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3.05
초목은 잎이 시들어 떨어지면 어느새 뿌리 밑에서 싹이 빠끔히 돋고, 겨울이 아무리 춥더라도 결국에는 동지에 양기가 돌아와 봄이 된다. 만물이 쇠락하는 와중에도 끊임없이 만물을 생성하는 생명력이 항상 대자연의 주체가 되니, 여기에서 천지 조화의 마음을 알 수 있다.
산에 머무르면 가슴이 맑고 상쾌해져 어떤 것을 대하든 모두 아름다운 생각을 갖게 한다. 홀로 떠 있는 구름과 들판의 학을 보면 세속을 초월하는 생각이 일고, 계곡의 물과 흐르는 샘을 만나면 맑고 깨끗한 생각이 우러나며, 늙은 전나무와 한 겨울의 매화를 어루만지면 굳은 절개가 곧게 서고, 물가 갈매기와 사슴 무리를 벗하면 기심이 순식간에 사라진다. 그러나 만약 이 고요한 경지를 떠나 번잡한 세속에 몸을 들여놓기만 하면, 다른 사물과 관계를 맺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 몸은 다만 부질없는 군더더기가 될 뿐이다.
마음속에 망상이 없는데, 어찌 자신의 마음을 살펴볼 필요가 있겠는가? 불가에 이르는 "자신의 본심을 살펴보라"함은 도리어 마음속의 망상을 더하는 것일 뿐이다. 만물이 본래 하나의 물인데 어찌 다시 가지런하게 할 필요가 있겠는가? 장자가 말했던 "만물을 평등하게 본다"함은 오히려 그 동등한 것을 스스로 무분별하게 구별짓는 것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