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책임감과 도덕적 양심에 대하여
"문제를 삼으면, 문제가 된다."
들어본 적이 있다. 내가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정말 단순한 문장이 아닐 수 없다. 많은 이들이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인 것을 안다. 나라고 여느 이들과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시선을 아주 약간만 비틀면 다르게 생각해 볼 수도 있다.
내가 캐나다에 거주를 하다가 한국에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시점이었다. 그리 오래되지 않았을 무렵 시차증에 헤롱거리다 바로 여기저기에 이력서를 넣었다.
결론부터 말을 하자면, 한국에 돌아온 지 5개월 만에 나는 여러 취업 사기를 당했고, 3번의 직장을 옮겨야 했다. 불과 5개월 만에 말이다. 처음 나는 경영팀 면접을 보러 갔었다. 돈이 많이 되지는 않아도 경력이 있었고 익숙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면접을 보러 갔다. 한 시간이 넘는 거리에 있었지만 그에 대해 큰 불만을 갖지는 않았다. 어쨌든 당장 일자리가 필요한 사람은 나였고 보기에는 조건도 나쁘지 않았기 때문이다. 면접 장소에 도착하고 면접관이 나에게 물은 것은 "스펙이 이렇게 좋고, 경력도 있는데 왜 우리 회사에 오고 싶냐는 것이었다." 황당하였지만 나는 그래도 외국에 있는 동안 한국에서의 경력이 최근 들어 없었으므로 새로운 마음에서 차근히 시작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말을 참 잘한다며 마케팅 부서로 갈 생각이 없냐고 했고 나는 캐나다로 떠나기 전 잠시 마케팅 관련 일을 한 적이 있었으나 나와는 다소 적성에 맞지 않았다고 말하며 경영팀에서 일을 하면 더 괜찮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하지만 그는 도리어 "시키는 대로 하는 거지. 가라면 가고, 다 경영팀 가고 싶어 하면 마케팅은 누가 하냐"라고 소리쳤다. 어이가 없었지만 나는 애써 미소를 지어보이며 그렇다고 대답했다. 소란을 피우고 싶지 않은 마음이 가장 컸다. 다음 날 합격했으니 교육을 받으러 오라는 말에 양재로 향했다. 이상한 느낌을 떨칠 수 없었지만 일단은 그렇게 했다. 그러나 그들은 내게 직무와는 전혀 관련 없는 것들을 교육시키며 내가 하는 계약서 관련 질문에는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나는 그제야 비로소 뭔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하고 그곳을 빠져나왔다. 요즈음 그런 식으로 다른 부서를 모집하는 척 영업이나 소개업 쪽으로 빼돌리는 사례를 많이 접한다. 앞서 이야기한 나의 경험도 같은 경우다.
이후로 집 근처 약국, 한 소매업 경리직 등에 지원했지만 주 6일 근무를 하는데 최저시급도 맞춰주지 않으면서 수습기간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나는 다행히도 4대 보험 계산법부터 근로기준법 등에 대한 노동청 사이트를 자주 보았던 사람이기에 어느 정도 빠른 대처가 가능했지만 이제 막 사회에 뛰어드는 청년들은 그렇지 않다. 아무도 이것에 대해서 알려주지 않는다. 치솟는 물가, 심해져 가는 경쟁사회, 잃어가는 웃음들.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게. 네가 알아보고 갔어야지."
"한국 사회가 언제는 안 힘들었나?"
"네가 외국에 갔다 와서 그래. 한국은 한국이야."
사회는 잘못이 없고, 피해를 당한 개인들이 문제가 되는 세상.
그렇다면 다시 처음 말로 돌아간다.
"문제를 삼으면 문제가 된다."
피해를 당했다는 것에 대해 문제를 삼지 않아야 정상인 것인가. 나는 다방면으로 생각하고 결론에 이르는 좋아한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다. 우리를 무너지게 하는 것은 도대체 무엇인가.
잃어가는 진심
왜곡되는 역사
늘어가는 비난
옳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행하는 양심에 반하는 행동들
어쩔 수 없다는 말에 숨겨진 타락성
부끄러운 일이다.
그것이 내가 글을 쓰기로 작정한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