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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a가다 Dec 20. 2023

살림하는 아들

먹고사는 게 얼마나 중요한데요

“아들, 저녁은 먹었어?”


“지금 하고 있어요. 돼지불고기”


“김치 보낸 거 같이 먹어.”


“불고기에 넣어서 볶고 있어요,”


“오와~ 김치를 넣어서 볶을 줄도 알아?”


한 달 전, 한국에서 다시 자취를 시작한 아들은 제법 요리하게 되었다. 놀라운 변화다.

음식 해 먹는 것을 쉽게 생각하다니.


이사하던 날, 집에 있는 간단한 부엌 도구들을 챙겼다. 냄비, 프라이팬, 그릇과 숟가락 세트. 마트에 함께 간 아들은 올리브 오일과 소금 후추까지 잘 챙겨 담았다. 칼 그리고 간단한 식재료들을 카트에 담았다. 엄마 카드 찬스를 톡톡히 누리느라 카트는 제법 작은 산처럼 물건들로 쌓였다. 이 물건들을 다 사용할지 내심 의문이 들기는 했는데 정말이었네.




1년간 호주에서 외국인들과 셰어하우스에 살면서 혼자 끼니를 해결했다. 졸업식을 빌미 삼아 숙소를 방문하면서 눈으로 귀로 확인했다. 학생 중에 제일 요리를 잘해 먹는다고 교장 선생님이 전달해 주었다. 학기 중 점심은 도시락 아니면 학교 공용 주방을 사용하기에 알 수 있었다. 아들 숙소 아랫집에 사는 신혼부부 증언도 더해졌다. 가끔 식사를 초대하면 요리를 한 가지씩 가져와 함께 먹고 보조도 잘한다는 것이다. 혼자서 잘 챙겨 먹고, 한 공간에 사람들과 문제없이 지내는 일이 어려운 일인데. 계속 놀라는 중이었다. 아들을 새로운 눈으로 관찰하게 되었다.

한국에서는 손가락도 까딱하지 않던 녀석이라 먹는 것을 제일 걱정했다. 엄마 밥을 열심히 먹어 본 아들이라, 누구도 밥상을 차려주지 않으면 스스로 그 맛도 만들어 내는가 보다. 고생이 가져다주는 복이라면 이런 훈련일 수 있겠다.


학교 기숙사 손님방에 거하는 동안 아들은 몇 차례 요리해서 엄마식사를 해결해 주었다. 10시간 비행으로 시드니에 도착한 저녁, 침대에 시체처럼 쓰러져 있었다.

“식사 준비 다 되었어요. 올라오세요.”

물 먹은 솜처럼 둔해진 몸을 의자에 풀썩 던지며 식탁 앞에 앉았다. 간단하고도 맛있는 음식에 눈이 동그래졌다. 아들이 구운 스테이크는 육즙과 핏물을 그대로 품은 미디엄 웰던으로 먹음직했다. 신선한 소고기를 현지에서 먹으니 더 맛있었다. 스테이크는 자신 있다면서 도착하던 때부터 이야기했었.


20대 남학생 셋이 살고 있는 집이라 조심스럽게 집을 구경했다. 냉장고는 구역을 구분했는데, 아들은 가운데 두 칸을 사용했다. 포장된 소고기, 깐 마늘, 한 번 볶아진 파스타, 버터, 미리 해놓은 밥, 그리고 대용량 주스와 탄산음료. 일주일에 한 번씩 대형마트에 들러 장을 본다는 아들은 제법 재료를 골라 구입할 줄도 안다. 소고기 부위를 말하면서 가격에 따라 맛의 수준도 달라진다니, 나보다 낫네. 식사에 대한 고마움에 설거지하면서 나란히 정리된 그릇들과 가전 도구들 눈으로 훑어보았다.


“남자 셋이 사는데, 생각보다 깨끗하다.”


“하나는 부엌에 아예 안 들어오고요, 하나는 엄청 깔끔해요. 저는 그 중간쯤.”


도로변에 위치한 아들의 방을 조심히 열어보니 생각보다 깨끗하다. 싱글침대와 옆에 붙은 작은 책상 그리고 두 칸짜리 옷장이 전부다. 한국으로 돌아갈 대형 캐리어를 꺼내 열어 놓은 것 말고는 80점 이상이다. 책상 위에 세워진 요일별 계획표를 슬쩍 보았다. 마카로 쓰고 지우는 작고 하얀 보드에는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간단히 해야 할 일들이 적혀있었다. 계획을 세운다는 것만으로도 뿌듯함이 용솟음쳤다. 아들의 사는 모습을 눈으로 확인하며 앞날이 안심되었다.




한국에서 자취방을 스스로 알아보도록 맡겼다. 중간에 연락하며 조정하는 일들은 도와주었지만, 위치와 집 조건을 살피는 것은 고생하도록 뒷짐을 졌다. 우리가 도와줄 수 있는 집의 가격과 달 용돈만 아들과 협상했다. 한 달이 지나도록 별일 없이 잘 먹고 잘 살고 있으니 그저 감사하다. 일주일에 두 번 아르바이트하며 부족한 용돈을 채우고 있으니, 그것도 감사하다. 고생으로 얻은 것들이 제법 많네.  

'또 다른 경험들이 너를 키우는구나.'


스테이크 굽는 아들, 집게도 태우겠네~~


파마산 치즈도 쓸 줄 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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