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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민 Aug 22. 2022

괜찮은 물건을 사지 마세요.

  "아, 이정도면 완전 괜찮은데?"

  게시글 제목부터 '초핫딜'로 시작하는 글을 보면 눈이 뒤집히던 때가 있었어요. 쇼핑의 기술을 익히기 시작하며 알게된 여러 정보들을 마주할 때마다 정신을 차리기가 정말 힘들었어요. 그 과정에서 제 지갑을 지키는 건 더 힘들었고요.


  아이를 처음 키우다 보니 필요한 건 또 왜이리 많은가요. 처음 키워봐서 어느 물건이 정말 필요하고 필요하지 않은지 구분하기가 어려웠어요. 이게 좋다더라 저게 좋다더라 하는 이야기를 들으면 모조리 쓸어담기 시작했지요. 아이가 커가며 필요한 물건도 많았지만, 사실 다른 이유도 있었어요. 육아는 너무 고되었고 돈을 써서라도 몸을 덜 힘들게 하고 싶은 마음이었으니까요. 그리고 이정도면 싸게 샀으니 괜찮아 하는 마음도 부정하진 못하겠네요.


   쇼핑은 즐거웠지만 역설적으로 쇼핑 정보에 매이게 되는 날도 많아졌어요. 이전보다 좀 더 비싸게 사게 되면 이미 저렴한 가격임에도 왠지 손해보는 기분이 들었거든요. 쇼핑 정보는 너무나 빨리 바뀌어서 나만 모른채 순식간에 지나갈까봐 정보방을 붙들고 사는 날도 늘어났지요. 하루종일 휴대폰을 붙들고 있느라 정작 아무것도 못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명확히 알 수 없지만 어딘가 불편한 기분이 들었어요. 그쯤 되니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내가 물건을 사는건가, 물건이 나를 사는건가?'


  결정적으로 나의 소비에 대해 재점검하게 된 계기가 있었어요. 저는 다른 것보다 아이 옷을 사는 게 참 아까웠어요. 아이들이 정말 순식간에 컸거든요. 돌 전 아기들은 너무나 금방 자라서, 한 철 지나면 못 입히는 옷이 많았어요. 그래서 철마다 옷을 사야했지요. 그런데 쌍둥이니 옷은 다 두배로 준비해야 했고요. 주변 어른들은 모두 아이 금방 크니 옷 많이 사지 마라며 한마디씩 하셨어요. 저도 그게 맞다고 생각했고요. 무엇보다 그 때의 아이들은 외출 횟수가 적어서 거의 내복을 많이 입어요. 그래서 외출복을 거의 구매하지 않았어요. 그러다 너무나도 제 마음에 드는 외출복을 발견했어요. 그런데 너무 비쌌어요. 몇 천원짜리 내복을 사면서 몇 만원짜리 외출복은 도저히 살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외출복 구매를 애써 포기했어요. 스스로 '나는 알뜰하니까'를 되뇌이면서요.


  그런데 더 기가 막힌 일이 벌어지더라고요. 아이에게 예쁜 외출복을 입히고 싶은 마음은 사라지지 않아서 더 미친듯이 옷을 사게 되었어요. 보세나 중고나 이월상품을 찾다보면 꽤 저렴하게 옷을 구매할 수 있었어요. 문제는 그렇게 구한 옷 중에서는 '갖고 싶어 미칠만큼 마음에 드는 물건'이 없었다는 사실이지요. 적당히 괜찮아보여서 구매했지만 그런 옷들은 참 손이 가지 않았어요. '괜찮다'는 마음은 여러가지 변수를 고려한 경우가 많아요. 품질 대비 '괜찮다', 가격 대비 '괜찮다' 처럼 말이에요. 순수하게 그 물건이 마음에 들지는 않았던 것이지요. 그렇게 저는 계속해서 옷을 사게 되었어요. 참 아이러니하지요. 그때 구매한 옷들은 한 벌에 3천원~만원 정도로 저렴했지만 다 합치면 몇 만원에 달하는 금액이었어요. 그럼에도 만족도는 많이 떨어졌고요. 물건의 갯수가 많아지니 관리하기는 더 어려워졌어요. 많아진 옷을 보관하기 위해 정리함까지 사야 했거든요.


  그 때 제가 갖고싶었던 마음을 인정하고 구매했더라면 저는 훨씬 더 만족스러웠을 거에요. 그러지 못해서 오히려 더 큰 에너지를 쓰게 되었고요. 내 취향을 만족시켜주지 못하는 여러 옷을 구매하느라 쓴 돈과 시간, 구매후에 관리하는 데 들어가는 에너지까지를 고려하면요. 


  그 이후로 저는 소비 습관을 바꾸었어요. 적당히 괜찮은 물건으로 타협하지 말고 정말 갖고 싶은 물건이 아니면 사지 않는걸로요. 그리고 정말 갖고 싶은 물건은 꼭 구매하는 것으로요. 내가 정말 좋아하는 취향으로만 주위를 채우기 시작한 것이지요.


  싸다고 아무거나 사면 정말 주위가 아무거나로 채워집니다. 그러니 적당히 괜찮은 물건은 사지 마세요. 아주 마음에 들어 너무 갖고 싶은, 그런 물건을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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