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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민 Mar 18. 2022

꿈이 있는 엄마는 혼란스럽다.

 "어머님, 직장 다니세요?"

  충분히 할 만한 질문인 걸 아는데, 나는 왜이리 불편한걸까. 내가 제 발 저린 도둑이라 그런가.


  엄마라는 자리는 참 신기하다. 전업 주부로 있으면 남들은 돈 벌어가며 아이까지 키우는 데 나 혼자 우두커니 빠듯한 살림에 남편이 벌어오는 돈만 쓰고 있는 것 같고, 워킹맘으로 살면 일도 육아도 모두 제대로 하지 못하는 느낌이다. 여기에도 미안하고 저기에도 죄송하다.


  나는 내 꿈도 중요하고 육아도 중요하고 현실적인 밥벌이도 중요하다. 그게 우리 가족이 향 후 10년 이상을 바라보았을 때 가장 이상적인 방향이다. 그런데 이 셋을 한 번에 가져가려니 쉽지가 않다. 아직은 내가 아이들 곁에 있을 수 있는 시간이라 1년 정도는 집에서 아이들을 돌보며 내 꿈을 위해 준비하기로 했다. 1년이 지나면 현실적인 이유로 일을 하러 가야 한다. 그래서 1년 안에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일로 나의 꿈을 쌓아 현실적인 결과물을 내는 게 목표다.

 

  그렇다보니 실제로 어딘가에 출근을 해야만 하는 상황은 아니지만 직장 다니는 것만큼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요즘 아이들 연장반을 등록할지 말지 고민중이다. 아니, 사실은 연장반 신청을 하고 싶다. 시간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묘하게 불편한 감정이 든다. 죄책감이랄까. 나 스스로에게 계속 잣대를 들이미는 기분이다.


 '연장반이 정말 필요한걸까? 애들이 힘들진 않을까? 너 좋자고 애들을 힘들게 하는건 아니니? 너가 스스로 더 시간관리를 하고 힘을 내면 다 해낼 수 있는거 아니야? 고작 한시간 반 더 늦게 온다고 뭐가 달라질까?'


  이런 마음이 드는 데에는 주변 분위기도 있을 터다. 오늘 어린이집 선생님께 연장반 이야기를 했더니 말씀을 흐리시더니 표정이 약간 묘해지셨다. 

'꼭 나가야 하는 직장이 있는 것도 아닌데 굳이.. 어린 아이들을 두고?' 하는 느낌적인 느낌... 물론 나만의 느낌일 수도 있다. 나 스스로가 그 부분에 죄책감을 느끼고 있으니... 내가 마냥 놀자고 나의 시간을 확보하려는 건 아닌데... 그 모든걸 너끈히 다 해내지 못하는 나에게 죄책감이 든다.


  동생에게 오늘 있었던 일을 얘기했다. 동생은 내가 '돈을 벌고 있지 않아서' 그렇다고 했다. 나의 꿈은 나만의 가치라 다른 사람은 알아주지 않으니까 그렇다고. 다른 사람들이 알아주는 대중적인 가치는 돈인데 지금 돈을 벌고 있지 않아서 그런 기분을 느끼는 것 같다고 했다. 일리가 있다. 작게라도 수익화가 되면 해결될 마음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내가 좀 더 나에게 확신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 싶었다.


  사족을 덧붙이자면, 나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사실 어린이집을 보내면 아주 많은 시간이 생길 줄 알았지만 그렇지 않았다. 해야 할 일이 많기 때문이다. 어린이집을 보낸 뒤 해야 할 일들은 세 가지로 나뉜다. 청소, 설거지, 식사 및 간식 준비 등의 집안일과 나의 커리어를 쌓기 위한 자기계발 시간, 그리고 휴식이다. 이 세 가지가 균형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막상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내 보니 실제로 한 달에 1/3은 감기 기운이 있거나 일이 있어 못간다. 사실 세 돌 전 아이들은 수시로 아프고 콧물은 매일 달고 사는 거라고 하던데 정말 그랬다. 어린이집의 누군가 하나 아프기 시작하면 줄줄이 콧물을 달고 다니더라. 이전엔 콧물 정도는 약 쥐어서 등원을 시켰다고 하던데... 코로나 시대를 맞이한 이후로 콧물 정도의 가벼운 감기도 가급적 등원을 하지 말아달라고 해서 거의 등원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콧물 감기는 정말 흔하고 컨디션에 큰 영향도 주지 않았다. 다시 말해 아이들의 에너지는 여전히 넘쳐난다는 사실이다. 감기를 빨리 나아야 하니 찬 바람 쐬일까 싶어 나가지도 못하고 집 안에만 에너지가 펄펄 넘치는 남아 둘을 데리고 있자니 체력이 남아날 수가 없었다. 보통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면 콧물이 떨어지니 그동안은 온전히 가정보육 시간이다. 나름 육아에는 최선을 다하고 싶어 여러가지 활동을 해주려 노력하기도 했다. 그렇게 전쟁같은 하루 하루를 치르다 아이들이 다시 등원을 할 수 있게 되면 나는 비로소 앓아누울 수 있었다.

  사이클이 이렇다. 아이들이 일주일 아프고, 그리고 내가 일주일 아프다. 그 다음주가 되면 체력이 회복되어 자기 계발 시간을 갖는다. 그리고 그 다음주가 되면 다시 아이들이 아팠다. 거의 3주 사이클의 반복이었다. 이 자기 계발 시간이 꾸준히 이루어지지 못하고 끊어졌다 다시 이어졌다 반복하니 대체 내가 뭘 하고 있는건가 싶었다. 그래도 작년보단 아이들이 좀 더 자랐고 나도 나를 좀 더 개선하려 노력하고 있으니 올해는 좀 다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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