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만 지나면 오래 다닐줄 알았지
여러분 아주 오랜만이에요!
가장 힘들 때 스스로를 위해 글을 쓰고 잊고 살았는데,
그 글이 다른 분들에게도 도움이 된다 하여 얼마나 뿌듯했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와 더불어 더 글을 쓰기가 어려워져서,
한동안 속에 있는 이야기를 터놓지 못하고 살았네요.
오늘 문득, 하고싶은 이야기가 있어 브런치로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다소 두서가 없더라도 편하게 쓸게요.
저는요. 신규 시기가 지나면 병원을 오래오래 다닐 줄 알았어요.
선생님들이랑도 다 친해졌고, 병원 시스템도 (비교적) 잘 알고 있고,
일 못한다고 구박 들을 일 없으면 무엇이 나를 힘들게 하겠나 싶었거든요.
지금 4년차 끝자락,
지금 몸담고 있는 병원에서만 만 3년이 다 되어가는 이 시점.
저는 미친듯이 퇴사가 하고 싶습니다.
완벽하진 않지만 일도 1인분만큼은 하구요.
모두는 아니지만 같이 일하는 선생님들과도 잘 지내고 있어요.
그렇지만 퇴사, 하고싶습니다.
이유를 한번 생각해봤어요.
신규때랑 비교하면, 힘들었던 대학병원 시절과 비교해보면,
지금 훨씬 좋은 환경인게 맞는데 왜 퇴사를 하고 싶을까...
지금 내가 몸담고 있는 직업이, 병원이 나의 니즈를 100% 만족시켜주지 못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래요. 어느 직업이, 어느 병원이 내가 원하는 걸 100% 해줄 수 있을까요?
저도 알아요. 그래서 계속 다니는 겁니다.
하지만 괴로워요.
내가 몸담고 있는 이 상황이 정말 마음에 들지 않을 때가 오더라구요.
과거의 저는, 그 때 느꼈던 힘든 일들(신규시절 직무 적응문제, 직장내 인간관계 문제)만
해결되면 그 이후로는 별 일 없을 줄 알았어요.
그렇지만 또다시 불만이 생기는 시기가 오더라구요.
연봉이 부족할 수도 있고, 직장내 인간관계가 힘들수도 있어요.
반쯤은 서비스직인 간호직에 대한 환멸감이 들 때나,
병원측과 상사가 원하는 방향과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이 다를 때.
과한 업무 강도로 이렇게는 도저히 못하겠다 하고 한계에 부딛힐 때...
힘든 이유는 셀 수 없이 많아요.
그래서 이직 고민도 많이 했었어요.
내가 좋아하는 일이 무엇일까, 어떤 일을 좀더 애정을 담아 할 수 있을까, 어떤 사람들을 만나고 싶을까...
그렇게 고민하다 가장 앞이 캄캄할 때는 바로,
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아무리 고민을 해보아도..
이러나 저러나 해도 나는 간호사일 때에요.
여태 먹은 밥이 병원 밥이라고, 퇴사를 하더라도 무슨 일을 해야 할 지 모르겠다는 거에요.
타병원 이직은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지만 간호직 자체가 너무나 지긋지긋 해져 버렸는데...
'내가 어떤 다른 일을 할 수 있지?'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의 직업은 그 자체로 무기일 수 있지만, 한편으론 우물일 수 있겠다 싶었어요.
진입장벽이 높아 경쟁자가 적지만, 다같이 우물안 개구리가 될 수도 있는거거든요.
들어오기 힘든 만큼 나가기는 더 힘들어요.
물론 간호사가 갈 수 있는 길 많습니다.
다른 병원으로 갈 수 있구요. 보험회사도 갈 수 있구요. 공부해서 보건교사가 될 수도 있어요.
지금보다 여건이 나은 곳도 있을거에요.
하지만 처음부터 원했던 길이 아니어서, 도피의 목적으로 이직을 했다가 또다시 힘들어질까봐 걱정이 되네요.
물론 새로운 길을 개척할 수도 있어요. 한 때 저는 간호사의 경험을 살려 글을 쓰고 강연을 다니는게 꿈이었고, 지금도 가슴 한켠에 품고 있는 버킷리스트중 하나입니다.
그외에도 지금 가진 자산으로 좀 더 즐거운 일을 할 수 있지 않나 계속해서 찾는 중이에요.
어쨌든 모두 도전이 필요한 일입니다. 엄두를 내기가 쉽지 않아요.
그렇게 이직을 한다고 한들, 지금과 같은 고민에 한번 더 부딪히지 않을 자신도 없어요.
현 상황을 피하기 위해 이직을 한다면 또 다른 문제에 직면하지 않을까요.
지금도 저는 계속 방황중입니다.
겉으로 보면 너무나 잘 지내는듯 보이겠지만,
속으로는 폭풍이 휘몰아치고 있는 요즘이에요.
간호사가 되어서 너무 다행이다 싶을 때도 있었지만,
왜 간호사가 되었을까 자책하고 힘들어할 때도 많았어요.
전공을 고민하고 있는 분들이라면 곰곰히 다시 생각해보세요.
발을 딛고 난 이후에는, 돌아가기에 꽤 먼 길이 될 수도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