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글을 쓰고 싶어요?
서른이 되는 해의 봄, 저는 결심했습니다. '진짜' 글을 써 보기로 말입니다.
스무 살의 저는 신이 성급하게 빚어 구석자리에 던져놓은 흙덩이 마냥 모나고 불균형한 모습이었습니다. 제 자신조차 저를 사랑할 수 없어 남과 나를 밥 먹듯 비교하고 체중계 속 숫자를 끊임없이 미워했습니다. 거울 속 나를 싫어하는 것이 너무도 당연해서 때마다 SNS를 지우고 사진으로 남겨진 추억들을 삭제하며 과거를 지워 나갔었지요. 그래도 스무 살이 되면 미성년자의 딱지를 떼고 곧바로 어른의 대열에 합류할 줄 알았는데 뭐, 사람이 하루아침에 변하나요. 그때를 돌이켜보면 나 자신도 사랑할 줄 모르는, 불안하고 불균형한 인간이었다고 고백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스무 살 때 우연히 이병률 시인의 산문집을 읽게 되었습니다. 너무도 보통의 말로 쓰인 글 안에 저의 작은 가슴속 뭉쳐져 있던 울음 방울을 터뜨릴만한 바늘이 숨겨져 있더군요. 이병률 시인의 책들을 모조리 찾아 읽은 뒤 스무살의 저 또한 이병률 시인처럼 마음에 때때로 담기는 감정들을 잘 표현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러기 위해 혼자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예쁜 다이어리를 사서 바른 글씨로 무언가 썼고 그다음엔 줄노트, 그다음엔 이면지에 끄적였습니다. 쓰다 보니 중요한 건 예쁜 다이어리도 아니고 바른 글씨도 아니고 수정 테이프도 아니었습니다. 누군가를 표방하지 않고 감정에 치중하지 않고, 그때 내가 느끼는 감정과 최대한 비슷한 언어로 써 내려가는 것이더라고요. 내가 감히 주무르지 못할 감정이 드는 날은 참 귀한 날입니다. 그 감정이 무엇이든 분명 글감이 되니까요. 날 것의 기분은 우리의 해석을 통해 앞으로의 귀추가 정해집니다. 그래서 저는 어떤 기분이던 정의하려 노력합니다. 생각으로 한번 정리되고 글로 정제된 기분은 추억이란 이름으로 영원을 살아갑니다. 저는 그래서 순간을 기억하려 글을 씁니다. 나중에 모아보면 저만의 금은보화가 될 것이라 믿으니까요.
그래서 어떤 글을 쓰냐.
작년 한 해 동안 서른 편이 넘는 이메일을 [분기간 이의선]이라는 서비스 구독자들에게 발송했습니다. [분기간 이의선]은 제가 서른이 되는 해 시작한 메일링 연재물입니다. 연재를 시작하고 일 년동안 정말 다양한 기분을 느꼈습니다. 처음엔 누군가 내 글을 읽어준다는 사실에 행복하고 벅찼다가 이내 사비를 탈탈 털어 글을 보내는 것이 맞는 것인가 고민도 하고 과연 내가 글을 써도 되는 사람인가 방황도 하고요. 사실 지금도 매일 갈등합니다. 할머니 작가가 되겠다는 저의 다짐이 너무나 우스운 것일까 봐요. 안 되는 일에 혼자 아등바등 매달리는 걸까 봐 매일 고민합니다. 하지만 매일의 고민 끝의 답은 늘 '어쩌라고.'로 귀결됩니다.
앞으로 이곳에서 연재할 글은 다시금 정제하고 가공한 [분기간 이의선] 연재 글들입니다. 지금까지 보낸 서른한 편의 글들 중 열다섯 편은 소설이며, 열여섯 편은 수필입니다. 이 초안들을 잘 가공하여 저만의 완성도 있는 글간을 꾸미려 합니다. 이곳은 저의 아카이브이기도, 저의 데뷔 무대이기도 할 것입니다. 부디 즐겁게 읽으시는 분이 계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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