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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오 Dec 08. 2023

1. 버찌가 아프다

내가 사랑하는 버찌

버찌를 보낸 후 쓰는 글

*참고로 버찌는 2007년생 고양이이다.


2023년 7월 말

버찌가 갑자기 토를 자주 하고 몸무게가 단기간에 0.5kg가 빠졌길래 병원에 데려갔다. 검사결과, 별다른 이상이 없었고 단순 식이알레르기로 의심되어 저알러지 사료로 바꿨다. 그 후로 토하는 것을 멈추고 배에 살이 오르기 시작했다. 이때까진 버찌가 아픈 게 나은 줄 알았다.


2023년 8월 둘째 주

토는 멈췄지만 배가 계속 부풀어 올랐다. 이때부터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느꼈다. 많이 먹어서 빵빵해진 느낌이 아닌 가스가 찬 것 같은 빵빵한 느낌이었고, 평소보다 활동량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두드러지는 특징으로는 아래와 같았다.


당시 배 상태. 이상하게 오른쪽만 두드러지게 부풀어 올랐다.


1. 배는 빵빵한데 척추가 만져짐

2. 숨소리가 묘하게 거침

3. 식욕은 좋은데 전체적으로 마른 느낌

4. 활동량 감소

5. 그루밍을 안 함

6. 캣타워 올라가는 모습이 힘겨워보임


위와 같은 특징을 체크한 후 병원을 다녀왔고 결과는 절망적이었다.


엑스레이부터 찍었는데 찍자마자 의사가 말했다."아이고 복수가 가득 찼어요..." 이때부터 마음이 불안하고 초조해졌다. 곧바로 초음파와 혈액검사를 했고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복수천자를 했다. 의사는 한 번에 다 빼내면 쇼크사할 수도 있으니 숨쉬기 편할 정도만 빼내겠다고 했다. 그 작은 몸에서 복수가 500ml 정도 나온 것 같다. 그리고 복수의 색은 피가 섞인 붉은색이었다. 나는 내 눈앞에 보이는 광경을 믿을 수 없었다. 복수천자를 하는 동안 혈액검사 결과도 나왔는데 심장 수치만 기준보다 9배 이상 높게 나왔다. 원래 초기단계 심장병이 있던 아이라 겁이 났다. 이전에 검사를 받은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어떻게 하루아침에 몸 상태가 이렇게 나빠질 수 있는지 이해되지 않았다. 더 최악인 것은 복수에서 악성종양 세포가 발견되었다. 그러면 CT를 찍어봐야 하는데 병원에 장비가 없어 더 큰 병원에 가봐야 된다고 했다. 의사는 심장약을 지어줄 테니 먹여보고 복수가 더 이상 차지 않으면 추후 CT를 찍어보는 것이고, 계속 복수가 찬다면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렇게 우리는 심장약만 처방받은 채 집으로 돌아갔다.




복수천자 후 지쳐 보이는 버찌

병원에서 집으로 돌아오면 버찌의 루틴이 있는데 바로 밥을 먹는 것이다. 약을 먹여야 해서 음식을 다 치우고 참치에 약을 섞는데 아프면서도 울며 밥을 달라고 애교를 부리는 버찌를 보니 마음이 찢어질 것 같았다.

그날 밤, 버찌는 내 침대로 올라와 나와 같이 잤는데 혹시라도 새벽에 잘못될까 잠을 설치는 날 보더니 갑자기 앞발을 쭉 뻗어 내 발을 꼬옥 잡아줬다. 마치 본인을 걱정하지 말라는 행동처럼 느껴져서 너무 고마웠고 그 모습에 눈물이 났다.




다음 날 아침 버찌는 예전처럼 홀쭉해진 배로 우리를 마주했다. 숨소리는 부드러워졌으며, 활동적으로 변했다. 그러나 복수천자했던 곳에서 복수가 계속 스며 나와 온 집안이 버찌의 복수로 범벅이 되어있었고, 그 모습은 너무나도 끔찍하고 슬펐다. 그 작은 몸에서 나온 양이라고 믿고 싶지 않았다. 몸무게를 재어보니 3.3kg였다. 병원에 간 날 3.8kg였던 버찌는 0.5kg의 복수를 빼낸 것이다.


복수가 여기저기 묻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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