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의 공간을 찾아서

서교예술실험센터와 연남장을 비교하며

by 장은영

레이 올든버그가 말하는 제3의 장소는 개인과 사회가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곳으로 집도, 회사도, 학교도 아닌 비공식적인 공공공간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동네 안에는 제 3의 장소는 존재할까?제3의 장소의 특징은 중립지대, 수평지대, 접근성과 편의, 단골, 소박한 외관, 장난스러운 분위기가 맴돈다. 또한 제3의 장소에는 공적인물이 있으며, 정치적역할, 결사의 조직, 절제된 즐거움, 공공을 대체하는 시민사회의 역할을 수행한다.


이번학기 필자가 ‘제 3의 공간을 찾아서’라는 주제를 갖고 연구한 장소는 두 곳이다. 홍대에 위치한 서교예술실험센터와 연남동에 있는 연남장이다. 이 두 곳은 비슷하지만 굉장히 다른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장소이다. 과연 이 두 곳은 마을 안에서 제3의 장소로서의 역할을 할까? 하고 있다면 이들의 활동이 마을과 지역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러한 연구 질문을 시작으로 간략하게 이 두 곳을 설명하고자 한다.


첫번째로 가본 곳은 서교예술실험센터이다. 대상지를 이곳으로 선정한 이유는 흔히 지리적으로 가까이 사는 사람을 이웃이라고 하고, 커뮤니티라고 말하는데 이곳은 지리적인 근접성을 떠나 ‘홍대=예술’, 홍대 답다’라는 지역의 이미지가 오래전부터 형성되어 와서 이처럼 지역성이 뚜렷한 곳의 제 3의 공간은 어떤식으로 구성되어 있고, 이 안에서는 어떤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홍대라는 커뮤니티에 영향을 주는지 궁금했다.


이곳은 ‘홍대 앞’이라는 지역성과 연계하고, 문화예술생태계의 발전을 위해 많은 시도를 하고 있는 곳으로 2009년 서교동사무소를 리모델링한 홍대 앞 복합문화공간이다. 1층에 위치한 예술다방은 코로나 이전에는 누구에게나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무료로 커피를 제공하였던 곳이다. 필자가 상상했던 서교예술실험센터는 홍대에 거주하고 있는 다양한 예술가들이 이곳에서 편하게 시간을 보내고, 서로 대화를 나누며 예술이라는 매개로 이어진 공동체 활동이 활발하게 일어나는 곳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상상과는 달리 서교예술실험센터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지는 않았다. 이곳은 사람들을 맞이해주는 공적인물이 없었고,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이지만 전시나 행사가 없을 때는 방문객이 적은 것 같다. 이곳은 소박한 외관이나 장난스러운 분위기를 갖고 있지는 않다. 외관은 일반 공공기관 건물과 같이 정형화되어 있고, 이 공간에 대한 정보를 아는 게 없다면 특별한 목적 없이는 들어갈 수 없을 것 같다고 느껴졌다. 특히, 전시가 없는 지금은 더더욱 들어가기 어렵다. 또한 그곳에 앉아 있으면 자유롭다는 생각보다는 굉장히 조용한 분위기여서 제3의 장소로서 매력적인 공간은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곳을 자주 방문하는 ‘단골’은 없을 것이다. 단골이 없다는 것은 그 공간이 충분히 매력적이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서교.JPG

이곳은 결사된 조직도 존재한다. 2013년부터 민관 거버넌스 모델인 ‘공동운영단’을 중심으로 예술인과 공공기관이 함께 센터를 운영 중으로 매년 문화예술인 6인이 선정되어 예술현장에 필요한 지원 프로그램을 매년 새롭게 시도하고 있다. 2021년 6월, 멤버십 ‘서로’ 모집을 시작했다. 공동운영단 제도를 도입하여 예술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문화예술계종사자와 서울문화재단이 서로 교류하며 파트너십을 맺고 예술계에 필요한 요소들을 지원하기 위한 노력을 과거부터 이어져왔다.

하지만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존재한다. 센터의 건물의 임대 기간에 대한 문제들을 계속해서 대응하여야 했고, 서울시의 정책과 마포구의 지역과의 관계성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했다.

그림1.png
그림2.png


두번째로 가본 곳은 바로 연남장이다. 연남장은 어반플레이라는 곳에 의해 만들어진 복합문화공간이다. 이곳은 로컬의 매니지먼트 기업으로 다양한 로컬의 컨텐츠들을 발굴하고 지역 크리에이터와 공간을 발굴하여 가치를 창출하고, 나아가 지속 가능한 동네 생태계를 만드는 일을 한다.

