시간이 조금씩 흐르기 시작하자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았다.
하루하루는 분명 바쁘게 지나갔다.
집안일도 해야 했고, 일상은 계속 흘러갔다.
그런데도 어딘가 마음 한쪽이 비어 있는 느낌이 있었다.
그래서 그때 한 가지 생각을 했다.
가만히 있지만 말자.
그렇게 시작한 것이 미술심리치료사 공부였다.
처음부터 뚜렷한 계획이 있었던 것을 아니었다.
그저 무언가 배우고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강의를 듣고 과제를 하면서
오랜만에 공부하는 기분을 느꼈다.
누군가의 아내가 아니라
다시 학생이 된 느낌이 들었다.
공부를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첫째 임신 사실을 알게 되었다.
예상하지 못했던 변화였다.
몸의 리듬도 달라졌고
생활도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그래도 공부는 계속했다.
그때의 나는
무언가를 계속하고 있어야 마음이 편했다.
시간이 흘러 둘째가 태어났다.
둘째가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하자
낮 시간에 잠깐씩 내 시간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 시간을 그냥 보내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또 하나의 공부를 시작했다.
정리수납전문가 자격증 공부였다.
처음에는 단순한 호기심이었다.
집을 정리하는 일에 관심이 있었고
생활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그런데 공부를 하다 보니
생각보다 체계적인 분야였다.
공간을 나누는 방법,
물건을 분류하는 기준,
생활 동선을 고려한 정리 방식까지.
집 안을 하나씩 정리해 보기 시작했다.
신기하게도
공간이 정리되면 마음도 조금 정리되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한 가지 질문은 계속 남아 있었다.
이게 앞으로 내가 하게 될 일일까.
솔직히 말하면 확신은 없었다.
미술심리치료도
정리수납도
흥미로운 분야였지만
이 길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느낌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계속 배우고 있었던 이유는 단순했다.
멈춰 있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돌이켜보면
그때의 공부들이 바로 길이 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완전히 의미 없는 시간도 아니었다.
그 시간 동안 나는
가만히 있지는 않았으니까.
그리고 그 작은 움직임들이
다음 선택으로 이어졌다.
어쩌면 훨씬 오래전부터 마음속에 남아 있던 생각.
그림으로 무언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
그렇게 나는 텍스타일 디자인 창업을 시작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