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하는 버찌
2023년 9월 16일 오후
14일 저녁을 기점으로 버찌 상태가 갑자기 매우 안 좋아졌다. 어제 저녁 버찌는 거의 죽다 살아났다. 나와 동생은 버찌가 그날 새벽에 떠나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며 마음의 준비를 해야 될 것 같다고 버찌가 안 듣는데에서 이야기했다.
버찌는 많이 아픈지 침을 엄청나게 흘렸다. 동공은 확장되어 있었고,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하며 고개를 계속 아래로 떨궜다. 진통제도 소용이 없었다. 그리고 계속 차가운 곳으로 가려고 하여 막았더니 동생 방 옷장 구석 앞에 자리를 잡았다. 그렇게 우리 가족은 그 좁은 방에서 셋이 붙어 잤다. 나도 몸이 안 좋아서 너무 피곤하여 10시 반쯤 잔 것 같다.
12시쯤 동생이 날 깨워 버찌가 자리를 이동하여 내 발 밑에 있으니 조심하라고 했다. 저 얘기를 들은 뒤부터 잠이 안 왔다. 버찌 상태를 확인해 보니 고통에 잠겨 정신을 잃은 듯 매우 불편한 자세로 자고 있었다. 그런 버찌를 지켜보고 있는데 갑자기 버찌가 고개를 들어 나와 눈이 마주쳤다. 그런데 눈이 마주치자마자 엉거주춤한 자세로 엉금엉금 기어올라 내 옆구리 옆에 자리를 잡고 누웠다. 아픈 와중에 날 보니 의지하고 싶었던 걸까? 그 누구도 알 수 없지만 버찌에게 너무 고맙고 미안하여 눈물이 났다. 암은 열에 약하다는 말이 기억나서 조심스레 내 팔을 버찌 배 쪽에 가져다 대었다. 버찌도 아주 불편하지 않았는지 가만히 누워있었다. 이따금씩 다리가 저린 건지 한쪽 다리를 쭉 뻗어 스트레칭도 하였다. 그러다 새벽 1시에 버찌가 화장실을 가더니 자리를 이동하였다. 나도 잠을 안 자고 있었기에 버찌를 따라갔는데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거칠었다가 조용했다가를 반복했고 배를 보니 숨이 얕았다. 나는 그런 버찌 옆에서 조용히 응원하며, 사랑한다는 말을 해주는 것 외에는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렇게 자다 깨다를 반복했다.
아침 7시쯤 잠이 깬 나는 눈을 뜨자마자 버찌가 호흡을 하고 있는지 체크했다. 버찌가 아픈 뒤로 생긴 버릇이다. 다행히 버찌는 조용하고 얕게 숨을 쉬고 있었다. 버찌를 만지려고 손을 뻗으니 버찌가 반응했다. 그러더니 고통이 조금 가신 건지 내 손길에 골골송을 불렀다. 건강할 때에는 귀엽기만 했던 골골송이 지금은 내게 너무나도 구슬픈 노래처럼 들렸다. 안도와 고마움에 눈물이 자꾸만 흘렀다. 마치 버찌가 날 위로해 주는 것 같았다. 우리에게 평생 기쁨만 주었던 이 아이의 곁을 지키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일이었다. 사랑하는 가족의 마지막 순간을 옆에서 끝까지 지켜보는 것은 너무나도 고통스럽고, 슬프고, 무기력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