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 머리말
이유 없이 울고 싶은 날들이 있었습니다.
이유 없이 모두 포기하고 싶은 날들도 있었습니다.
내 작은 성 안에서 그리 넓지 않은 세상을 대하면서, 온 우주가 자신을 짓누르는 느낌의 고통으로 아파하기도 했습니다.
가슴을 칼로 찢는 듯 아프고 답답하기만 한데, 왜인지 무엇 때문인지 몰라, 황망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터질 듯한 심장의 울림이, 고막을 찢을 듯 쿵쾅쿵쾅 요란하여 가만히 있기가 힘든데, 나 아닌 온 세상이 고요하여, 홀로 버려진 듯 느껴졌습니다.
이유가 있었던 것도 같습니다.
이유는 분명 있었습니다.
지나온 지금에는, 그 모든 이유가 하릴없었다 생각됩니다.
사춘기였다고 합니다.
호르몬의 변화가 신체를 지배하는 때였다고 합니다.
과다한 호르몬이, 감정으로 하여금 이성을 지배하게 만들어, 날뛰는 감정들이 멋대로 뇌리를 쑤셔놓고는, 자신을 한 마리 동물로 만들어 질겅질겅 씹어먹을 때였습니다.
다행히 주위에 책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어, 그 속에 파묻혀 자신을 잊을 수 있었습니다.
다행히 내게 종이와 펜이 있어, 나를 둘러싼 아픈 상황들을, 한 자 한 자, 글이라는 칼로 일일이 해부하고 수술하고 분석하면서, 쿵쾅거리던 심장도 고르게 진동하도록 맞추어가고, 가슴속 어리석고 욕심 많고 흉한 것들이 차례로 사망해서, 내 생각 안에서 차례대로 장례식으로 치워지곤 했습니다.
그 아프던 시절을 다시 들여다보려 합니다.
무질서하게 흩어져 있던 감정들을 차근차근 논리로 바꿔놓으려 애쓰던 그 시절의 모습을 되돌이키려 합니다.
그때의 나만큼이나 아파하고 있을 청춘들에게, 이 글들을 바치려 합니다.
그땐 그랬지라고 말하지 않으렵니다.
지금은 더 아프고 더 슬픈 일이 있어도 티 내지 않고 느끼지도 못할 만큼 호되게 훈련되고 다져졌지만, 단지 시간이 해결해 줄 거라고 말하지 않겠습니다.
모든 아픔에는 상처가 있고 기억이 있습니다.
그 아픔들이 상처들이 단지 자신을 키우기만 할 거라고 말하지도 않겠습니다.
모두가 나름의 애씀으로 스스로를 보듬으며 살아갑니다.
모두가 그저 그렇게 살고 있습니다.
모두가 그저 그렇다기에 위안이 되길 바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