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원리와 예술적 상상력의 결합
오토마타(Automata)는 ‘스스로 동작하다’라는 뜻의 고대 그리스어 ‘오토마토스(Automatos)’에 어원을 두고 있는 용어로 자동기계장치를 의미하는 오토마톤(Automaton)의 복수형 명사이며, 예술 영역에서 오토마타는 보통 ‘여러 가지 기계장치로 움직이는 인형이나 조형물’을 지칭한다. 고대시대부터 시작된 오토마타는 현대에 들어 기계장치의 일반적인 실용성 뿐만 아니라, 과학의 원리와 예술적 상상력이 결합한 과학융합예술의 한 장르로 본격적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예술의 관점에서 오토마타를 말할 때, 그것은 과학과 예술 및 엔지니어링과 감성적 · 창의적 상상력 간의 ‘변증법적 통합성’을 전제로 하며, 기계장치 운동의 일반적 원리와 예술적 상상력의 표현 간의 결합은 서로 단순하게 양적 · 물리적 합체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감성과 미적 이상에 따라 매우 복잡하고 미묘한 개별적인 화학적 결합과 예술적 증폭을 필요로 한다. 중요한 것은 양자 간의 ‘융합의 밀도’이며, 그것을 결정짓는 것은 인간의 ‘창의성’과 ‘상상력’ 그리고 새로운 ‘일탈’이다.
이는 AI나 자동화 기술로 쉽게 대체되지 않는다. 따라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오토마타 예술의 중요성은 이로부터 새롭게 비롯되며 ‘창의 감성’ 중심의 ‘기계+예술융합’이 더욱 필요해지고 있다. 즉, 오토마타 예술이 포괄하는 메커니즘의 요건은 자본주의 산업의 표준화 · 규격화된 기계 부품의 실용적 기능이나 정확도가 아니라, 인간의 철학적 · 미적 이상(美的 理想)으로 창조된 기계예술의 ‘운동성’과 ‘생명감’이라고 할 수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대량 생산 · 소비하는 일반적인 기계장치 제품과 오토마타의 기계장치는 제작 소재와 과정 뿐만 아니라, 그 목표 또한 매우 상이하다. 오토마타의 기계장치는 예술적 목표와 결과물을 위한 수공(手工) 혹은 수작(手作)의 산물로 물리적 운동을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미적 이상을 담아내기 위한 각각의 개별적 오토마타의 조형성과 예술성의 일부분을 구성한다. 오토마타에서 기계장치는 엔지니어링을 향한 것이 아니라, 조형언어의 영역으로 넘어가서 질적인 변화를 해야 한다.
반대로 오토마타의 또 다른 핵심적인 부분을 구성하는 조형물 또한 일반적인 입체 조형예술과는 다른 요건과 목표를 필요로 한다. 오토마타의 조형물은 그 자체가 예술의 표현이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오토마타의 조형물은 공학적인 운동에 대한 이해를 전제로 구성 · 표현되며, 나아가 기계장치에서 발생한 1차적인 운동을 조형물의 내재된 스토리와 감성으로 확장 · 증폭시켜 전체적인 예술성과 운동성을 창조한다.
예술로서의 오토마타는 기계를 위한 인간의 욕구가 아니며, 기계 자신의 욕구는 더더욱 아니다. 오토마타는 ‘생명’과 ‘무한성’ 그리고 ‘우주운동’에 대한 인간의 근원적인 욕구와 동경의 반영으로, STEA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Arts, Mathematics)의 각 요소들 융·복합을 통해 이를 조형언어로 구체적으로 시각화 · 형상화하는 ‘기계+융합예술’이다.
붓과 물감이 저절로 그림을 그려주지 않고, 음표와 오선지가 직접 음악을 만들어주지 않듯이, 일반적인 기계장치의 건조함에서 벗어나 공학과 상상력을 통합하여 오토마타를 예술로 탄생시키는 것은 결국 인간의 ‘생각과 감성’이다. 오토마타로 예술하며 과학과 함께 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