연남장은 1층에 카페, 식당시설이 있고, 1층 중앙에는 강연장으로 쓰기도 하는 넓은 책상이 있었는데 이곳에서 편하게 식사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 독서를 하는 사람, 노트북을 들고 와서 작업하는 사람이 많았다.

이곳은 1층이 테라스의 형태로 되어 있어서 내부와 외부공간과의 단절감이 없었고, 작고 소박한 외관은 아니었지만 과거에 이용된 건물이 유지되어서 연남장을 감싸는 빨간벽돌과 꽤나 오래전에 만들어진 듯한 연남장이라는 간판이 왠지 모를 친근감을 주었다. 즉 이곳은 중립지대이자 수평지대로서 누구나 이용가능하고, 모두가 타인의 눈치를 보지 않고 다양한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본인들만의 방식대로 편하게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연남장.JPG

그리고 연남장의 또 다른 특징으로는 이곳은 어느정도 결사된 조직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연남동의 로컬 크리에이터끼리 잡지를 발행하면서 작품을 소개, 홍보하면서 작가들의 인지도도 높아지고, 수익창출까지도 이어지는 구조를 갖고 있다. 동네 곳곳을 소개하면서 연남동에서 소위 말하는 SNS ‘핫플레이스’만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작지만 연남동에 숨겨져 있는 공간들을 소개하면서 연남동이라는 지역자체를 홍보한다. 이들은 공공을 대체하는 시민사회이자, 이들의 행동이 연남동이라는 공동체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고 지역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기존에는 정부의 주도로 로컬 크리에이터 잡지를 발행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모두 무료로 배포되었고, 작가들의 수익에도 큰 영향이 없어서 정부주도의 잡지 발행은 작가들 사이에서는 크게 환영하지 않는다고 한다.


올든버그는 복잡한 도시 생활 속에서는 스트레스를 완화하며 편히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한다. 바쁘게 돌아가는 도심 속에서의 삶속에서 연남장은 ‘편하게 대화를 나누는 곳’, ‘독서를 하는 곳’, ‘업무를 하는 곳’, ‘연남장이라는 공동체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제3의 장소이다.


반면, 서교예술실험센터는 그곳에서 전시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모든 예술가들에게 부여하지는 않는다. 다시 말해, 홍대의 모든 예술가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아닌 서교예술실험센터 관계자와 공공의 기준 안에서 선정되어야 본인의 작품을 전시할 수 있는 기회를 갖을 수 있다. 대부분의 로컬 크리에이터가 참여하고, 누구나 작품을 연남장에서 전시할 수 있는 기회를 갖을 수 있는 연남장과 서교예술실험센터의 이러한 차이점도 제 3의 장소가 되는지 안되는지에 큰 요소로 작용하는 듯 하다고 생각했다. 서교예술실험센터의 조직은 꽤나 수직적이고, 연남장은 수평적으로 이루어져있다.


홍대와 연남장의 가장 큰 차이점은 홍대는 사람이 먼저가 아니라 건물이 먼저 세워지고 사람을 모으고, 연남장은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 건물이 세워졌다. 다시 말해, 장소를 채워가는 소프트웨어가 먼저 채워지고 난 뒤 건물이라는 하드웨어가 들어온 것이다. 더불어 홍대는 공공지원을 기반으로 운영되기에 공공의 영역과 사적인 영역이 추구하는 방향성과 목표는 확연히 다르다.


또한 무조건적으로 정부가 많은 부분을 개입한다고 지역 내의 커뮤니티, 로컬이 활성화 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정부가 마냥 손을 놓고 있는 것 또한 좋은 해결책은 아니다. 정부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큰 틀을 잡아주고, 그 안을 구성하는 세부적인 것들은 사적인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쉬는날 집에 있다가 집 앞 카페를 찾는다. 집과는 다른 매력을 선사하는 휴식공간으로 카페를 인식하기 때문에, 카페에 있는 시간도 충분히 편하고, 안정적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집 앞 카페를 찾곤한다. 복잡한 도심 속에서 내가 가장 편안하게 머무르며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장소 한 개만 찾아도 내가 살아가는 마을안에서 꽤나 잘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제 3의 장소에 대해 연구하며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는데, 복잡한 도심 속에서 내가 가장 편안하게 머무르며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장소 한 곳만 찾아도 바쁜 삶속에서 활력을 얻기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지역사회에서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만이 사회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여럿이 ‘혼자’ 살아가는 도심 속의 현실에서 여럿이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의 부활이 필요하다. 그 시작이 바로 이러한 제3의 장소에서부터 시작될 것이다.


지금 현재, 우리에겐 제 3의 장소가 필요하다.

작가의 이전글강을 닮은 사람들, 삶을 담은 작품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