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하는 버찌
버찌를 보낸 후 쓰는 글
*참고로 버찌는 2007년생 고양이이다.
2023년 7월 말
버찌가 갑자기 토를 자주 하고 몸무게가 단기간에 0.5kg가 빠졌길래 병원에 데려갔다. 검사결과, 별다른 이상이 없었고 단순 식이알레르기로 의심되어 저알러지 사료로 바꿨다. 그 후로 토하는 것을 멈추고 배에 살이 오르기 시작했다. 이때까진 버찌가 아픈 게 나은 줄 알았다.
2023년 8월 둘째 주
토는 멈췄지만 배가 계속 부풀어 올랐다. 이때부터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느꼈다. 많이 먹어서 빵빵해진 느낌이 아닌 가스가 찬 것 같은 빵빵한 느낌이었고, 평소보다 활동량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두드러지는 특징으로는 아래와 같았다.
1. 배는 빵빵한데 척추가 만져짐
2. 숨소리가 묘하게 거침
3. 식욕은 좋은데 전체적으로 마른 느낌
4. 활동량 감소
5. 그루밍을 안 함
6. 캣타워 올라가는 모습이 힘겨워보임
위와 같은 특징을 체크한 후 병원을 다녀왔고 결과는 절망적이었다.
엑스레이부터 찍었는데 찍자마자 의사가 말했다."아이고 복수가 가득 찼어요..." 이때부터 마음이 불안하고 초조해졌다. 곧바로 초음파와 혈액검사를 했고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복수천자를 했다. 의사는 한 번에 다 빼내면 쇼크사할 수도 있으니 숨쉬기 편할 정도만 빼내겠다고 했다. 그 작은 몸에서 복수가 500ml 정도 나온 것 같다. 그리고 복수의 색은 피가 섞인 붉은색이었다. 나는 내 눈앞에 보이는 광경을 믿을 수 없었다. 복수천자를 하는 동안 혈액검사 결과도 나왔는데 심장 수치만 기준보다 9배 이상 높게 나왔다. 원래 초기단계 심장병이 있던 아이라 겁이 났다. 이전에 검사를 받은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어떻게 하루아침에 몸 상태가 이렇게 나빠질 수 있는지 이해되지 않았다. 더 최악인 것은 복수에서 악성종양 세포가 발견되었다. 그러면 CT를 찍어봐야 하는데 병원에 장비가 없어 더 큰 병원에 가봐야 된다고 했다. 의사는 심장약을 지어줄 테니 먹여보고 복수가 더 이상 차지 않으면 추후 CT를 찍어보는 것이고, 계속 복수가 찬다면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렇게 우리는 심장약만 처방받은 채 집으로 돌아갔다.
병원에서 집으로 돌아오면 버찌의 루틴이 있는데 바로 밥을 먹는 것이다. 약을 먹여야 해서 음식을 다 치우고 참치에 약을 섞는데 아프면서도 울며 밥을 달라고 애교를 부리는 버찌를 보니 마음이 찢어질 것 같았다.
그날 밤, 버찌는 내 침대로 올라와 나와 같이 잤는데 혹시라도 새벽에 잘못될까 잠을 설치는 날 보더니 갑자기 앞발을 쭉 뻗어 내 발을 꼬옥 잡아줬다. 마치 본인을 걱정하지 말라는 행동처럼 느껴져서 너무 고마웠고 그 모습에 눈물이 났다.
다음 날 아침 버찌는 예전처럼 홀쭉해진 배로 우리를 마주했다. 숨소리는 부드러워졌으며, 활동적으로 변했다. 그러나 복수천자했던 곳에서 복수가 계속 스며 나와 온 집안이 버찌의 복수로 범벅이 되어있었고, 그 모습은 너무나도 끔찍하고 슬펐다. 그 작은 몸에서 나온 양이라고 믿고 싶지 않았다. 몸무게를 재어보니 3.3kg였다. 병원에 간 날 3.8kg였던 버찌는 0.5kg의 복수를 빼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