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마틴과 나

기타는 내 심장의 울림을 기억한다.

by 유소이

25년 전, ‘아기마틴’을 만났다.

제품명은 마틴, 그중에서도 작은 바디를 가진 베이비 마틴. 나는 그 애를 그렇게 불렀다. 아기처럼 작고 귀여운, 하지만 묵직한 울림을 가진 내 소중한 기타.

나는 생계를 위해 노래를 시작했고, 어느새 38년이 흘렀다.

수많은 무대를 떠돌며 많은 악기들이 스쳐 지나갔지만, 아기마틴은 내게 ‘남은’ 기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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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늦은 밤, 공연을 마치고 피곤한 몸으로 기타를 차 안에 둔 채 집에 들어갔다. 다음 날, 차문이 네 개 다 열려 있었다. 기타가 사라져 있었다. 절망감은 말로 설명할 수 없었다. 고가의 기타였던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내 몸처럼 다뤄온 애착의 대상이었다. 기타는 가슴에 안고 연주하는 구조라서 그런가,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느껴진다. 나의 마음을 받아 고스란히 소리로 바꿔주는 존재.

눈물도 나오지 않던 그날, 나는 바로 인사동 낙원상가로 향했다.

그리고 아기마틴을 만났다. 작고 귀여운 외모, 그리고 믿을 수 없을 만큼 청아한 울림. 무대에 올라 그 애의 소리를 듣는 순간, 나는 울컥했다. 서른셋의 내 인생이 마치 이 기타의 소리로 다시 태어나는 듯한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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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이면 내 몸보다 기타를 먼저 감쌌고, 줄을 갈 땐 마치 목욕시키듯 조심스레 닦아줬다.

살면서 하루 종일 내 곁을 지키는 물건이 얼마나 될까.

내 심장의 울림을 받아내고, 다시 자신의 소리로 되돌려주는 악기. 그런 존재는 내겐 단 하나, 아기마틴뿐이다.

등 뒤에는 추운 날씨를 견디지 못해 갈라진 흔적이 있다. 몇 번이나 수리를 받았지만, 그 자국은 선명하다.

나는 급한 성격이지만, 이 기타 덕분에 처음으로 ‘고쳐 쓰는 법’을 배웠다.

그 애를 들고 25년을 노래했다.

강남, 분당, 일산, 경기 구석구석… 미사리를 본거지 삼아 300여 곳을 다녔다.

아기마틴은 내 삶의 여정을 함께 건너온 반려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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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이 버거운 날은 집에 돌아와 기타를 내팽개친 적도 있다.

“짐이다. 짐스러워…”

그럴 때마다 아기마틴은 말없이 나를 받아주었다.

내 울음과 내 소리를 가장 잘 아는 이.

지금도 내 발치에 깨끗이 닦여 서 있다. 이젠 들고 뛰어다니지 않아도 되니 덜 미안한 기분이다.

나는 기타를 향해 인사한다.

"고맙다. 너로 인해 그 세월을 견딜 수 있었어. 앞으로도 잘 부탁해."

그러자 아기마틴이 내게 속삭이는 것 같다.

“한에 묻히지 말고 그것을 넘어서세요.”

...그거, 서편제... 맞지?

그래. 이제 더는 슬픔에 눌려 과거에 살지 말자.

고생 많았다,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