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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듀 Dec 22. 2021

대충 시작하기

노오력에도 힘 조절이 필요하다.


대충하고 견적 봐서 미치세요.
일단 간을 보다가 아니다 싶으면
발을 빼는 것도 용기예요.


위의 내용은 웹툰 작가 '이말년'님 셀레브 인터뷰 내용 중 일부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와닿는 몇 안 되는 현실조언 중 하나다. 혹자는 '대충 해서 되는 건 아무것도 없다'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맞는 말이다. 대충 해서 성공하는 일은 없다. 혹여 있을지라도 운으로 쉽게 얻은 것은 금방 사라지기 마련이기에 과정에 있어서는 분명 미친 듯 노력을 쏟아부어야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시작'함에 있어서도 과연 그래야 할까?


완벽함을 추구하다가
거기에 도달하지 못하는 것은 실패다.

나는 굉장히 완벽주의적 성향을 가지고 있는데, 그걸 조금씩 덜어내려는 노력을 몇 년째 해오고 있다. 어떤 일을 시작함에 있어 계획부터 완벽하게 짜고 과정으로 들어가는 편이었던 나는 일 하나를 시작하고 끝냄에 있어 남들보다 에너지 소모가 굉장히 컸다. 물론 이런 완벽주의가 더 많은 경우의 수를 생각하게 하여 꼼꼼한 일처리를 가능하게 하지만, 되돌아보니 너무 재고 따지는 자기 검열을 통해 시작점에서 관둬버린 일들 또한 너무 많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마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위 문장은 모베러웍스 유튜브 채널 <모티비>의 <현실조언 시리즈> 인터뷰어 중 한 분의 말씀이다. 생각해보자. 우리가 너무 완벽하게 시작하려다 놓쳐버린 기회가 얼마나 많았는지를.

기회를 잡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완벽한 기회만 찾기 때문이다. 완벽한 기회란 없다. 위험이 없는 기회도 없다. 그래서 위기도 기회가 될 수 있다. - <기획자의 생각식당> 


누울 자리 봐 가며 다릴 뻗어라.

실제로 '힘을 빼고 일단 시작하기'를 실천하며 나는 이전보다 더 많은 기회를 얻었다. 카카오톡 이모티콘 작가 활동도 그랬고, 브런치 글 승인도 그랬고, 본업에서의 커리어 여정 역시 그러했다.

공통점은 모두 '안되면 말고'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꾸준히'했다는 점이다. 처음부터 나는 이것을 통해 엄청 위대한 무언가를 이루리란 목표나 기대로 도전하지 않았다. 유의미한 반응이 올 때까지 그저 꾸준히 해보았다. 사실 반응이 오기 전까지 중간중간 '계속하는 게 맞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애초에 내가 엄청난 시간이나 돈, 미친듯한 노력을 투자하지 않았기에 지속하는 과정에 있어 확실이 힘이 덜 들고 덜 지친다. 또한 이렇게 힘 빼고 일단 대충 해보는 과정에서 이말년 님 말처럼 '견적'이 대강 나온다. 조금 더 지속해볼 가능성이 있는지, 에라 영 아니다 싶은지. 힘 빼고 일단 시작해보는 과정은 내가 과연 다리 뻗고 뭉개어도 될 자리가 맞는지 보는 과정인 것이다.


판단은 시장의 몫

어떤 일을 시작할 때 '이게 먹힐까?', '나보다 더 잘하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은데, 더 높은 수준을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하는 고민은 일정 수준이 지나면 그냥 시간낭비라고 생각한다. 맞다. 우리보다 잘하는 사람은 차고 넘친다. 아직 부족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혼자 고민하고 디벨롭을 해봤자 결국 내 생각일 뿐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너무나 다양한 형태가 존재한다. 한 분야에서도 색깔이 다 다르고 일부 마니아층이 시장을 주도하는 경우도 있다. 내가 내놓은 무언가가 어디에 어떤 색깔로 존재할지, 과연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는 오픈해봐야 제대로 알 수 있다. 세상은 우리보다 똑똑하고, 냉정하고, 정확하다. 디벨롭 면에서도 생생한 피드백을 통해 거듭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일 것이다. 가볍게 시작해서 일단 오픈해보자. 판단은 시장의 몫이다.


올인하지 말라.

사람의 정신적, 유체적 에너지는 무한하지 않다. 우리가 하는 일의 과정을 시작-진행-마무리로 구분한다면 우리가 가장 힘을 쏟아야 할 쪽은 '진행'과정일 것이다. 모든 일엔 '선택과 집중', '힘의 재분배'가 필요하다.

    요즘엔 제2, 제3의 직업을 가지면서 자유로운 형태로 일을 하는 ‘인디워커’들이 정말 많다. 그들은 올인하지 않는다. 어느 하나가 무너진다던가 잠시 쉬어갈지라도 전체가 무너지지 않는 힘. 그리고, 이 길이 나아가도 될 길인지 돌다리를 충분히 두드릴만한 시간과 힘을 갖게 하는 것. 그것은 올인하지 않았을 때 비로소 얻을 수 있는 것들이다. 따라서 무언가를 시작할 땐 처음부터 올인하지 말고 조금 힘을 빼고 간을 보는 시간을 충분히 가져보자. 대충 시작해보면 이게 정말 대충 하다 말 일인지 더 미친 듯이 파고들어야 할 일인지 각이 나올 것이다. 힘 조절을 통해 내 인생의 똑똑한 투자자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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