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ardener
아들아,
봄이 되면 꽁꽁 얼었던 대지가 살며시 녹고 그 사이로 새로운 싹들이 피어나지.
겨울을 이겨낸 연한 새싹을 본 적이 있니? 녹색이라고 하기엔 더 여리고, 연두색이라고 하기엔 더 싱그러운 새싹들을 볼 때마다 봄의 정령이 가져다준 선물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구나. 너도 엄마에게 새싹처럼 나타났단다. 여리지만 맑고 깨끗한 너를 보며 엄마는 항상 탄성을 질렀지.
얼마 전 서연이 엄마가 봉숭아 씨앗을 받아주었구나.
동글동글 작은 씨앗을 흙 위에 뿌리고 행여 새들이 쪼아 먹을까 봐 꼼꼼히 흙을 덮어주었지. 날마다 물을 주며 혹시 싹이 나지 않을까 조마조마하기도 했었지. 어느 날 흙이 불쑥 튀어나와 있더구나. 작은 떡잎이 힘겹게 흙을 들어 올리며 세상에 나오고 있지 뭐니! 그렇게 날마다 햇빛, 바람, 물과 따뜻한 관심을 받고 봉숭아는 무럭무럭 자라고 있단다. 곧 봉숭아 꽃으로 손톱이 빨갛게 물드는 날이 올 것 같아. 가슴이 설렌다. 아마 너는 손톱을 내어주지 않을지 모르지만 그래도 함께 기뻐해 주리란 걸 알아.
아들아,
엄마는 리디아를 무척이나 사랑한단다. 너는 가족과 헤어져 지낸다는 걸 상상해 본 적 있니? 힘든 상황에서도 주변 사람에게 희망과 웃음을 주는 리디아는 정말 굉장한 마법사인 것 같아. 리디아는 삭막한 창틀과 공터를 보며 희망에 가득 들떠있어. 아무것도 없는 곳에 자기가 채워놓을 꽃들을 상상하며, 또 그 꽃들이 가져다 줄 웃음을 알았기에 매일 기쁨과 설렘으로 지낼 수 있는 것 같아. 우리도 주변을 살펴보자. 혹시 익숙하게 지나쳐 온 것들 중 우리가 행복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게 있을까?
때론 작은 변화가 엄청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단다. 아침에 일어나서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하는 건 어떨까? 그럼 엄만 행복한 하루를 시작할 수 있을 거야. 혹시 혼자 앉아있는 친구에게 같이 놀자고 손을 내밀면 어떨까? 그럼 넌 소중한 친구를 얻을 수 있을 거야. 우린 항상 뭔가 가지고 싶어 하잖아. 새 운동화, 새 장난감, 새 게임기 같은 것들 말이야. 그런데 그것들을 갖고 나면 왜 금방 싫증이 나고 또 새로운 것이 갖고 싶은 걸까? 갖고 싶어 하는 마음은 끝이 없어서 항상 우리를 부족하게 느끼게 한단다. 하지만 나의 작은 미소, 행동, 말이 가지고 오는 마음의 행복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거란다. 리디아가 주는 따뜻한 미소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기에 더욱 소중해.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닌데 우린 나의 욕심을 채우며 살아가기 바빠서 쉬운 일을 놓치고 산단다. 갖는 것보다 나누며 얻을 수 있는 마음의 충만을 알았으면 좋겠다.
꽃을 가꾸는 리디아의 마음을 상상해 보자.
씨앗을 심을 때의 설렘, 싹을 기다리는 초조함, 그리고 새싹을 만났을 때의 기쁨, 날마다 물을 주며 관심을 쏟는 정성, 그리고 꽃을 만났을 때의 놀라움. 리디아는 꽃은 가꾸며 참고, 걱정하고, 기다리고, 관심을 주고, 그리고 희망을 갖는단다. 이게 바로 사랑과 배려 아닐까? 리디아가 그런 것처럼 사랑하면 나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에게도 미소를 선물해 줄 수 있단다. 네가 있는 그곳에 너의 미소와 따뜻한 말 한마디가 은은한 향기가 되어 널리 퍼질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