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단절 5년, 나답게 다시 일어선 이야기

쌍둥이 엄마였던 내가 마케터가 되기까지

by 성민


“쌍둥이네요?”



초음파 화면 속, 두 개의 심장이 또렷하게 뛰고 있었다.

너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말에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기쁨도 잠시, 현실적인 문제들이 밀려왔다.

아이 둘을 한 번에 키우려면 얼마나 많은 손이 필요할까. 양육비는 얼마나 들까. 1년 뒤에 과연 내가 일을 할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지만 딱히 뾰족한 답이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제 손으로 아이들을 키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는 마음이 있었다.

그래서 ‘경력단절’이라는 말은 일단 접어두기로 했다.

아이들에게 집중하자. 지금은 그게 맞는 일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이렇게 계속 멈춰 있어도 괜찮을까—

그 질문이 마음속에서 자꾸 자라나기 시작했다.



퇴사 후, 임신 중이던 어느 날 블로그를 시작했다.

누군가의 추천이었고, 한동안은 일을 못 하게 될 것 같으니 무언가 생산적인 걸 해보고 싶었다.

처음엔 그저 일상과 감정을 조용히 적어가는 시간이었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이 아니라,

내가 나를 붙잡기 위한 기록이었다.

그게 내게는 ‘나답게 살아 있는 시간’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쌍둥이를 낳고 만난 한 분의 산후도우미 선생님이 내 삶에 깊은 자국을 남기셨다.

그분은 말없이 따뜻했고, 내가 말하지 않아도 다 알아주는 분이었다.

그 힘든 시기를 견디게 해준 고마운 존재였다.

그런데 그분은 어디에도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있지 않았다.

블로그도, SNS도 없었고, 예약도 많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땐 무언가 마음에 걸렸다.

이런 분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강하게 들었다.



그래서 내가 대신 후기를 남기기로 했다.

어떤 분이셨는지, 아기들을 얼마나 다정하게 돌봐주셨는지,

그분 덕분에 내가 얼마나 회복할 수 있었는지를 진심을 담아 조심스럽게 써 내려갔다.

그 글은 생각보다 훨씬 큰 반응을 불러왔고,

며칠 만에 그분의 일정은 가득 찼다.


“산모님 글 덕분에 예약이 엄청 들어와요! 너무 감사해요 산모님!”


그 말을 듣는 순간, 처음으로 깨달았다.

진심이 담긴 글 한 편이 누군가의 삶을 바꿔줄 수 있다는 것을.



그 일이 계기가 되어 콘텐츠를 직업과 연결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 하게 되었다.

브런치에서 작가 활동도 해보고, 유튜브 채널도 열어 영상도 만들어봤으며, 출간 공모전에도 도전했다.

블로그도 꾸준히 이어가며 작은 반응에 용기를 얻었다.

하지만 눈에 띄는 성과는 없었고,

경력단절 기간은 어느덧 4년 차에 접어들었다.

아이들은 자라고 있었지만 나는 여전히 제자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이 아니면 더 늦을지도 몰라.’

그 생각이 나를 움직이게 했다.

콘텐츠로 성과를 내지 못하더라도,

지금까지의 경험을 진로로 바꿔보자고 결심했다.



국비지원 학원에 등록해 디자인과 영상 편집 툴을 배우기 시작했다.

하루하루 조금씩 익혀가며 공모전에도 도전했고,

배운 것들을 하나씩 포트폴리오로 정리했다.

그렇게 작은 시도들이 결국 성과로 이어지기 시작했다.



총 18번의 수기 및 영상 콘텐츠 공모전에 도전했고,

그중 6번 수상, 한 번은 장관상 대상이라는 값진 결과도 있었다.

이후 병원 마케터로 신입 취업하게 되었고,

지금은 프리랜서 블로그 마케터로 활동하며

전자책 《일하고 싶다》를 출간했다.



이런 결과만 보면 거창한 전환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

사실은 조용히 질문하고, 스스로에게 답하고,

흔들려가며 한 걸음씩 쌓아온 시간의 결과였다.

나는 단지 매일 ‘나답게 살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작은 시도를 멈추지 않았을 뿐이다.



지금도 나는 완성형이 아니다.

하지만 매일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조금 더 나다워지고 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같은 고민을 가진 누군가에게

조금은 조심스럽게 전하고 싶었다.



혹시 지금,

‘나는 뭘 좋아하는지도 모르겠고

지금 이 상태에서 가능한 게 있을까?’

그런 생각으로 머뭇거리고 있다면,

이 말을 꼭 전하고 싶다.



당신의 속도가 느려도 괜찮다.

당신만의 방향으로 걷고 있다면,

그건 분명히 의미 있는 여정일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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