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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우 Oct 09. 2021

학교가 지옥이래요

02 시골학교에 다녀요


학교 가기를 거부해요 (brunch.co.kr)



학교에 안 가겠다고 하는 아들을 달래서 학교로 갔다. 1교시가 끝나고 쉬는 시간이었다. 오늘은 행사로 수업이 따로 없고 교실 꾸미기를 한다며 선생님은 나에게 남아서 아들을 지켜보라고 했다. 절대로 학교에 가지 않겠다던 율이은 아무 일 없다는 듯 교실 속으로 들어가 친구들과 어울렸다. 그런 율이를 보던 선생님이 말했다.


"율이는 학교에서 이렇게 잘 지내고 있어요. 그런데 집에 가 가면 어린양 부리는 거예요, 엄마가 잘 받아줘서 그런 거 아닐까요? "


아이들의 모습을 살폈다. 무리를 지어 노는 아이들이 보였다. 놀이를 주도하는 아이가 있었고, 따라가는 아이들도 있었다. 둘씩 짝지어 노는 아이들도 있었고,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참견하는 아이도 있었다. 




율이는 친구들 무리에 있었는데, 이를 주도하던 아이가 놀이를 끝내자, 선생님께 매번 혼난다는 아이가 다음 놀이를 주도하려는 순간 아이들이 아무 말 없이 흩어졌다. 모습에 아이는 울었고, 선생님은 아이에게 무슨 일인지 물었다. 그녀는 같이 놀았던 아이들을 큰소리로 부르며 다시 놀이할 것을 권했다. 아이들은 싫은 내색을 하며 하나둘 모여들었지만 끝내 그 아이는 울며 교실 밖으로 나갔다.


선생님은 내게 다가와 얘기했다.

"어머님, 애들 다 이러고 놀아요, 이반에 왕따 당하지 않는 아이들 없어요. 보세요. 지금 보는 것처럼 왕따 시키면서 노는 것이 요즘 아들 놀이예요. 이러면서 크는 거예요."


순간 나는 놀랐다.  '왕따 문화가 아이들이 놀이라고?' 교직생활을 수십 년을 하고 정년을 앞둔 선생님 입에서 나온 말인가? 잘못 들었는지 귀를 의심했다.

아이들을 암묵적으로 따돌리는 것이, 선생님이 있는 교실에서 아무 거리낌 없이 하는 행동이 아이들만의 잘 못 일까?




경쟁은 타인을 향한 눈을 멀게 합니다.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게 합니다. 타인의 감정에 눈 감고, 공감 능력을 잃고 오직 자신의 삶만을 바라보게 합니다. 경쟁은 인간으로서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윤리마저 빼앗고, 인간 이하의 나락으로 떨어뜨립니다. 타인에 눈 감고 자신만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사람들은 쉽사리 남을 버리고 배신하고 자신만의 길을 찾아 나섭니다.

타인의 존재를 인식하고,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고, 타인의 기쁨과 슬픔에 동참하는 인간으로서 지녀야 할 최소한의 율리적 태도입니다. "

왜, 아이들은 학교를 벗어나고 싶어 할까? 지봉환, 정한 책방, 2019



 왕따 시키는 것이 아이들 놀이라고 합리화시키는 선생님을 보면서 더 이상 이 학교에 남을 이유가 없었다. 율이가 학교가 지옥이 되어가는 단서를 찾는데 충분했다.





아들이 거실에 들어온 햇볕으로 그림자놀이를 하고 있었다.  손으로 동물을 만들며 놀다가 동물에 자기를 투영해 학교 상황을 얘기했다. 그렇게 그림자를 빌려 자신의 속마음을 엄마에게 털어놓았다.


그림자  동물로 학교생활을 털어놓는 아이


"내 사물함에 내가 숨기지 않은 물건이 들어 있어. 나는 그러지 않았는데 친구들이 내 사물함을 보자고 해서 보니 정말 있어. 나보고 훔쳤다고 도둑이래"


"친구가 터닝메카드 이천 원짜리 지우개 사주면 놀이에 끼워준데"


"공부 못하는 친구가 있는데 선생님이 그 친구 숙제를 안 해왔다고 노트를 집어서 교실 앞으로 던지고 그 아이 보고 주워가라고 했어. 그 친구 많이 울었어."


학교에서 일어난 일들에 대해 남편과 상의해 전학을 결심했고, 선생님께 통보했다. 학기가 한 달을 남기고 학교에 얘기하며 문제가 되는지, 선생님께 매일 같이 전화가 왔다. 학교에는 남편 회사 이직을 이유로 전학을 간다고 둘러댔다. 



학교에서 비언어적인 폭력으로 아들이 아파했던 일들, 다 알 수 없다. 그런데..



시골학교에 적응하고 있어요 (brun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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