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 여행 중의 산책
인간의 삶은 부조리하다고 카뮈는 말했다. 세계를 이해하려는 인간과 이해될 수 없는 세계가 공존하는 부조리 속에서 납득할만한 생의 에너지를 얻을 수 있을까. 다시 강렬한 동력을 가지고 살아가고 싶었다. 이번에는 나로부터 나오는 동력으로. 혼란스럽게 생동하는 세계는 마치 개인으로서의 나를 짓누르는 듯 목청을 높이기 시작했고, 나는 그저 떠나고 싶었다. 세계는 학교 교문보다도 훨씬 거대해졌다. 갑작스레 거대해진 세계가 만들어내는 압력을 견디기 위해 그저 어딘가로 떠나고 싶었다.
어디든 떠나고 싶었으나, 여행지를 결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여러 가지 현실적인 제약이 있었다. 쓰이지 않아 나와 함께 방구석 통장에 모였던 경비가 있었으나, 충분하지는 않았다. 또, 부모님을 납득시킬만한 여행의 구실이 필요했다. 몰타는 어학원을 끊으면 기숙사형 숙소를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었다. 어학원은 지인들이 떠나는 이유를 물었을 때 쉽게 답할 수 있게 해 준 좋은 구실이 되었다. 몰타는 지중해 한가운데에 홀로 놓여있는 섬인데, 유명하지도 요란하지도 않은 이 섬에 자꾸 마음이 갔다.
다음 달로 예정된 몰타행 항공권을 최저가로 예매했다. 몰타는 지중해 한가운데의 작은 섬인데, 구글 지도를 켜고 한참을 확대해야 그 모습을 보인다. 잔잔한 지중해 바닷속 고요히 놓인 그 섬은 그저 존재하는 시간만이 흐르고 있을 것 같았다. 이런 곳이라면 타성과 관성을 벗어던지고 진정한 생의 에너지를 흐르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전 재산의 5분의 1 정도에 달하는 비행기 티켓을 끊으면서도 두렵지 않았다. 여행을 기다리는 한 달간 여전히 8시 반 즈음에 일어나 책을 펼쳤다. 그러나 삶은 확실하게 변화하고 있었다. 어떤 변화가 기다리고 있는지는 전혀 알지 못했지만, 직감은 앞으로의 삶은 이전과 달라질 것임을 알려주고 있었던 것 같다.
비행기 티켓을 구매한 그날 밤, 늦게까지 잠에 들 수 없었다. 마음속에서 일렁이던 떠남의 충동을 느끼며 누워있었다. 무엇이 이 충동을 일으켰는지, 이 충동이 나를 어디로 데려갈지 전혀 알 수 없었지만 이 여행이 지금의 나에게 중요한 일이라는 것만 희미하게 확신했다. 처음으로 스스로 내린 커다란 결정이었다. 충동이 일렁거리던 그 밤, 나는 [리스본행 야간열차]에서 수십 년간의 교사 생활을 뒤로하고 리스본행 야간열차에 홀연히 몸을 실은 그레고리우스를 생각했다. 그 결정을 내렸던 그레고리우스의 하루는 평소와 다를 바 없이 평범했으며 그 충동은 고요했다. 그러나 어느 때보다도 강렬하게 반짝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